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아베 띄우기'와 TPP 찬밥 된 한국, 왜?

[인터뷰]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가 본 미국의 TPP 전략

지난 4월 15일 <워싱턴포스트>에는 다자 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제목은 "TPP에 참여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한국 정부에 워싱턴이 기다리라고 했다"였다. 2년여 전만 해도 한국의 TPP 참여를 권고했던 미국이 이제는 진행 중인 협정이 체결된 후에나 가입하라고 했다는 뜻이다. 반면 미일 간의 TPP 교섭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경제력을 앞세워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미국의 필리핀 지배, 일본의 한국 지배권을 상호 승인한 밀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동맹을 추구하며, 자국의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일 정상 회담에서 TPP 교섭의 진전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공동 성명이 나오고, 4월 29일에는 전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총리가 이례적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미일 간의 외교와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현재 2007년 만료된 대통령의 '무역촉진권한(TPA, Trade Promotion Authority)'의 부활을 목표로 하는 법안이 논의 중인데 빠른 시일 안에 통과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TPA에 찬성하고 민주당은 반대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TPP 체결을 자신의 정치적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 설득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7∼8년 이상 끌어온 최대형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인 TPP의 최종 타결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볼 때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TPP 타결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순수한 경제적 동기인가, 아니면 미일 방위 협력 지침 재개정을 비롯한 '아시아 중시 정책' 등 다목적 외교 전략의 하나인가? 참여를 압박해오던 미국은 왜 협상 타결 전 TPP 참가가 아니라 협상 종결 후 가입을 원하는가? 그 이유가 철저한 경제적 비용-편익 분석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비경제적 요인, 특히 협상 절차상 편의에 따른 일시적 유보인가?

이 같은 질문을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에게 던졌다. TPP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정밀 분석하는 것을 중심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졌으며,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4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이뤄졌다.

TPP의 경제적 의미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전희경 :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이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 <표 1> TPP 참여국(2015년 5월 현재). ⓒ대외경제연구소 보고서


박영철 : 표 1에 잘 나타나 있듯이 TPP는 2005년 5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칠레 등 경제 규모가 매우 작은 4개국이 시작한 자유 무역 협상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2월 소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한복판에서 이 협상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면서 참여국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일본의 참여 의사 표명으로 TPP는 12개국이 참여하는 거대한 다자 간 무역협상으로 변신했습니다.

전희경 : TPP의 경제적 목표는 다른 자유 무역 협정과 같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습니까?

박영철 : 맞습니다. TPP 협정의 1차적 목적은 경제 개방입니다. "최고 수준의 시장 개방과 가장 진보한 통상 규범을 제정하여 모든 참여국의 경제 발전과 무역 신장을 촉진한다", "공산품, 농업 제품을 포함해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정부 조달, 지적 재산권, 노동 규제, 금융 및 의료 서비스 등의 모든 비관세 장벽을 철폐한다", "참여국의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등의 표현에서 자유 무역 협정의 편익을 최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이번 TPP는 다른 자유 무역 협정과는 달리 뚜렷한 정치적 목적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동북아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중국의 정치 및 경제적 주도권을 견제하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합니다.

예를 들면 TPP가 지향하는 최고 수준의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를 앞세운 통상 규범의 제정은 중국의 현 경제 여건이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워싱턴포스트>의 경제 칼럼니스트 로버트 사무엘슨은 '국제 무역의 분수령'이란 칼럼에서 TPP는 '지정학적 목적'을 가져야 한다면서 경제적 목적보다 그것이 더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록 중국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말하는 TPP의 지정학적 목적이란 동남아시아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의 정치 주도권을 차단 또는 견제하기 위해 미일 정치·경제·군사 동맹의 강화가 절실하다는 뜻입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전희경 : TPP의 경제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TPP 참여국의 경제와 무역 규모, 그리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설명해주십시오.

박영철 : 표 2가 TPP 참여국의 경제와 무역 현황, 그리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위상을 보여줍니다. 두 가지 특성이 눈에 띕니다.

하나는 TPP 참여국의 총 GDP는 세계 총 GDP의 36.3퍼센트로 거대한 경제 블록을 형성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중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와 싱가포르 등 5개국이 TPP 총 무역의 85.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특히 주목할 사항은 미국이 일본을 제외한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싱가포르와는 벌써 FTA를 맺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달리 말하면, 미국에 중요한 것은 결국 일본과 신속히 FTA를 체결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또 하나는 TPP 참여국들이 전 세계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무역 비중은 25.6퍼센트이고, GDP 대비 총 무역은 28.6퍼센트로 세계 평균 무역 비중 40.5퍼센트에 크게 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TPP 참여국 간 역내 무역은 3조4000억 달러로 전 세계 총 무역의 10.8퍼센트 정도입니다. 이 두 수치는 이 경제 블록의 총 무역과 역내 무역의 잠재 성장력이 앞으로 크게 확장될 가능성을 예시한다고 봅니다.

