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성적과 세대교체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베이스볼 Lab.] 2015 KBO리그 미리보기 <8> LG 트윈스

스토브리그: 외국인 선수 3인방(리오단, 티포드, 스나이더)을 모두 내보냈다. 대신 메이저리그 출신 루카스 해럴과 2013시즌 넥센에서 뛴 소사, ‘추신수 동료’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한나한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은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행보. FA 자격을 얻은 박용택과는 4년 계약, 그러나 내야수 박경수는 잡지 않았다. 차세대 중견수로 기대를 모은 루키 배병옥을 1년만에 kt 특별지명으로 작별했다.

주축 투수로 활약한 신정락이 군입대한 대신 포수 유강남, 내야수 김재율과 윤진호, 외야수 서상우와 윤정우 등 전역한 타자들이 대거 팀에 복귀했다.
예상 라인업 (2014 wOBA, wRC+)

포수 – 최경철 (0.269, 40)
1루수 – 정성훈 (0.415, 133)
2루수 – 손주인 (0.338, 84)
3루수 – 한나한 (기록없음)
유격수 – 오지환 (0.348, 90)
좌익수 – 이병규(7) (0.421, 137)
중견수 – 박용택 (0.406, 127)
우익수 – 이진영 (0.365, 101)
지명타자 – 이병규(9) (0.278, 46)
팀타율 9위(0.279)-팀출루율 5위(0.361)-팀장타율 9위(0.400). 극단적인 타고투저 속에 다른 구단들이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동안에도, LG의 방망이는 평상시의 수준을 유지했다. 팀 조정 OPS는 89로, 역대 KBO리그에서 이보다 낮은 조정 OPS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2000년 롯데가 유일했다. 당시 롯데는 정규시즌 승률은 5위였지만, 양대리그의 이점을 누리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LG가 이 타선을 갖고 2014시즌 4강에 진출한 건 대단한 사건이다.

LG가 예상보다 저조한 공격력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외국인 타자들은 첫 달(조쉬 벨)과 마지막 달(스나이더) 외에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고, 3년 FA 계약 첫해인 이병규(9번)도 나이를 감추지 않았다. 홈런팩터가 가장 낮은 잠실 홈구장(0.744)과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LG 타자들의 나이는 2014시즌 트렌드인 홈런 대량생산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2015시즌 LG 타선의 공격력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2013년만 해도 LG는 조정 OPS 101로 리그 중위권 수준의 공격력을 선보였다. 문제는 LG 주전 라인업이 마치 카드로 만든 집과 같이 위태롭다는 것. 주전 멤버와 나머지 멤버들 간의 기량이 워낙 차이가 나는 관계로, 노장들 중 한둘만 전력에서 빠져도 공격력이 크게 떨어질 공산이 크다. 다음 표는 2014시즌 구단별 팀 내 공격 WAR 상위 9명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의 WAR 합계를 비교해본 결과다. LG의 ‘나머지’ 타자들은 WAR 합계 -5.1승으로, 이보다 더 나쁜 기록을 남긴 팀은 한화(-5.5승)가 유일했다.

LG에서 30대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야수들은 대체선수급 수비-주루 위주의 선수가 대부분이다. 정의윤 등 기대를 걸었던 젊은 타자들의 성장도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한나한의 부상으로 올해는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 초반을 보내야 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야구에서는 엘리트급 선수들은 30대 중반 이후에도 상위 클래스의 공격력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 LG도 노장들이 건강하게 풀시즌을 소화하기만 한다면, 지난해보다는 나은 리그 중위권 수준의 득점력은 기대해볼 수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노장들이 144경기를 전부 소화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사실 노장들이 정말로 풀시즌을 전부 소화해도 그것대로 문제가 된다. 이제는 세대교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다가왔다. 올해는 어떻게든 ‘공격력을 갖춘’ 야수들을 키워내야 한다.

공격과 달리 LG 야수들의 수비력은 리그 상위권이다. 지난해도 범타처리율(DER) 0.670으로 NC 다음으로 좋은 기록을 냈다. 넓다란 잠실구장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수준이다. 2014년 리그 전체 BABIP가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2013년(0.672)과 거의 차이 없는 기록을 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 부분. 시범경기에서도 LG는 범타처리율 0.738로 10개 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LG 수비력은 투수들이 안심하고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앞으로 최소 2년간 중견수를 봐야 하는 박용택의 수비력,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최경철의 백업 포수 발굴이 관건이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LG 타선의 최대 약점은 파워히터, 특히 힘 있는 우타자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이 약점을 해결해줄 만한 후보들이 등장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4시즌 후반 인상적인 타격을 선보인 최승준은 시범경기에서도 2홈런을 때려내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2년 차 신인 양석환도 홈런 1방 포함 OPS 1.356의 대활약으로 개막전 엔트리 한 자리를 예약했다. 1, 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 1군에서 활용가치가 크다.

군에서 제대한 타자들 중에도 파워를 갖춘 선수가 많다. 외야수 윤정우는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4홈런에 장타율 0.522를 기록했고, 포수 출신인 서상우도 7홈런 장타율 0.454로 힘을 과시했다. 경찰청을 나온 김재율도 8홈런 장타율 0.508로 성적이 좋았다.

