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국민모임에 먼저 연락하고 만날 생각"

"기존 통진당 지도부 패권적 행태 책임 잔존"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에게는 원내 유일 진보정당이라는 사명이 생겼다"며 "진보의 힘을 모으는 것은 정의당에게 주어진 특별한 사명"이라고 선언했다.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가세로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국민모임' 결성을 계기로 진보진영 재편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012년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경선 부정사태를 계기로 통합진보당에서 갈라져 나와, 같은해 10월 창당된 정의당은 올해로 창당 4년차를 맞는다.

"정의당이 '더 큰 진보정치' 주도할 것"…舊통진당엔 "함께 안해"

천 대표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더 큰 진보정치로 나아가겠다"며 "오늘 이후 더 큰 진보정치를 바라는 분들 모두를 적극적으로 만나가며 판단하겠다. 정의당의 주도적 역할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천 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국민모임' 측과의 접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저희가 먼저 연락을 드리고 만날 생각"이라며 "국민모임과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등 '노동정치' 세력, 정동영 전 의원 등 진보정치 재편·강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4가지 그룹 전체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노동당이 정의당과의 통합을 놓고 그것을 쟁점 삼아 당권 선거가 이뤄지고 있다"며 "결선투표로 가지 않으면 오는 23일 대표가 확정될 것인데, 누가 (대표가) 되든 만나서 진보 재편·강화에 대해 의논을 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단 천 대표는 구 통합진보당에는 선을 확실히 그었다. '종북' 논란이 부담스럽다는 이유 외에도, 2012년 분당 당시 당권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행간에 묻어났다. 천 대표는 회견문에서 "다시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더 큰 진보정당은 민주주의자들의 정당이어야 한다"고 했다.

천 대표는 "몇몇 사람이나 세력이 당을 좌우해서도 안 되며, 당원이 주인이 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진보 재편의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는 질의응답에서 "진보의 구호를 외친다고 진정한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의 진보정당에서 민주주의적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언급했다.

특히 구 통합진보당 주도세력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응답에서는 "기존에 통합진보당을 이끌어왔던 분들의 패권적 행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아직도 남아 있다"며 "앞으로 선거에서의 연대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고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 분들과 함께 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천 대표는 또 통합의 기준 중 하나로 "통합의 의지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가 제일 중요할 것"이라며 "의지가 없는 분들과 테이블에 앉아서 하느니 마느니를 갖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모두를 위해서 바람직하지도 생산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노동당 내 일부 그룹이나 '노동정치' 세력 내 일부 그룹을 간접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4.29 보선, 우리가 먼저 연대 제안 안해…정권교체 위한 연대 바람직"

4.29 보궐선거에서의 야권연대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천 대표는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만약에 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그건 새정치연합이 먼저 결정할 일이고, 저희들이 먼저 연대를 제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이 연대를 제안한다면?'이라는 재질문에는 "그렇게까진 너무 당겨서 이야기하지는 말자"며 즉답을 피했지만 "다만 이번엔 야권연대가 이루어지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권연대의 원칙에 대해 "선거에 임박해서 후보만 단일화하는 야권연대는 국민에게 지지받기 어렵다. 그러나 야권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공정한 연대는 나쁜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2017년 정권교체를 염두에 둘 때, 제1야당 단독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중장기적인 야권연대는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 천 대표는 "개헌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서민을 외면하는 정치의 뿌리는 지역 독점과 소선구제에 기댄 '양당 특권체제'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헌재 결정으로 인한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문제에 대해 "양대 정당이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이는 야합을 한다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2월 8일 선출되는 새정치연합 신임 대표께 미리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원포인트 회동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지 않고 지역구 의원 숫자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에 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며 "저희는 이 부분에 대해선 매우 단호하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과 함께 이런 개악에 동참한다면 당운을 걸고 막을 생각"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비정규직 정당' 되겠다"

기자회견문에서 천 대표는 "'비정규직 정당'은 정의당의 또 다른 이름이 될 것"이라며 "선언이 아닌 실천으로 비정규직 정당의 길을 가겠다"고 당의 최우선 과제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두었다.

그는 "불안정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가, 안정적이고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바꾸는 것이 정의당의 제1과제"라며 "더 이상 호소할 곳이 없어 굴뚝에 오르지 않도록 정의당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굴뚝'이 되겠다"고 쌍용차 해고자들의 '굴뚝 농성'을 상기시켰다.

그는 <미생>, <카트>, <송곳> 등의 작품을 언급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이 비극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은 박근혜 정부"라고 비판하고 "제1야당은 이 비극을 객석에서 구경만 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을 향해서는 "지난 대선 제1야당의 정책은 지금까지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너무 빨리 이것을 내던져 버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것과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정의당의 신년 약속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편 정의당이 자체 북한인권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전날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우리 당이 북한인권법을 발의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북한인권법 입법을 반대한다고 해서 북한의 인권 개선에 반대한다는 것은 궤변이고 억지 주장"이라며 "우리 당의 입장은 기존의 남한 정권들이 북한과 맺어왔던 기존의 합의를 존중해서 상호 체제를 인정해야 된다는 것이 대전제이고, 그러면서도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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