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또 나타난 '큰빗이끼벌레'…"호수화 증거"

[언론 네트워크] 환경청 "기온 상승에 따른 증가, 독성 없다"

4대강사업 후 창궐했던 '큰빗이끼벌레'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한달 빨리 낙동강에 다시 나타났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일 달성보 상류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 물속 30cm 바위에서 가로, 세로 10cm 가량의 어른 주먹만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사문진나루터 상류 선착장 인근에서도 죽은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 1일 달성보 상류 낙동강 사문진교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대구환경운동연합

특히 "큰빗이끼벌레 주변에는 시퍼런 녹조류가 굉장히 많이 덮여 있었다"며 "녹조류에 덮여 강물 속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강물 속에는 더 많은 큰빗이끼벌레들이 군락을 이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서 기온이 점차 올라가면 큰빗이끼벌레 증식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낙동강이 큰빗이끼벌레와 녹조에 뒤덮여 생태계가 교란,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보다 한달이나 더 빠른 기간에 큰빗이끼벌레가 출몰한 것은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의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큰빗이끼벌레의 출몰은 강물의 부영양화와 조류의 대량 번성을 가져와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을 방해하는 생태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4대강 전체 보의 수문을 개방해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면서 "강물에 유속이 생겨야 호수화 현상의 일환인 큰빗이끼벌레 번식과 대량 녹조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큰빗이끼벌레와 녹조 개체수 증가를 확인하기 위해 매주 한 번씩 낙동강 일대를 탐사하고 있다.

▲ 1일 수초와 바윗돌에 붙어 자라는 큰빗이끼벌레.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2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낙동강에서 지난해보다 한달 빨리 발견된 것은 낙동강의 호수화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큰빗이끼벌레는 정체된 호수에서만 발견되는 종으로 낙동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온이 더 올라가면 기하급수적으로 벌레가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생태계는 더욱 망가질 것"이라며 "벌레 증식이 4대강 보 탓이니 하루 빨리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규원 대구지방환경청 수질관리과 담당자는 "환경부 실험 결과 이미 큰빗이끼벌레는 유해성과 독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연구 결과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강에 출현해도 수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기온 상승으로 인한 벌레 개체수 증가와 녹조 증가는 자연 현상"이라며 "본청에서 꾸준히 관리하기 때문에 수질과 생태계에 큰 오염이나 변화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빗이끼벌레는 물속에 있는 돌과 수초에 붙어사는 북미가 원산지인 태형동물의 일종으로, 1㎜짜리 개체 수천개가 단백질 같은 막으로 뭉쳐진 형태로 자라며 섭씨16도 이하가 되면 자연 폐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공호수나 저수지 등 물이 흐르지 않는 정체된 곳에서만 발견돼 호수지표종으로 분류돼 왔다. 낙동강과 같이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기록이 없다.

▲ 지난해 달성보 상류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2014.7.7) ⓒ평화뉴스(김영화)

이 벌레가 4대강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여름으로 낙동강, 한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사업 전역에 출현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충남도 큰빗이끼벌레 민관 공동조사단'이 지난해 11월 "큰빗이끼벌레가 분해되면서 물속의 산소 농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수생 동식물에 영향을 주는 유해성분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실험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벌레 유해성을 둔 논쟁은 심화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한달 뒤 "국립환경과학원, 4대강물환경연구소, 유역지방환경청, 학계, 민간연구소에 의뢰해 큰빗이끼벌레 유해성을 실험한 결과, 유해성과 독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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