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유지 팔아 기업형 임대주택, 누구 좋으라고?

[토지+자유 비평] 공공성 확보 장치 풀면 안돼

박근혜정부가 2015년 첫 번째 주택정책으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이하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주택시장은 주택가격 상승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매매수요가 줄고 임대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저금리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 기반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인식 하에서 박근혜정부는 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고 전세시장의 수요를 줄여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모색하기 위해 장기적인 거주가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통제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현재의 법과 시장상황에서는 수익률 저하로 기업들이 임대주택사업에 뛰어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민간임대 규제완화, 택지·기금·세제 지원 등을 통해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5~6%의 수익률을 보장하여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정된 자원과 토지주택공사의 과도한 부채를 고려할 때 민간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의 부동산정책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지원이 들어간 주택 부문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과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입장에 차이가 있기에 민간을 활용한 부동산정책은 민간기업의 이윤추구로 인해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부동산경기의 과열 및 냉각 등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부동산정책수단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부동산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향후 사용할 수 있는 부동산정책을 제약하는 방식의 정책은 부동산시장의 장기적인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

이에 본 칼럼은 '주택의 공공성 확보'와 '부동산시장의 중장기적인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정책 방향에 대해 평가하고자 한다.

▲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3일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국공유지 매각이 아닌 국공유지 소유에 기초한 정책 필요

정부가 발표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방안'은 민간기업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민간임대 관련 규제완화뿐만 아니라 택지·기금·세제와 관련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담고 있다. 문제는 공공의 지원을 담은 기업형 임대주택의 공공성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민간에게 매각한 국공유지에서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담보하기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공공택지·공공부지·그린벨트 해제지역'을 저렴하게 매입하고, 주택기금의 자금을 저리로 지원받으며, 취득세·재산세·양도세·법인세 등 세제감면을 받은 기업이 임대주택을 8년간 운용한 후 주택의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주택을 분양해도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기업형 임대주택 제도에서는 막을 방도가 없다. 기업의 의무임대기간을 늘린다 하더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기업이 자신의 사유지에서 이윤추구를 위해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건대 의무임대기간 8년을 채우기 전이라도 기업은 '임대수요 저조', '시장 변화' 등을 이유로 의무임대기간을 줄여달라는 청원을 하고, 정부는 이들의 민원을 들어주어, 결국 기업이 분양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부동산정책을 성공적으로 운용하여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고 있는 국가들은 국공유지 매각이 아닌 국공유지 소유라는 기초 위에서 부동산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싱가포르 등은 지속적인 토지매입으로 각각 전체의 74%, 81%를 국유화함으로써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정책에 적극 활용하여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중장기적 안정을 위해서는 국공유지 비축을 늘려야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운용할 때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을 지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당장의 효과를 위해 미래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정책이나 미래세대의 자원을 과도하게 끌어다 쓰는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을 볼 때 그린벨트 해제 및 공공택지의 할인매각 방식은 우려스럽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국공유지를 저렴하게 기업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은 미래세대가 활용해야할 중요한 부동산정책을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공유지 확보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 부동산정책을 펼칠 때 근간이 되는 자원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경기가 과열되어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서민층의 주거비용이 급격히 상승할 때 국공유지를 활용한 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여 민간주택시장의 수요를 줄여 시장주택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또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국공유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경기부양과 함께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주택 공급과 일자리 제공 등의 복지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정부가 국공유지를 보유하고 있을 때에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시장가격을 직접 규제하지 않고도 시장친화적 방식의 정책을 펼 수 있지만 국공유지를 매각해버리면 향후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가격을 규제하는 등의 다소 부작용이 있는 직접적인 규제정책만 남게 된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시정부가 전체 면적의 약 70%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택지를 민간에 거의 분양하지 않는다. 시정부 소유의 토지를 지속적으로 비축하면서 토지에 대한 사용권만 양도하고 토지임대료를 받는다. 그 이유는 한번 민간으로 넘어간 땅은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우며, 시정부가 미래를 대비한 장기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한 세대만 사용하고 폐기되는 단기상품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필요한 생존의 터전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사회의 백년대계를 고민하는 중장기적인 안목에 기초하여 부동산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 지원 주택의 공공성 확보를 통한 국민들의 주거안정 보장과 부동산시장의 중장기적 안정을 위해서는 미래세대가 함께 활용해야 할 자원을 끌어 쓰는 국공유지 매각방식이 아닌 국공유지 보유에 기초하여 부동산정책을 고민하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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