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선생님과의 인터뷰 마지막에는 항상 같은 질문 두 가지를 했습니다. '좋은 어린이집 고르는 법'과 '학부모에게 하고픈 말'이 그것이었습니다.
'좋은 어린이집' 고르는 법에서 예상치 못한 대답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별활동 보지 말라"는 얘기가 그것이었습니다. 대구의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문경자(43) 선생님은 "선택권 없이 특별활동 프로그램만 많은 어린이집은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우리는 중국어 가르쳐요, 영어 수업을 인형극으로 해요'로 홍보를 하는 곳이 많다"면서요.
경기도의 민간어린이집 교사인 유정아(33, 가명) 선생님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어린이집 상담하러 가실 때, 여기는 무슨 특별활동을 더 하나를 보기보다, 아이들 표정을 먼저 보세요. 아이들 표정이 즐거워 보이는지요. 특별활동 시간이 많다는 건 오히려 그만큼 담임교사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거예요. 담임교사도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 그 아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엄마들이 특별활동을 그렇게 많이 원하시더라고요. 결국 엄마들의 선택이기는 해요. 우리 애가 많은 것을 배우기를 바란다면, 특별활동 많이 하는 곳을 보내야겠죠. 그런데 나는 우리 아이가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오히려 선생님들 재직기간을 살펴보세요."
경력 교사의 비율을 보라는 얘기는 문경자 선생님도 강조한 부분입니다.
"1급 교사면 적어도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죠. 1급이 많다면, 경력 교사가 많은 거예요. 또 교사와 부모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보셔야 해요. 모든 소통의 통로를 어린이집 전화로만 연결하게 하는 어린이집은 피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부모와 교사의 직접 소통을 막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일단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경기도의 국공립어린이집 교사인 김지혜(33, 가명) 선생님이 "엄마들을 괴롭히는 교사가 좋은 교사"라고 한 말도, 교사와의 소통을 강조한 비슷한 맥락입니다.
"수시로 전화해서 '어머니, 저랑 얘기해요' 귀찮게 하는 선생님이 훌륭한 교사죠. 그런데 귀찮아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저희 막내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아이들 하원할 때, 어머님 붙잡고 오늘 하루 있었던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 저는 그런 얘기 안 들어도 된다'고 했다고요. 아이에게 애정을 가지고 하는 말인데 쓸데없는 얘기 취급을 당하니 엄청 속상해 했어요."
"문제 생길 때만 쫓아오지 말고, 평소에도 같이 얘기 많이 해요"
학부모에게 하고픈 말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내 아이를 함께 키우는 교사로 봐 달라"는 거였습니다. "몇 시간 아이 봐주는 베이비시터"로 생각하는 시선을 받을 때 교사들은 가장 힘이 빠진답니다.
"제일 힘든 건 사실 CCTV가 아니에요. 엄마들이 나를 믿지 못하는 거죠. 저도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또 하나의 엄마잖아요."
서울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이수진(36, 가명) 선생님의 말입니다. 이수진 선생님은 "엄마가 믿어주는 만큼, 아이에게 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정말 힘든 아이들도 있어요. 말도 안 듣고요. 그런데 그 아이 엄마가 자기 아이의 상태를 알고,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 주면, 그래도 예뻐 보여요. 그런데 정말 예쁜 아이도 엄마가 저를 무시하고 의심하면, 솔직히 아이도 미워져요. 그게 사람의 본능 아닌가요?"
이수진 선생님은 적극적인 참여도 부탁했습니다. "문제 생길 때만 쫓아오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관심을 가져달라"면서요.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해달라고 할 때, 부모들이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언제든지 오셔서 급식배식도 같이 하시고, 동화책도 읽어주시고, 일일교사도 해주시고요. 참여 안 하시면서 교사들 못 믿겠다, 불안하다 하지 마시고요."
대부분의 어린이집 교사도 '누군가의 진짜 엄마'입니다. 김지혜 선생님은 그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워킹맘’이거든요. 그래서 어머님들 고충도 잘 알죠. 그런데 다 같은 ‘워킹맘’인데, 보육교사는 짊어져야 하는 짐이 너무 커요. 어머님이 약속보다 늦게 아이 데리러 오시면, 제 퇴근이 늦어지고, 저희 아이는 더 늦게 저를 만나잖아요. 그런 상황을 한 번쯤 헤아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내 아이에게는 '두 번째 엄마'이지만, 그들도 또 한 아이의 '첫 번째 엄마'니까요.
내 아이의 '두 번째 엄마'를 위해, 부모님들이 나서주세요!
"주말에 하루 종일 아이 둘 셋 데리고 복닥거리면 어머님들도 지치시잖아요. 교사는 몇 배의 아이들을 하루 종일 보잖아요. 그런데 화장실 갈 틈도 없고요. 저는 40대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인후염에, 성대 결절에, 방광염에 위장병까지. 아픈 교사들이 정말 많아요. 물론 어머님들께는 그런 얘기 안 하죠. 우리는 웃는 얼굴이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그 이면을 좀 봐주세요."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는 교사의 조건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아이를 맡긴 부모들이기 때문입니다. 문경자 선생님은 "이 보육환경이 바뀌려면 교사 뿐 아니라 부모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이해는 해요. 부모님들도 먹고 사느라 바쁘시겠죠. 내 아이가 다니는 동안만 아무 문제없으면 되지, 그런 생각도 있으실 거고요. 그런데 또 아이가 다쳐오거나 하면 예민하시잖아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이니까요. 최적의 질을 바라신다면, 그 아이를 돌보는 교사도 최적의 조건이 되어야죠. 그런데 최저로 최적의 교사를 바라고, 최적의 보육의 질을 바란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부모들도 교사의 여건을 살펴보시고, 문제가 있으면 문제라고 얘기를 해주셔야 해요."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인 김정은(39, 가명) 선생님도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려면 뭐가 필요할지, 전문가 의견도 듣고 현장 교사의 얘기도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윤경 선생님의 말대로, "아이는 어른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우리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기를 원하는가' 잖아요. 다친 친구를 보며 괜찮니 위로도 하고, 자기 일도 똑 부러지게 잘 하고, 각박하지 않으면서 정도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그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이어야 해요. 부모나 교사가 사는 게 힘이 들어 짜증이 많고 마음에 상처가 있으면서, 아이에게 '너는 이렇게 살지마'? 그건 너무 어렵죠."
지금, 우리의 뒷모습은 어떨까요? 길었던 연재를 통해 하고 싶었던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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