▲ <표 2> TPP 참여국의 경제와 무역 규모(2014). ⓒ한국무역협회


미국 정가의 '아베 띄우기'와 TPP

전희경 : 교수님은 미국이 무역 증가를 통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일본과 FTA를 맺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시는군요. 지난 4월 29일에 있었던 일본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정가에서 아베 총리 띄우기를 전력을 다해 추진한 본심이 무엇일까요? 이번에 아베 총리의 동의를 얻어내 TPP 연내 타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박영철 : 이번 오바마 행정부의 아베 총리에 대한 이례적인 국빈 대우는 미일 간 정치와 경제 동맹을 강화하여 동북아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의 정치 및 경제 주도권을 견제한다는 확실한 목적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TPP의 올해 타결에 대한 일본의 확고한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고 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국 대통령의 '무역촉진권한(TPA)' 법안 통과를 이른 시일 안에 확정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의사 표출이기도 합니다. 이번 아베 총리 띄우기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전희경 : 최근 국제 무역에 관한 미국의 시각과 전략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국 경제는 내수 중심, 특히 개인 소비 위주 구조여서 해외 의존도(수출과 수입의 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가 겨우 20퍼센트 선으로 선진국 중에서 제일 낮습니다. 독일은 2014년 해외 의존도가 58퍼센트이고, 한국은 65퍼센트이며, 싱가포르는 213퍼센트였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FTA에 관한 관심이나 경제 성장 엔진으로서 수출 전략의 중요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수출의 GDP 공헌도가 마이너스인 해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미국의 시각과 전략에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사실인가요?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하고 중요한 지적입니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계에서는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연방 정부 예산과 경상수지 적자)와 저조한 수출 경쟁력이 미국의 잠재 성장력을 저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달러가 국제 기축 통화이기에 경상수지 적자로 발생할 외환 고갈의 위험이 없고, 경상수지 적자의 무서운 파괴적 충격을 그에 상응하는 자본수지 흑자로 보완할 수 있고, 값싼 수입품 덕분에 미국 소비자의 풍요로운 일상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015년 현재도 미국이 체결한 FTA의 규모나 성과는 매우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1973년에 시작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비록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GDP의 3~4퍼센트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그림 1> 미국의 자본수지. ⓒBureau of Economic Analysis


수출과 무역수지에 관한 미국의 전략 변화

전희경 : 2015년 현재 미국의 FTA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박영철 : 미국은 20개국과 개별 또는 다자 간 FTA를 맺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경우는 단연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묶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입니다. 그다음은 한미 FTA, 그리고 호주와 맺은 FTA입니다. 그 외에 칠레, 이스라엘, 파나마 등 조그만 나라 16개국과 FTA를 맺었습니다. 세계 무역의 10.2퍼센트를 차지하는 나라로서는 매우 미약한 FTA 수준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거대한 다자 간 FTA를 추진 중인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는 물론 TPP이고 하나는 유럽연합과 추진 중인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입니다. TPP의 경제와 무역 규모는 위에 제시한 대로 각각 세계의 36.3퍼센트와 25.6퍼센트이며, TTIP의 경우는 각각 22.4퍼센트와 25퍼센트입니다. 이 둘의 FTA가 체결되는 경우 미국이 세계 경제의 58.7퍼센트와 세계 무역의50.6퍼센트를 FTA로 묶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엄청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전희경 : 한국이나 중국, 독일 그리고 한때 일본에서도 수출이 경제 성장의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엔진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영철 : 맞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에는 GDP 성장률에 대한 무역수지의 공헌도가2000∼2014년 기간 중 2009년의 예외적인 -3.5퍼센트를 빼면 평균 1.5퍼센트포인트였습니다. 즉 GDP 성장의 20퍼센트 정도가 무역수지 덕분이었습니다. 주목할 것은 최근 중국 경제 성장에서 수출의 비중이 현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며, 중국 경제 성장이 연 10퍼센트 선에서 7퍼센트 선으로 하락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에는 2000∼2012년 기간 중 GDP 성장률이 1.3퍼센트였습니다. 이 중 0.6퍼센트포인트가 무역수지의 공헌도입니다. 즉 수출이 GDP 성장률의 절반을 설명한다는 뜻입니다. 독일의 경우 중국보다 더 수출의 중요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 <그림 2> 중국 순수출의 GDP 기여도. ⓒhttps://www.ceicdata.com/en/countries/china


