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밀어낼 힘도 없는 친박 , '내부 공방'

유, 7일까지 사퇴하라는 친박 공세 일축

박근혜 대통령의 공격으로 시작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논란이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은 오는 6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를 하루 앞둔 5일, 여당 내의 내분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긴장감은 가실 줄 모른다.

앞서 여당 내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부결되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6일을 사퇴 시한으로 사실상 통첩했다. 유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해 통과시킨 법안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데 이어, 국회에서도 최종 부결됐다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나 구 친이계 등 비박 그룹에서는 △협상을 주도한 것은 물론 '원내 사령탑'이지만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결론이었고, △본회의에서도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는 점 등을 들어 유 원내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은 내일까지 이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본회의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경우, 의원총회를 통한 탄핵도 불사한다는 강경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의총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유임이 다수 의견이었지만,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개별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친박 중진 한선교도 "劉 밀어낼 수 없어…'친박핵심' 자처하는 분들이 문제"

그러나 이같은 강경론에 대해 친박계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일부 일고 있다. 범(汎)친박으로 분류되는 3선의 한선교 의원은 지난 3일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친박 핵심'을 자처하는 여러분, 진심으로 말씀드린다"며 "지금의 상황은 유 (원내)대표를 밀어낼 수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사퇴해 줄 것을 설득해야 할 상황 같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들리는 소리가, 오는 6일 유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한다고 한다"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회법 사태 의총에서도 봤듯, 초선 몇 명 앞장세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히 한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계가 오히려 소수파로 분류되는 현실에 대해 "문제는 자신 스스로 '친박 핵심'이라 자처하는 분들에게 있다"며 "박(대통령)을 위한 친박이 아닌, 오직 나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친박이 지금의 '소수 친박'을 만들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한 의원은 "어느 초선의원에게 '당신은 친박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글쎄요, 거기 낄 수가 있어야지요' 였다"며 "10여 명의 우리만이 진짜 친박이라는 배타심이 지금의 오그라든 친박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정을 받건 못 받건 친박을 자처하는 제가 이런 글을 올린 점 송구스럽다"면서도 "친박이 되고 싶어도 낄틈이 없어 바깥에 떠돌고 있는 '범박'들을 다시 찾아 나서라"고 서청원 의원에게 공개 촉구하기도 했다.

유승민 "국회법, 지난달 25일 의총 결론대로 하겠다"

친박계의 '6일 사퇴 시한' 주장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전혀 개의치도 않는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는 5일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희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지난달 25일 의총에서 결론난 대로 하겠다"며 "표결을 안 하기로 한 것이 의총 결론"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한 6월 25일 의원총회를 다시 언급한 것.

유 원내대표는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그러나 친박계가 자신의 사퇴를 논의하기 위한 의총을 소집할 경우 어떡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소집요구서가 정당하게 오면 여는 것도 생각해 보겠다"며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추경 예산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를 7월 8일부터 소집하고,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 소집 등에 대해서 일정을 (야당과) 막판 조율하고 있다"면서 "법정 시한인 8월 31일까지 결산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상임위에서 노력해 달라"고 말하는 등 7월 6일 이후의 국회 일정에 대해서도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친박계의 사퇴 시한 제시를 일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劉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해보니…"사퇴 반대" 51.1%

유 원내대표가 이처럼 의연하게 대처하는 배경에는 현재 여론 지형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형성돼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갤럽·리얼미터·기독교방송(CBS) 등의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보다 높이 나타난 바 있고, 이날은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가 추가로 발표됐다. (☞관련 기사 : △한국갤럽 조사, △리얼미터 조사, △CBS-조원씨앤아이 조사)

대구·경북지역에서 주로 활동해온 여론조사 업체 '폴스미스'의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대구 동구을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일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유선전화 무작위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한다는 의견(51.1%)이 찬성(45%)을 앞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가 '자기 이익을 위한 정치를 했다'는 박 대통령의 비판에 동의한다는 답은 38.6%에 그쳐, '개인 이익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답 50.3%에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를 넘어 뒤쳐졌다. 이번 국면의 바람직한 해결책을 묻는 문항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을 철회하고 유 원내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답이 51.4%, '유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답이 43.2%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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