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 측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에 휩싸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당내 경선 자금의 출처로 자신의 부인을 끌어들였다.
홍 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에서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2011년 새누리당 대표 경선 기탁금 1억 2000만 원에 대해 "집사람의 비자금"이라고 해명, "이번에 알게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홍 지사의 설명에 따르면 "집사람"이 가지고 있는 '비자금'의 규모는 약 3억 원이었다. 2011년 6월 기준이다. 우리은행의 대여금고에 보관돼 있다고 했다. 서민들에게는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의 현금 보관 형태인데다, 대여금고가 존재했다 하더라도 문제의 3억 원은 재산신고 때 모두 누락된 것이다. 홍 지사 본인도 "비자금"이라고 표현했다.
'비자금' 구성 내역은 어떨까. 먼저 10년 간 변호사 활동으로 번 돈 일부가 들어 있다고 한다. 홍 지사 몰래 부인이 모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부인 재산에 대한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두번째, 2008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직했을 때 나온 판공비의 일종인 '국회대책비'가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는 공금 착복, 공금 횡령에 해당한다.
홍준표, 부인까지 끌여들였지만, '성완종 올무'는 그대로
홍 지사는 왜 이런 '자백'을 해야 했을까.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검찰은 홍 지사를 소환 조사한 후 "홍 지사의 모든 변명은 수사팀이 예측한 범위 안에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2011년 경선 자금을 추적한 결과 '비어 있는 1억 원' 부분을 발견했고, 그에 대한 홍 지사의 소명을 들었지만, 신빙성이 낮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검찰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홍 지사는 스파이 영화에 간혹 등장하는 '대여금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여금고는 그 특성상 보통 귀중품을 보관하며, 현금을 보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홍 지사의 주장은 쉽게 말하면, 성완종 전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것(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이 아니고 부인의 돈을 받았다는 것(공직자 윤리법, 공금 횡령)이다. 심지어 부인의 비자금과 관련해 홍 지사는 '몰랐다'고 했다.
홍 지사의 해명은 홍 지사가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방증한다. 홍 지사가 부인까지 끌여들여 소명한 경선 자금 출처에 대한 설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홍 지사가 '성완종의 올무'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선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일 뿐, 1억 전달 여부는 여전히 별도로 존재한다. 홍 지사가 문제의 1억 원을 받았을 가능성, 경선 자금이 아니라 다른 데 썼을 가능성 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이 홍 지사의 '용처 해명'보다 윤 전 부사장의 '돈 전달 입증'에 주력하는 이유다.
부인의 비자금을 끌어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검찰 소명 과정에서 홍 지사가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총력 방어를 했다는 방증이 된다.
만약 홍 지사 주장대로 1억 원은 '배달 사고'이며, 소명 안된 경선 자금은 '불법 비자금'으로 충당된 게 사실이라면, 홍 지사는 형량을 낮출 수 있게 된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중죄로 취급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공직자윤리법 위반 및 소액 횡령 혐의를 인정받아, 금고 이상의 형을 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역 선출직 정치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홍 지사의 해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부인까지 끌어들인 홍 지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성 전 회장 측이 돈을 전달한 시점과 목격자, 홍 지사와 홍 지사 측근의 동선 등을 재구성해 돈 전달 경로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가 부인을 끌어들인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홍 지사는 여당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2009년 4월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이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아버지를 보고 돈을 준 것이지 부인이나 아들을 보고 줬겠느냐"며 "가장인 아버지에게 포괄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부인의 비자금 조성 여부를 "몰랐다"고 하는 대신, "가장인 제가 포괄적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게 옳은 것 아니었을까.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들이 자신에게 되돌아 오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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