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첫날인 10일, 한국일보가 자사 신문 1면에 '사과문'을 실었다.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 관련 발언을 담은 녹취록을 야당 의원에게 건넨 당사자가 한국일보 기자였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기자가 해당 녹취록을 야당에 건넸다는 사실은 한국일보의 이 입장문을 통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언론 개입' 발언 기사화 검토했으나 즉흥적 발언이라 판단해 보도 보류했다"
한국일보는 '이완구 총리후보 녹취록 공개파문 관련 본보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이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언론사 인사 개입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식사 자리에 한국일보 기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당시 본보 기자를 포함해 일부 기자들은 이 후보자의 발언을 녹음했고, 기사화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했지만 당시 그가 차남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매우 흥분된 상태였고, 비공식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본보 기자는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하던 중 이 후보자의 해당 발언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며 "김 의원실 측에선 녹음 파일을 요구했으며 본보 기자는 취재 윤리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파일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파일은 지난 6일 KBS의 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경위가 무엇이든, 취재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게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자기 반성을 했다. 이 신문은 이어 "당사자 동의 없이 발언내용을 녹음한 것 또한 부적절했다"고 고백했다.
한국일보는 "다만 애초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이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반대로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전달한 것 역시 이 후보자를 의도적으로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녹취 파일을 건넨 기자에 대한 징계 방침도 밝혔다. 이 신문은 "이번 사태가 취재 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본질은 녹취록 넘긴 것이 아니라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
한국일보의 이같은 '입장문' 발표를 놓고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녹취록을 다른 정당에 넘긴 것이 아니라 녹취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사무처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보도윤리에 어긋나는 일인데 그 부분은 빼놓고 취재윤리를 강조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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