그동안 LG는 거듭거듭 우타 파워히터를 키워보려고 애썼지만 좀처럼 결실을 보지 못했다. 끝끝내 터지지 않거나, 다른 팀에 가서 터지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올해는 우타 파워히터 후보가 무려 5명이다. 단순히 로우 파워만 갖춘 타자가 아니라, 하나같이 실제 경기에서의 파워를 발휘해 보인 선수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두 명만이라도 ‘터져’ 준다면, LG팬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소식이 될 것이다. 물론 LG 유니폼을 입은 동안에 터져야 한다.
전역 3인방 2014 퓨처스리그 타격 성적 (타율/출루율/장타율)

윤정우 4홈런 .344/.420/.522
서상우 7홈런 .306/.403/.454
김재율 8홈런 .338/.478/.508

예상 투수진 (2014 FIP)

1선발: 루카스 (기록없음)
2선발: 우규민 (4.27)
3선발: 소사 (5.26)
4선발: 임지섭 (7.28)
5선발: 임정우 (4.58)
불펜: 봉중근(마무리) / 이동현 / 정찬헌 / 유원상 / 윤지웅 / 신재웅 / 최동환 / 김선규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새로 가세한 루카스와 소사 둘 다 소문난 땅볼 투수들이다. 루카스는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팀(휴스턴)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거물급 투수. 땅볼 비율이 높고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나서 지난해 리오단 이상의 활약이 기대된다. 다만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구속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2014년 KBO리그 최고구속을 기록한 소사는 홈런팩터 1위 구장에서 9위 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리그 7위(18개)에 달한 홈런이 줄어들면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제는 1군 엘리트 투수로 자리 잡은 우규민까지, 1~3선발은 무난한 성적을 낼 전망이다.


문제는 4선발 이후. 류제국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선발진 구성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경합 끝에 2년차 임지섭과 지난해 스팟 스타터로 활약한 임정우가 선발진에 가세했다. 임지섭은 좌완에 큰 키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구위가 장점이나 불안한 제구력이 문제다. 시범경기에서는 10.2이닝 동안 4볼넷 10탈삼진으로 한결 성숙한 투구를 보여줬다. 임정우는 지난해 불펜에서는 굉장한 피칭을 선보였지만, 선발로 나간 경기에서는 좋은 투구를 하지 못했다. 특히 상대 타순이 한 바퀴 돈 뒤부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단 시범경기에서는 무난한 피칭(ERA 3.00)을 보여줬다. 류제국 복귀 전까지 4-5선발을 맡은 두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LG 마운드의 진짜 강점은 선발보다는 불펜에 있다. 지난 시즌도 중반 이후 질주의 원동력은 불펜이었다. LG 불펜은 양과 질 모두 최상급이다. 사이드암-좌완-우완의 조화가 적절하고, 7-8-9회 각 이닝별로 확실한 담당이 있어 코칭스태프의 투수진 운영이 수월하다. 마무리 봉중근의 구위가 살짝 예전만 못한 게 염려가 되지만, 차세대 마무리감인 정찬헌이 고속성장하는 모습이라 큰 문제는 없을 전망. 시범경기에서도 6이닝 2피안타 5K ERA 1.50을 기록했다. 여기에 좌완 릴리프 윤지웅도 올해는 경찰청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발휘할 태세다. 류제국 복귀 후 임정우가 롱릴리프로 불펜에 가세하면 투수진 운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시즌 LG 마운드는 처참한 추락과 극적인 부활을 연출했다. 개막전부터 5월 11일까지는 팀평균자책 5.11(7위)/퀄리티스타트 11회(7위)/선발투수 ERA 5.05(7위)/불펜 ERA 5.19(5위)로 부진했지만, 양상문 감독이 부임한 5월 12일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5월 12일부터 아시안게임 전까지(~9.13)까지 LG 마운드의 성적은 다음과 같다.

팀 ERA 4.40(1위)
46승 37패(3위)
퀄리티 스타트 33회(3위)
선발 ERA 4.82(3위)
불펜 ERA 3.80(1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015 전망: 앞서 2014 LG보다 나쁜 조정 OPS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2000년 롯데 한 팀뿐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런데 2014년 LG와 같은 조정 OPS 89의 타선을 갖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뻔’한 팀이 하나 있다.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5년 롯데다. 당시 롯데는 팀 FIP 1위(3.83)의 좋은 마운드를 앞세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지만 방망이가 너무 약했고, 시즌 후반 순위 싸움에서 밀려나 5위로 마감했다. 결국 양상문 감독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LG는 달랐다. 팀 수장의 이탈, 외국인 타자와 팀 간판타자의 부진, 초반 최하위 추락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끈질긴 야구를 펼쳤고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성공했다. 2013년이 LG가 암흑기를 탈출한 원년이라면, 2014년은 LG가 진짜 강팀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시즌이다. 한번 분위기를 탄 이상, 이번 시즌에도 LG는 계속해서 상위권의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올 시즌 LG가 성적뿐만 아니라 세대교체의 과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축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 간에 벌어지는 격차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탄탄한 마운드 역시 제때 대비책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투수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이다. 당장 올 시즌 상위권 성적을 내더라도, 세대교체 과제를 풀지 못하면 암흑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지난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야구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낸 양상문 석사 감독이, 올해는 성적과 세대교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기대를 갖고 지켜보자.

예상순위: 5-6위

기록출처: www.basebal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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