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가 노숙인 시설에서 일하면 임금 하락?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종사자 처우 개선, 더 미룰 수 없다

최근 사회복지분야 종사자 처우에 대한 이슈가 지면에 자주 오르내린다. 특히 사회복지 종사자 내부 임금 격차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반 복지관에 비해 노숙인시설이나 지역자활센터 등의 인건비는 정부에서 제시하는 사회복지시설 가이드라인에 못 미치는 열등한 수준이다.

사회복지 종사자 임금 수준과 격차

정부는 사회복지 이용시설과 생활시설을 이원화하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최소기준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노숙인 복지시설과 지역자활센터는 별도의 인건비 기준을 준용하는데, 그 수준이 사회복지시설의 인건비 가이드라인보다 최대 30% 이상 낮다. 정부가 제시한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지키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러한 복지영역별 임금 격차가 종사자의 경력이 쌓일수록 더욱 크다. 노숙인 복지시설 종사자가 1호봉에서 5호봉으로 승급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시설 인건비와 격차가 미세한 수준으로 좁혀지는 경향을 보이나, 10호봉으로 경력이 상승하면서 25% 이상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지역자활센터의 경우는 1호봉부터 10호봉으로 상승하면서 30%까지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과 노숙인복지시설/지역자활센터 인건비가이드라인 비교.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생활시설 영역을 적용하였음. 지역자활센터의 직제는 사회복지시설 가이드라인에서 정하고 있는 직제와 상이하여, 지침에서 정하는 통상적인 직제에 의하여 인건비 기준을 기재하였음 : 원장→1급, 2급→사무국장, 3급→생활복지사, 5급→생활지도원)

이러한 낮은 임금 기준과 경력이 쌓일수록 커지는 격차로 해당 복지영역의 시설들에서 전문성이 있는 인력이 이탈하거나,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에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직능단체들은 노숙인시설과 지역자활센터에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달라는 대정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정부는 긍정적 어조의 답변을 하였으나, 개선 방법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얼버무리고 있다. 그동안 복지계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취해온 방식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인건비나 운영비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복지 현장의 의견이다.

▲ 사회복지시설 대비 노숙인복지시설/지역자활센터의 인건비 가이드라인 호봉별 직급별 차이.

급여현실화 요구가 욕심?

그동안 복지 정책 논의에서 기관이나 시설의 인건비 사안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컸다. 아무래도 해당 정책 대상 사람들에 대한 예산이 먼저 고려되고 그 사업을 수행하는 인력에 대한 고려는 2차적 사안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OECD국가 중 복지 지출이 GDP 10.4%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렇게 부족한 복지예산 조건에서 종사자들의 급여현실화 요구가 '욕심(?)'으로 비칠 수 있어 실제 인건비 현실화를 구현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관행이 지속되면서 오랫동안 종사자 인건비 현실화 과제는 '관심 밖'이었고 그것의 결과가 바로 오늘의 임금 수준과 격차이다.

인력도 부족하다. 한국사회복지사 기초통계연감(2013)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50.39시간으로 법정 근무시간인 주 40시간을 훨씬 상회한다. 근무시간이 주 120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확인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인력이나 인건비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 없이 복지사업을 하달한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무거운 사회복지 종사자의 업무 트래픽을 더욱 악화되고 이는 전문성 있는 종사자의 이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업무 하중과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발생해왔다.

▲ 2013년 3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 방지 및 인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사회 복지 전담 공무원 고(故) 이민재, 고(故) 강민경, 고(故) 안광남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사회복지사 근조'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추모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 방치돼 온 복지 종사자 처우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개선 화두는 이미 몇 년째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논의에서 밀리고, 종사자 또한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과 맞물려 개선되지 못했다. 복지기관과 시설은 국가의 복지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설계된 중추적인 복지전달체계이다. 이것이 튼실하고 견고해야 건강한 정책이 국민들의 삶속에 녹아들 수 있다. 그렇기에 전달체계에 투입되는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등은 그것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비용으로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서울지역은 복지종사자의 급여수준을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수준으로 상승시킨다는 기조 아래, 2013년부터 복지 분야 종사자에 단일임금체계를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복지 분야 간 존재했던 임금차별을 해소하고, 통합적인 복지인력 운용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정부(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하는 노숙인 재활 및 요양시설(구 부랑인복지시설)과 지역자활센터 등은 단일임금체계에서 배제되어 있다.
또한 대전, 경기, 충북 등 일부 지자체에서 부족하게나마 사회복지종사자의 급여체계를 개편하거나, 자체 복지수당을 마련하는 등 처우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지역은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여 지자체별 사회복지종사자 처우 편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실효성 없는 복지구조조정보다 복지종사자 처우에 힘써라

정부에서는 매년 잊을 만하면 복지전달체계 개편을 언급한다. 지난주는 복지예산 누수, 부정수급 등 마치 복지현장에서 예산이 대대적으로 낭비되고 있는 듯이 복지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되풀이되는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 의미 있는 예산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정부는 복지사각지대를 메운답시고, 없는 인력에 업무를 마구 부과하며 예산마저 조인다. 그리고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나무라고, 그 부서의 효율성을 운운해가며 존폐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렇게 매년 복지전달체계를 건드려보지만, 여전히 그것에 대한 개편 논의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는 듯하다.

사람 없이 복지는 전달될 수 없다. 효과적이고 '쌔끈한' 복지전달체계를 갖추려면 제도 개선만큼이나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 현실화도 절박하다.
* 참고자료
보건복지부a(2015). 2015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 안내
보건복지부b(2015). 2015 자활사업 안내
보건복지부c(2015). 2015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한국사회복지사협회(2013), 한국사회복지사 기초통계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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