제주도, 영리병원 설립 재추진…의료 민영화 물꼬?

[언론 네트워크] 보건의료노조 "원희룡, 제2의 홍준표 되겠다는 것"

국내 1호 영리 병원 설립이 제주에서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제주도라는 울타리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투자 유치를 앞세워 이를 묵인(?)하는 원희룡 지사에게는 "제2의 홍준표가 되겠다는 것이냐"며 보건복지부에 낸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 요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와 의료 영리화 저지 및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 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전 9시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영리 병원 설립 추진은 비영리 자본을 바탕으로 그나마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우려가 매우 크다"며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녹지그룹이 서귀포시에 조성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추진하는 녹지국제병원을 염두에 둔 것이다.

▲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8일 오전 9시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영리병원 설립승인 요청 철회"를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지난 5월 20일 보건복지부에 녹지국제병원 설립 계획서 승인을 요청을 했다가 철회했지만 6월15일 설립 승인을 재요청했다. 설립 주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셀프' 철회했다가 설립 주체를 국내법인에서 외국법인으로 변경한 뒤 재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 내용은 이전과 똑같다.

국내 성형 병원이 중국 자본을 끼고 국내 영리 병원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하다. 녹지국제병원의 실체가 국내 성형 병원의 투기를 위한 우회로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들 단체는 "이미 한차례 스스로 승인신 청을 철회했던 제주도가 또다시 이러한 의혹에 대한 적절한 해명 없이 영리 병원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녹지그룹에 대한 특혜이자 어떻게든 1호 영리 병원을 도입해보겠다는 '묻지마' 추진에 다름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 영리 병원 허용이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들은 "영리 병원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일관되게 추진되어 온 정책으로, 의료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며 "의료비 폭등을 야기하는가 하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국내 의료 체계를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 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는 특별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제주도가 외국 영리 병원을 허용하는 것도 제주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이들은 "영리 병원 허용이 의료법 개정이 아닌 경제자유구역법이나 제주특별법과 같은 우회로를 활용해야만 하는 것은 영리 병원이 가져다올 악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빨리 제1호 영리 병원의 성과를 내고 싶은 정부가 무리수를 두다가 발생한 것이 지난해 싼얼병원 사태라는 것이다.

▲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제주의소리

▲ 이날 영리병원 허용반대 기자회견이 잔행되는 동안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토지주를 배제하고 추진하는 첨단산업단지는 무효"라며 산업단지 철회를 주장했던 제주도시첨단산업단지반대대책위원회가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한다며 연대의사를 보냈다. ⓒ제주의소리

제주녹지병원 설립에 대한 반대 여론이 우세한 제주도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의료민영화저지 제주운동본부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7%가 영리 병원 허용을 반대했고, 제주도의회가 실시한 여론 조사(7월15일 발표)에서도 도민 응답자의 57.3%가 반대(찬성 19.7%)해 영리 병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회 여론 조사에서는 공무원들 역시 오차 범위 내에서 찬성 여론이 40.3%, 반대 33.4%보다 조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공직 사회에서도 영리 병원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도민 사회의 여론이 이러한데도 원희룡 지사가 지난달 15일 녹지 국제병원 설립 계획서 승인을 재요청한 것은 도민여론을 수렴하기는커녕 민의를 거스르는 독재 행정이자 민심 역주행에 다름 아니"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이들은 특히 메르스 사태를 언급하며 "영리 병원 도입은 의료 민영화의 빗장을 여는 것으로,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의료 대재앙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장을 폈다.

한국판 의료 대란이었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영리 병원이 아닌 공공 의료를 확충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의료는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고, 오롯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원희룡 지사에게는 영리 병원 설립 추진 중단을, 보건복지부에는 설립 승인 불허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원 지사를 겨냥해 "도민의 건강을 돈벌이로 팔아먹는 도지사는 더 이상 도민의 도지사일 수 없다"며 "제주도가 기어이 영리 병원 추진을 위해 나선다면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08년 김태환 도정은 국내 영리 병원을 추진하다 도민 저항에 부딪혀 특별법 제도 개선을 포기한 바 있다.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예로부터 임금은 백성들의 돌림병을 막는 게 최고의 의무이자 책무였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원희룡 도정은 제주에서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자본에 남겨주려 하고 있다.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호 의료민영화저지 제주운동본부 공동대표(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영리 병원은 제주의 10년 묶은 현안이다. 그런데 원희룡 도정이 출범한 후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1% 자본가에게 돈벌이 수단을 안겨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연대 발언을 통해 "오늘부터 강 정평화 대행진이 시작된다. 강정문제만큼은 기필코 해결하겠다고 한 원희룡 지사는 얼마나 도민들을 더 아프게 할 것이냐"며 "도민들을 만나면서 해군기지 반대, 영리 병원 중단 의지를 모아 반드시 중단시키자"고 호소했다.

앞서 제주시 도남동 일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한 것에 반발하고 있는 제주도시첨단산업단지반대대책위원회는 영리 병원 허용 반대 기자 회견을 지켜보며 "원희룡 도정에서 추진하는 영리병원도 반대한다"며 연대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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