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프로야구를 보는 10가지 예측

[베이스볼 Lab.] 리그 MVP부터 한화의 최종순위까지

겨울잠을 끝낸 프로야구가 2015 시즌을 향한 기지개를 시작했다. 스프링캠프 시작에 맞춰 <베이스볼 Lab.>이 2015 시즌 프로야구에서 벌어질 10가지 일을 미리 예측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 이 중 몇 가지나 들어맞았는지 점검하는 기회도 가질 예정이다.
1. NC 나성범이 시즌 MVP를 차지할 것이다.

올해 26살이 된 나성범은 풀타임 2년 차인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시즌 내내 중견수를 보며 쳐낸 30홈런은 과거 데이비스-박재홍-이병규 등 몇몇 특별한 선수들에게만 허용된 기록이다. 나성범은 1년 차 시즌에 비해 2년 차에 타율(0.243->0.329), 출루율(0.319->0.400), 장타율(0.416->0.597)까지 모든 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으며, 3년 차가 되는 올 시즌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역대 프로야구를 휘어잡은 대형 타자들은 데뷔 3년 차 시즌에 기량이 ‘대폭발’한 사례가 많았다. 3년 차에 처음 30홈런을 돌파한 김동주가 그랬고, 3년 차에 리그 홈런왕에 오른 이승엽이 그랬으며, 이대호와 이병규도 풀타임 3년 차 시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에는 나성범의 차례다.

▲ 나성범 ⓒ연합뉴스

2. 이번에도 신생팀이 신인왕을 배출할 것이다

신생 구단이 최우수 신인을 배출하는 전통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별지명과 FA를 통해 베테랑 선수들을 다수 영입하긴 했지만, 여전히 kt 위즈 라인업의 절대다수는 프로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 선수들이다. 출전 기회가 다른 팀 신인들보다 많으니, 자연히 신인왕 경쟁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지난 2년간 NC가 배출한 최우수신인(이재학, 박민우)들이 그랬듯이, 1군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kt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한 우완 박세웅이 대표적이다. 경북고 시절부터 완투형 투수로 이름을 날린 박세웅은 입단 첫해인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21경기에서 118이닝을 투구하며 123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퓨처스리그에서 19살 신인이 100이닝을 던진 것도 드물지만, 100이닝 이상 던지면서 그보다 많은 탈삼진을 잡아내는 건 더욱 보기 드문 일이다. 그 외에도 우선지명 출신인 유희운과 심재민,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엄상백과 주권 등의 활약이 기대된다.

타선에서는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kt에 건너온 외야수 배병옥이 가장 주목할 만한 인재다.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 내내 꾸준히 실전 경험을 쌓았고, 타석에서의 파워는 물론 수비력과 주루능력도 뛰어나 외야 주전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그 외 ‘kt의 나성범’으로 주목받는 내야수 문상철을 비롯해 외야수 신용승, 내야수 이지찬, 포수 안승한과 안중열 등이 눈여겨볼 선수들이다.
3. kt는 NC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kt에 앞서 창단한 NC는 1군 진입 첫해인 2013년 9개 팀 중 7위, 지난해는 9개 팀 중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전문성을 갖춘 프런트의 역량과 김경문 감독 등 코치진의 지도력, 그리고 적절한 투자가 조화를 이룬 결과였다. Kt도 NC만큼 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지난 몇 년간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들을 뽑았고,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도력도 뛰어나다. 문제는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만큼 악화된 모그룹 사정이다. 애초 kt 야구단 창단을 주도한 이석채 전 회장이 퇴진하며 창단 당시 약속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FA 시장에서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등 준척급 선수를 영입한 NC와 달리 kt는 숫자만 맞추는 수준의 영입에 그쳤다. kt가 영입한 김사율, 박경수, 박기혁은 팀 전력에 크게 플러스가 되기 힘든 선수들이다. 아무리 조범현 감독이 선수 육성의 달인이라 해도, 신인급 선수들만 데리고 1군에서 144경기를 치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존 팀 중 1팀만이라도 순위표 아래에 둘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4. 한화는 지난 2년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한화는 지난 2014년보다 더 떨어질 데가 없는 팀이다. 피타고리안 승률상 실제 전력보다 8승을 더 거둔 결과가 49승 2무 77패 승률 0.389 종합순위 9위였다. 팀 평균자책점은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보다도 나쁜 6.35에 달했다. 굳이 김성근 감독이 아니더라도, 2014년보다 더 나쁜 성적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 겨우내 ‘즉시 전력’에 치중한 전력보강을 한 덕분에, 롯데나 KIA 등 중위권과 충분히 경쟁해볼 만한 라인업도 갖췄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정규시즌을 포스트시즌처럼’ 치르는 전략과 파격적인 투수 기용 방식이 더해진다면, 지난 2008년(64승) 이후 7년 만에 60승 이상 거두는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스토브리그 기간 선수 이동의 결과 1군 주력 선수단 평균연령이 약 33세로 치솟았다는 점은 위험요소다. 넥센 히어로즈 주력 선수단의 평균연령은 28세다. 프런트가 중심을 잡고 팀의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김인식 감독 시대 이후의 패착을 되풀이할 수 있다.
5. 삼성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것이다

