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4년 만에 '무죄' 확정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 최종 결말…관련자들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주인공 강기훈(51) 씨가 사건 발생 24년 만에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자신의 동료 유서를 대신 써주며 자살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강 씨를 처벌했던 과거 법원의 판단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강 씨가 재심을 청구한지 7년여 만에 나온 '무죄 확정' 판결이었다.

▲ 강기훈 씨. 2012년 12월 20일, 유서 대필 사건 첫 재심 재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강기훈 씨는 지난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 김기설 씨가 분신한 당시 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혐의를 받았었다. 당시 검찰은 강 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기설 씨가 남긴 유서의 필적과 강 씨의 진술서 필적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강기훈 씨는 결국 '자살방조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복역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해 다시 뒤집혔다. 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국과수가 두 번째 감정 결과를 내놓았는데, 1991년 감정 결과와 정반대의 결론이 난 것이다. 김기설 씨의 친구가 위원회에 제출한 김 씨의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과 유서의 필적이 같으며, 유서와 강기훈 씨의 필적은 다르다고 국과수가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진실화해위원회는 "유서는 김기설 씨가 쓴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고, 강 씨에 대한 재심을 권고했다. (☞관련기사 :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진실 上,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진실 下)

2012년 10월 대법원은 강 씨의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국과수도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세 번째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결론은 두 번째 감정 때와 같았다.

결국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은 "1991년 국과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강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필해 김 씨 자살을 방조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투병 중으로 알려진 강 씨는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에 따라, 이 사건의 최초 수사와 연관된 인사들에게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신욱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거론된다. 유서 대필 사건이 터진 그때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해 관련 수사를 총괄했던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기춘 씨다. (☞관련기사 : 강기훈 23년 짓누른 검찰…정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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