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여야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히고 나선 데 대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 기사 : 朴 "국회법 개정안, 받아들일 수 없다")
문 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가 좀 심하다"며 "입법권은 기본적으로 국회에 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여야 합의 취지에 대해 "시행령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그 동안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비롯해 시행령이 법 취지에 맞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에 국회법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그만큼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 때 법의 취지를 존중,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시행령을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 순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이날 오전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구의) 강제성 유무에 대한 여야 입장이 통일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당시 여야가 합의한 입법 취지는 명백히 강제력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문 대표는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하위규정인 시행령이 상위규정인 법률의 취지를 위반한 사례를 당 정책위 차원에서 모아 발표하는 등 '법 위의 시행령' 이슈에 대해 여론의 동조를 호소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말하고 있는데, 이는 의회민주주의 부정이며 행정부를 초(超)헌법적 기구로 여기는 발상"이라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기왕의 국회법을 더 합리적으로 개정한 것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도 "(국회법 개정 당시) 대다수 법사위원들이 위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에 통과된 것"이라며 "이제 와서 위헌 운운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국회의 권능과 입법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구체적 사례로 △누리과정 사업에 대해 정부가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법',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지방재정법' 등 4개 법률의 시행령을 각각의 상위법에 위배되는 내용으로 제정·개정했다는 점,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통해 법률의 '교직원' 규정을 '교원'으로 축소했다는 점, △내국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정한 피해보전직불금 지급과 관련, 농식품부 규칙을 통해 협정에는 없는 '수입기여도 적용'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허용 범위가 제한돼 있음에도 이 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기관에 추가 부대사업을 허용하려 한다는 점, △'노동조합법'에는 해직 노동자가 소속된 노동조합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없음에도 이 법 시행령을 통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규정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 상위법과 시행령(시행규칙)의 상충 사례는 아니지만, 유사한 맥락으로 묶일 수 있는 사례로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를 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이 아닌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점,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정부가 강행하려 하는 점,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洑)를 준설하는 것은 재해예방사업으로 '국가재정법' 및 동법 시행령이 정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법률·시행령을 해석한 점 등도 지적됐다.
강 의장은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정부의 행정입법은 의회의 동의 또는 승인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18대 국회(2008~2012년) 당시 정부가 제정한 시행령·시행규칙 등 행정입법 가운데 141건에 문제가 있다는 국회 자문기구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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