삼성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에이스 밴덴헐크를 잃었다. 외국인 투수 마틴과 배영수가 빠지고, 좌완 불펜 권혁도 한화로 건너갔다. 1군 투수 4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갔으니, 팀 전력이 크게 약해진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불펜에서 권혁의 빈자리는 2014 시즌을 통해 이미 차우찬과 백정현으로 채울 준비가 끝났다. 외국인 투수 2명의 자리는 새로 영입한 피가로와 클로이드가 대신한다. 150km/h대 강속구를 던지는 피가로는 밴덴헐크를, 빼어난 제구력을 자랑하는 클로이드는 마틴의 대체재다. 상무에서 제대한 투수 정인욱과 내야수 구자욱도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아마도 피가로가 2014년 밴덴헐크만큼, 2015년 나바로가 2014년만큼 대활약을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의 전력은 여전히 10개 팀 중 수위를 다툴 만큼 강하다. 삼성은 2015년에도 당연하다는 듯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것이다.
6. 두산과 SK가 4강에 복귀할 것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준 두 팀, 두산과 SK는 한때 프로야구 가을잔치의 단골 주역이었다. 지난 시즌 일시적으로 부진을 겪긴 했지만, 새 사령탑을 앉히고 전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한 올 시즌에는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볼 만한 팀이 됐다. 두산은 FA 좌완 장원준을 영입해 선발진을 완성했고, 타선에는 중장거리포 우타자 루츠가 가세했다. 진야곱, 정진호, 유민상 등 군 제대 선수들의 기량도 좋다. 타선의 파괴력과 수비력, 기동력은 여전하다. 납득할 수 없는 희생번트와 투수기용으로 팀 승리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던 사령탑도 사라졌다. 무난한 4강 복귀가 예상된다.

