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어떻게 설명할까요?"

[돌봄노동 연속 기고 ②] 국가의 책무 사회복지, 열악한 노동 조건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하지만 많은 가정들이 정부가 직접 책임지지 않는 시장화된 사회 서비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사회 서비스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서비스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은 사회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세 명의 사회복지사가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시달립니다. 보육교사도 한 명당 너무 많은 아이들을 돌보며 인건비 착취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간병인들은 병원 배선실에서 서서 밥을 먹고,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쪽잠을 잡니다. 요양보호사들은 12시간 맞교대, 때로는 24시간 맞교대라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립니다. 장애인 활동 보조인은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으면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저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두라는 이용자의 말 한마디면 바로 실업자가 되는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인격적인 모욕감마저 느끼며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한다는 보람을 잃고 있습니다.

'사회 서비스 시장화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각 돌봄 노동자들이 이용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문제점들을 알리고자 합니다. 이에 사회 서비스의 공공성 확대, 정부 책임 강화와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연속 기고를 4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돌봄노동 연속 기고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학습지 시키는 지옥같은 현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에 소재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8년차 사회복지사입니다. 사람들은 사회복지사에 대해 "봉사자", "천사"라고 부릅니다. 급여가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구청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운영한다고 에둘러 답변하면, 사람들은 사회복지사가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이라고 알아서 단정 짓는 것이 다반사이지요. 심지어는 가족들마저도….

처음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민망하여 공무원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하기도 했지만 이젠 굳이 해명이나 이해를 시키려고 하지 않아요. 국가자격증인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1년에 1-2차례 시청이나 구청으로부터 감사와 지도 점검을 받으면서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소유한 건물에서 일하기에 무엇보다 '민간 위탁'을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데 이게 결코 간단치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용역' 이나 '하청'이라고 설명하면 차라리 쉬울까요? 어쩌면, 이런 오해는 일반 국민들이 사회복지를 국가의 책무로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닐까요?

▲장애인 가정을 찾아 집수리와 청소를 하는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노인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과 달리 종합사회복지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선뜻 짐작이 가지 않을 거예요. 노인이나 장애인 등 특정한 대상만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을 '단종'복지관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관은 유아, 아동, 청소년, 성인,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전 연령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단종과 구분하여 "종합"사회복지관이라 부릅니다. 지역사회를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지역"사회복지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노인복지관은 어르신들의 여가와 취미 생활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주로 제공하고, 장애인복지관이 장애인의 사회 적응과 치료를 위해 특화되어 있다면, 사회복지관은 저소득층의 자립, 자활을 위한 다양한 전문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복지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박스 하나라도 더 줍기 위해 리어카나 유모차를 화물차 삼아 골목을 누비는 대상자 어르신들 서너 명이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스쳐 지나갑니다. 복지관에 도착하면 일과의 대부분을 복지관 출퇴근 시간과 함께하는 어르신 몇 명이 벌써 당신들끼리 때론 진지하게, 때론 별 대수롭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점심 무료 급식 때까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자마자 스케줄 프로그램은 그날그날 내가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정신없이 토해냅니다.

물론, 나는 여태껏 하루하루 예정된 스케줄을 계획대로 마쳐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저소득층을 주로 상대하는 "복지"라는 일의 특성상 예측 불가능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칼처럼 지켜야 할 출근 시간은 있지만 정해진 퇴근 시간은 있을 수 없어요. 무료 급식, 도시락 배달, 밑반찬 배달 같은 급식 서빙으로 분주한 가운데 틈틈이 가정 방문과 상담을 해야 합니다. 상담을 하고 나면 재빨리 상담 일지를 입력해야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교육시켜야 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후원자를 발굴하고 후원금을 모금해야 하고요. 1년에 두 번 지도 점검을 받기 위해 유능한 행정가가 되어야 하고, 3년마다 평가를 받기 위해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지난 8년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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