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3개월, 유럽 한 바퀴…"역사와 자연에 취하다"

[온 가족 세계여행기] 서유럽으로 향하다

태국을 떠나 독일로 향한다.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밀집된 곳! 바로 유럽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 우리는 방콕에서 인도 델리를 경유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간다. 직항보다는 경유하는 비행기가 저렴해서 경유를 선택한다. 경유지를 거쳐서 가기 때문에 상당한 비행시간이 예상된다. 비행기타는 시간이 길어서 피곤할 것만 걱정했지 그 외 별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는데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방콕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다. 인도항공은 우리에게 독일 왕복항공권을 요구한다. 우리는 장기여행을 하는 중이라서 편도 티켓 밖에 없다고 몇 번 씩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 비행기 탑승시간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규정 탓하며 시간을 끌고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과 계속 논의만 한다. 결국 렌터카 계약서도 보여주고 규정상 필요하다며 우리의 크레딧 잔고를 확인하고서야 티켓을 건네준다. 이렇게 탑승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겨우 티켓을 받아들고 부랴부랴 비행기에 오른다.

이렇게 출발한 비행기는 델리공항에서 환승한다. 이미 비행기는 출발했고 환승이야 그냥 형식적이려니 했는데 소지품검사부터 삼엄하다. 타투에 껄렁하게 생긴 젊은이는 가방을 통째로 뒤집어서 하나씩 검사를 하고 몸수색도 아주 심하게 당했다. 여자는 천막으로 들어가서 여경이 꼼꼼히 수색한다. 무슨 군사정권시절 소지품검사도 아니고 말이다. 경유하는 델리 공항에서 또 한번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왕복항공권을 내놔라, 숙박예약을 보여달라, 미국 이스타 비자를 보여달라 등. 자신들은 규정대로 해야 한다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우리는 이미 방콕에서 크레딧 잔고까지 모두 보여주고 탑승했다고 하는데도 30분도 넘게 계속 추궁이다. 아니인도에 입국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까다롭게 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그 이후 비행기로 대륙 간 이동을 할 때마다 매번 왕복항공권이나 아웃 티켓이 없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우리는 장기간의 여행이라서 왕복항공권이 없고, 아웃 티켓도 당연히 있을 수가 없다는 우리 생각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규정을 문제 삼았고, 나중에는 약간의 감정 섞인 싸움까지 오가기도 했다. 심지어 "너희가 그렇게 부자냐"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할 말 다한 셈이다. 이때까지도 우리는 그들의 비상식과 의심을 비난하며 여행자에게 까탈스러운 그들을 성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운이 좋았는지 우리가 너무 당당하게 굴어서 그냥 보내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왕복항공권이나 아웃 티켓이 없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입국불허였다. 이런 과정에서 입국허가를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 탑승구에서 거부당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만약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항공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출국했던 나라로 그들을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하는 것이 항공운항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고서야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그들의 심통(?)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때로는 무지가 용감한 행동을 부르기도 하는 듯하다.

우리는 유럽을 석달 동안 렌터카로 여행했다. 자동차는 기동성이 좋은데다가 쉥겐 조약에 가입된 유로존은 90일간 어디든지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유럽의 상당한 물가에 4인 가족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짐을 모두 짊어지고 도시마다 숙소를 찾아가는 수고까지 감안하면 단연 자동차 여행이 최고다. 이렇게 독일을 출발해서 어떤 경로로 유럽을 돌아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쪽으로 향한다.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또 다시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고 다시 독일 중북부를 지나간다. 그 후 독일의 동쪽을 지나 체코와 헝가리 그리고 그 시기 모든 사람들의 선망이었던 크로아티아를 거쳐 이태리를 마지막으로 유럽의 3개월 자동차 여행을 마무리한다.

