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증 폐렴 환자,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라!"

[인터뷰] 호흡기 전문의 "정부, 최악의 상황 가정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방역 당국이 현재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를 겉보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 소재 한 대학 병원의 호흡기 내과 의사 L씨는 <프레시안>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방역 당국이 '메르스 대응 병원 기반 중증 폐렴 감시 체계'를 발동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메르스 대응 병원 기반 중증 폐렴 감시 체계'는 5일부터 전국의 100병상 이상의 병원에서 시행 중이다.

다음은 이 의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프레시안 : 방역 당국이 '메르스 대응 병원 기반 중증 폐렴 감시 체계'를 발동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의사 L : 현재는 삼성서울병원을 거친 환자만 문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병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나서 감염 위험성을 모르고 생활하던 사람들이 지역 사회에서 타인을 전염시키는 일입니다. 이 경우에 바로 4차 감염으로 인한 지역 사회 유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조치는 바로 이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프레시안 :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의사 L : 기자님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하다가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대개 자신의 증상을 폐렴이라고 여기고 병원을 오게 됩니다. '메르스 대응 병원 기반 중증 폐렴 감시 체계'는 바로 이런 환자 가운데 메르스 환자를 찾도록 한 것이죠.

프레시안 : 구체적인 기준이 있습니까?

의사 L : 응급실로 내원하거나 현재 입원 중인 중증 폐렴 환자 가운데 ①원인을 알 수 없거나 ②통상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③50세 이상의 다른 질환(만성 폐질환자, 만성 신장 질환자, 만성 심장 질환자, 당뇨, 스테로이드 치료 등)으로 인해서 면역 저하가 있는 이들입니다. 이들을 잠재적인 메르스 감염자로 간주하고 검사를 하는 것이죠.

프레시안 :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이런 조치가 시행되나요?

의사 L : 아닙니다. 대개 이런 환자는 결국에는 지역의 종합 병원으로 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100병상 이상 병원에서 이런 환자를 관찰하면서 필요하면 메르스 검사를 하게 되죠.

프레시안 : 일종의 선제적 조치군요. 그렇다면, 이런 조치는 방역 당국이 지역 사회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이번 사태를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요?

의사 L : 그렇습니다. 방역 당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나서 거의 처음으로 시행하는 선제적 조치인 것 같습니다. 물론 메르스 사태가 진행되는 중에 호흡기학회 등 여러 학회에서 이런 조치의 필요성을 질병관리본부 등에 건의했었죠.

프레시안 : 묻겠습니다. 그럼, 지금의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건가요?

의사 L : 메르스의 위험을 쓸데없이 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방역 당국이 메르스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메르스 대응 병원 기반 중증 폐렴 감시 체계'를 발동한 것은 현장의 전문의 입장에서는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프레시안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프레시안(장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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