전희경 : 40년 넘게 줄곧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미국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박영철 : <그림 3>을 보시면 미국의 무역수지가 1973년 이후 항상 적자였습니다. 무역수지가 경제성장의 엔진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돼 온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2014년 미국은 매우 양호한 GDP 성장률 2.5퍼센트를 기록했습니다. 댈러스 연준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 성장률의 약 80퍼센트가 개인 소비에 의한 반면 무역수지는 오히려 마이너스(-33퍼센트)의 공헌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부터,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초래한 대침체 이후 미국 경제학계와 관변 연구소에 가계 소비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과 제조업 쇠락에 대한 깊은 회의와 우려가 번지면서 대외 무역과 자유 무역 협정이 GDP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과 그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기 시작하고 미국 행정부의 수출 전략이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8년 2월에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TPP 참여 발표인 셈입니다. 거기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의 '수출 배가 운동' 선언이 바로 이 같은 미국 수출 전략의 대변혁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 일본 아베 총리에 대한 국빈 대우는 이 같은 전략의 구체적인 실천 단계인 셈입니다.

▲ <그림 3> 미국 무역수지 장기 추세(1960∼2014). ⓒhttp://www.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balance-of-trade


한국, TPP 참여 서둘러서 좋을 것 없다

전희경 : 지금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대통령의 '무역촉진권한' 법안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박영철 : 잘 아시겠지만, 미국은 국제 조약의 경우 의회의 인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제 무역 협정의 경우에는 인준이 아니고 동의가 필요합니다. 의회는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행정부가 합의한 협정에 대한 수정 보완을 할 수 있고 따라서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의회는 대통령에게 '무역촉진권한'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 권한이 통과되면 의회는 수정 보완 없이 찬반 투표만을 90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전희경 : 미국의 진보 진영과 노동조합,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TPP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영철 : 이들은 자유 무역 협정이 행정부의 설명과는 정반대로 '외부 위탁' 증가 등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무역수지의 적자를 축소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구체적인 예로 1993년에 체결한 NAFTA와 2007년 타결된 한미 FTA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무역촉진권한'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자유 무역 협정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공화당은 찬성하고 민주당은 반대하는 상황이 이번 TPP 경우에도 재연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데이비드 나카무라 기자에 의하면 공화당 지지 의원 외에 적어도 민주당 의원 50여 명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인데, 현재 확보된 의원 수는 20명 안팎이라고 합니다. 이번 TPP 체결을 자신의 최우선 입법 유산으로 남기고자 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비협조적인 민주당 의원들을 초청하여 다음 총선에서 지지를 약속하며 법안 통과에 협조를 당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 이 법안 통과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특히 이번에 아베 총리 띄우기의 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희경 : 끝으로 한국의 TPP 참여 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박영철 : 지난 2년간 한국의 TPP 참여 여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적극 지지자들은 협상 타결 전 참여를 주장했습니다. 이제 협상장에서 우리의 이익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은 물 건너간 것 같습니다. 그러면 TPP가 올해 타결된 후 가입하는 것은 어떤가? 저는 지금 상황 흐름으로는 한국의 가입 여부가 어쩌면 미국과 일본이 현재 두고 있는 체스 게임에서 별 쟁점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 눈에는 한국이 가입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워싱턴을 찾은 한국 TPP 협상팀에게 '당신들의 방문은 별로 반갑지 않다'는 뜻을 전하지 않았습니까. 신규 회원국은 협상 종결 후에 가입하라며 문을 닫은 셈입니다. 서둘러서 좋을 것이 없다고 봅니다.

한미 FTA의 성과에 대한 미국의 회의가 존재하며, TPP 목적에 이미 체결된 FTA의 수정과 보완이 들어 있습니다. 한미 FTA 이후에 미국은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부담을 안게 될 분야는 지적 재산권, 국영 기업, 금융 서비스 등 입니다. 또 다자 간 협상인 TPP는 결국 한일 FTA 및 한국-멕시코 FTA라 볼 수 있습니다. 이들과 추가적인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농축수산업 부문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77억 달러였고,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TPP로는 대일 무역적자가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원광대학교에서 은퇴한 후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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