서유럽의 여러 나라들

처음 도착한 곳은 독일! 도대체 그동안 나의 머릿속에 독일은 무엇이었을까? 독일하면 떠오르는 단어들. 게르만 민족, 1,2차 세계대전, 나치독일! 그러나 독일은 나의 상상과는 달리 아기자기하면서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었고 어느 곳에서나 무한 친절을 베푸는 그런 곳이었다. 규율을 중시하고 그 규율 내에서는 무한자유가 허용되며 여행을 좋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그런 곳이었다. 어느 나라보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안전하고 독일의 대부분의 도시 아름답고 깔끔했으며 그들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고성들은 고색창연함으로 빛났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고즈넉한 풍경. ⓒ가온가람이 가족

작은 나라 스위스! 자연경관만큼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최고의 절경. 특히 환경을 중시하고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그들의 태도는 참 대단하다. 다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무미건조하고 무표정한 태도는 스위스를 지나오며 내내 느꼈던 감정이다.
▲ 스위스. 지형을 그대로 둔 채 만든 놀이터. ⓒ가온가람이 가족

프랑스는 내가 본 나라 중에서 가장 멋진 나라다. 프랑스가 멋진 가장 큰 이유는 무질서와 산만함마저 자유로움으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태도이다.
남쪽에는 투명하고 깨끗한 물빛을 가진 지중해가 있고, 서쪽에는 유럽최대의 모래언덕인 아르까숑이 있으며 서북쪽에 대서양의 둥근 수평선과 파도가 만들어놓은 대자연의 선물인 코끼리 형상의 오묘한 바위들이 있는 에트라탓이 있다.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도시는 파리였는데, 수많은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곳. 에펠탑, 세느강, 루부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노틀담 성당, 몽마르뜨 언덕,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거리 여기저기에 있던 공연, 전시, 연극 등 문화적 공간들.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로운 매력에 빠져드는 곳이 바로 파리였다.
▲ 파리 에펠탑. ⓒ가온가람이 가족

스페인은 중앙에 집중하고 있는 마드리드와 변방 빌바오와 바르셀로나! 3역3색(?). 과거 오랜 역사 속에서 스페인의 중앙과 변방은 독립을 요구하는 지난한 전쟁이 있어왔고, 아직도 사람들의 피 속에는 서로 경쟁하고 반목하는 감정이 살짝 내재되어 있다. 각자의 색깔과 확실한 지방자치로 마치 스페인내의 다른 나라들처럼 움직이는 그들을 마음껏 호흡하며 그곳을 지나갔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온가람이 가족

포르투갈은 다소 유럽같지 않은 소박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리스보아를 비롯해서 가장 포르투갈의 색깔을 잘 보여준다는 작은 마을 아비도스, 유럽의 최서단 까로보다로까지 차분하고 소박하다. 특히 포르투갈의 시골 작은 마을인 몬산토에서는 시골할아버지의 감동어린 눈빛으로 눈물까지 쏟아내고 말았으니 가슴 한가득 그들의 감정이 마음속으로 들어왔던 곳이다.
▲ 포르투갈 오비도스의 아기자기한 골목길. ⓒ가온가람이 가족

벨기에는 EU연합이 있는 사실상 유럽의 수도라지만, 브뤼셀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중동계, 동양계의 이민을 대폭 허용하여 인구구성까지 변화되었지만,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많은 중동계 사람들과 식당종업원들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이민자들과 저소득층에게까지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아보이진 않았다. 더군다나 벨기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의 3개 강대국에 눌려 허리한번 펴지 못하고 웅크려서 겁먹은 어린아이 같은 느낌의 옹색함이 다소 존재했다.

네덜란드도 우리의 상상과는 사뭇 달랐다. 풍차의 나라, 마치 동화 속을 재현해 놓은 듯 고즈넉하며 멋진 풍광들. 도시초입부터 갖가지 멋진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개폐식 다리까지. 그러나 우와!하는 탄성이 불쾌감으로 바뀌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독일인과 유사하게 키도 크고 신체도 건장하여 체격은 비슷한데, 어디에서나 친절했던 독일인과 달리 네덜란드에 있는 동안 친절한 사람을 거의 못 만났다. 친절보다는 거만함이 묻어나는 그들의 태도에 울컥하기도 하고 큰애는 아직도 풍차마을 동네의 거친 태도를 성토하기도 했다.
▲ 네덜란드 풍차 마을. ⓒ가온가람이 가족

(이 편은 서유럽의 간략소개입니다. 다음은 독일의 동쪽에서 동유럽으로 이어지는 간략 소개를 할 예정입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 가온가람이 가족 세계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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