SK는 4강을 넘어 우승까지 노려볼 전력을 구축했다. 지난 시즌 SK는 외국인 선수 3명이 퇴출당하고, 마무리투수와 선발투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상황에서도 시즌 마지막까지 4강 경쟁을 펼쳤다. 올해는 외국인 선수 세 자리를 모두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로 채웠다. 해외진출을 노리던 김광현은 물론, FA 최정과 김강민을 모두 눌러 앉히는 데 성공했다. 군 제대한 정우람과 부상에서 돌아온 박희수의 가세로 불펜도 막강해졌다. 1990년대 롯데에서 자율야구 돌풍을 일으킨 김용희 감독의 지도력도 기대해볼 만하다. 김용희 감독은 롯데 감독을 맡은 지 2년만인 1995년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바 있다. 그 해 우승을 차지한 OB 주전 포수는 김태형 현 두산 감독이었다.
7. 프런트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2014 시즌은 프런트의 역량이 각 구단의 성패를 가른 한 해였다. 초일류 프런트가 이끌어간 삼성, 넥센, NC가 3강을 형성했다. 반면 프런트가 무능하거나 부패한 구단은 하나같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구설에 시달렸다. 그리고 프런트를 배제하고 현장에 전권을 맡긴 두 팀은 나란히 최하위를 차지했다. 막대한 예산과 방대한 인력이 필요한 현대 프로야구는 현장보다는 프런트가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능하고 ‘보기 드물게 사심 없는’ 프런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5년도 다르지 않다. 유능한 프런트가 이끌어가는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고, 프런트가 무능한 팀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도 하위권에 그칠 것이다. 프런트 야구는 돌이킬 수 없는 현대야구의 흐름이다. 이 흐름을 거부하고 80년대식으로 운영하는 팀, 현장에 전권을 줘야 한다고 외치는 시대착오적 야구인은 점차 도태될 것이다.
8. 타자들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2014년 프로야구는 기록적인 타고투저를 경험했다. 홈런이 쏟아지고, 아무나 3할을 치고, 삼미보다 못한 팀이 나오는 결과가 속출했다. 공인구 문제, 리그 전체적인 수비력 하락, 수준급 투수들의 해외진출이 복합적으로 빚은 결과다. 이에 리그에서는 2015년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해서 타고투저를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효과가 있을까.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은 리그에서 바꾸라고 한다고 해서 금방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익숙해진 존을 조정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구단 수가 늘어나고, 경기수가 늘어난 것도 투수들에게는 불리하다. 10구단 kt를 비롯해 하위권의 일부 팀은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를 만한 투수력을 갖추지 못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타자보다는 투수들이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구단 수가 늘면서 1군에서 뛰는 1.5군급 선수가 늘어나면 리그 전반적인 수비력은 하락하게 된다. 2014년 리그 전체 BABIP(페어지역 내에 떨어진 타구의 안타가 된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0.332에 달했다. 리그 BABIP는 3할 안팎을 기록하는 게 정상이다. 2015년 이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진정될 거라고 볼 근거가 별로 없다.
9.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가 요동칠 것이다

2014 시즌은 일찌감치 1-2-3위팀이 결정된 가운데, 4위 한 자리를 놓고 세 팀이 시즌 마지막까지 경쟁했다. 2015년에는 더 치열한 순위싸움이 예상된다. 1위부터 6위까지, 시즌 초반부터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순위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삼성과 넥센은 여전히 강하지만, 2014년만큼 압도적으로 강하지는 않다. 두산과 SK는 부쩍 전력이 강해졌다. NC와 LG의 전력도 여전히 만만치가 않다. 비슷비슷한 전력을 갖춘 여섯 팀이 ‘5강’을 놓고 다투게 된다.

128경기 시즌에서는 게임 차가 3~4게임으로 벌어지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144경기에서는 다르다. 시즌 중반 6~7게임 차까지 벌어져도 시즌 막바지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주력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나 투수력이 바닥나는 등의 변수도 늘어날 것이다. 상위권 팀들은 10구단 kt전에 초점을 맞춰 ‘승수 쓸어 담기’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경기까지 흥미진진한 시즌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10. 프로야구가 다시 7백만 관중을 돌파할 것이다

2012년 사상 처음 관중 700만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지난 두 시즌 동안 640만~650만 명의 관중을 끌어들였다. 올해는 3년 만에 다시 700만 관중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10구단 kt가 1군에 가세하면서 수원과 수도권 지역 팬들을 야구장으로 다시 불러들일 여건을 갖췄다. 경기수도 2014년보다 144경기가 늘어난 720경기를 치른다. 김성근 한화 감독의 프로 무대 복귀도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다. 김성근 감독의 존재는 김경문 감독의 NC, 조범현 감독의 kt, 김기태 감독의 KIA 등 어느 팀과 붙여놔도 얘깃거리가 된다. 강정호의 해외진출, 경기 불황 등 관중몰이에 불리한 요소도 많지만, 긍정적인 요인이 부정적인 면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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