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재인 '소득주도 성장론' 공개 비판

'공정성장론' 주창… 차별화 성공할까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문재인 현 대표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 비판적 발표를 해 눈길을 끌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문 대표가 당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논의라는 점에서, 차기 대선주자 간의 노선 경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7일 새정치연합 '정책 엑스포'의 일환으로 열린 정책토론회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발제자로 나서 "MB 때의 낙수경제론이 (옳은 방안이) 아니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며 "소득 주도 성장론은 맞는 방향인데, 그건 (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임금을 인상하면 구매력이 생겨 내수가 촉진되고 선순환될 수 있다는 논의"라고 소득 주도 성장론을 요약하며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업의 결심이 필요한 일인데, 기업을 움직이게 할 정부의 수단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경우 기업 스스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이나 고용 형태 등을 개선한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아직 노동력 귀한 줄을 모른다"며 "그게 소득 주도 성장론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토론회를 앞두고 사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서도 "소득주도성장론의 경우 '임금인상 → 가계소득 증대 → 소비·투자 확대 →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주장하지만,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창조경제' 때문에 '혁신경제' 용어 못 써"

안 전 대표는 한편 자신이 지난 대선 당시 '혁신경제'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가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정성장'이라는 용어로 바꾼 데 대해서는 "혁신성장론이라고 하면 '창조경제와 다른 게 뭐냐'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핵심적으로는 '혁신'이 맞는데, 그 용어를 못 쓰고…. 그 (혁신의) 기반이 공정한 제도니까 용어를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공정성장론'을 뒷받침할 세부 정책 과제와 관련해 "10대 정책 과제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라고 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한편 "기업도 분할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해야 한다"며 공정위에 기업분할 권한을 주는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7일 '정책 엑스포' 강연을 앞두고 발표한 자료.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성장전략을 '공급 주도 성장론'으로, 문재인 대표의 주장을 '소득 주도 성장론'으로 표시하고 이를 자신의 '공정성장론'과 대비시킨 방식이 흥미롭다. '공급주도성장론'은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강, 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노란색으로 표시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상징색은 파랑이다. ⓒ안철수의원실


安 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커닝 많이 하겠다" 농담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안 전 대표가 비판적으로 언급한 소득 주도 성장론의 '본산' 격인 문 대표가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표는 이날 10시 15분께 토론회장에 나타나 청중들에게 인사를 한 후 약 40분 동안 자리에 앉아 안 전 대표의 발표 내용을 청취했다. 중간 중간 안경을 벗고 메모를 하는 등 열심히 듣는 모습이었다.

토론 사회를 맡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안 전 대표에게 "열심히 설명하는데 문 대표가 열심히 메모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농담 섞어 질문하자 안 전 대표는 "제가 교수도 아니고…. 적으실 필요 없다"며 "이렇게 오래 앉아 계셔 감사한 마음"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단 문 대표는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비판 부분이 나오기 전 다른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떴다. 안 전 대표는 이후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비판을 시작하기 직전 "(문 대표가) 계실 때 해야 하는데…"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자리를 뜨면서 기자들이 '토론회 내용을 어떻게 보셨나'라고 묻자 "모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커닝'을 많이 하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토론회가 끝난 후 기자들이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처럼 들렸다'고 하자 "서로 차별점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쓸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관련성이 있게 하려면 좀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빠져 있다"고 재차 비판적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전날 문 대표가 한 '국회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늘리자'는 취지의 발언(☞관련기사 : 문재인 "국회의원 수 400명으로 확대해야")에 대해서는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만 얘기하고, 다음에 기회 있으면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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