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은 'F 학점', 재수강도 못 하는데…'"

[현장] "장그래 양산 반대"…대학생들, 전과목 F 학점 수여 퍼포먼스

"제 점수는 F입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노동·교육·금융·공공 분야 등 모든 전공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경희대·고려대·숙명여대·이화여대 등 대학생들은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엉터리 경제정책 비판' 기자회견을 열고, 최 부총리가 추진하는 부분별 정책에 모두 F 학점을 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서민이 아니라 재계만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교육 분야에서 F 학점을 준 박래현 고려대 학생은 "최경환 부총리가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겠다면서 파견을 확대하고 해고 조건을 완화하는 '장그래법'을 내놨다. 이 땅에 더 많은 '장그래'를 만드는 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대학 교육도 개혁한다면서 산학협력 실적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차등지급하겠다고 한다"며 "지금도 대학생들은 줄 세우기 식 대학 평가를 거부하는 실정인데, 대학 간 경쟁을 심화시키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공공 분야에서 F 학점을 준 홍유정 숙명여대 학생은 "규제는 암 덩어리고 단두대에 올려서 처리하자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왔다. 공공기관과 금융 부분을 개혁하자면서 민영화를 하고 있다. 우리 삶의 필수 부분들을 기업들이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생들이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엉터리 경제 정책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자신을 경희대에서 '최경환 부총리 F 학점 대자보를 썼던 학생'이라고 소개한 최휘엽 경희대 학생은 "재수강할 수 없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총평했다.
최 씨는 "최 부총리가 어제 경희대에서 대학생들을 만나 '서비스산업 일자리를 늘리려면 대학생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어떤 일자리인가? 의료산업 활성화로 누가 혜택을 보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학은 졸업해도 빚과는 졸업 못 하는 대학생들의 현실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이다. 최 부총리는 가계 소득 대책을 '기업 소득 대책'으로 대체했고, 사내유보금 규제 완화로 기업들의 부동산 투기를 합법화했다"고 비판했다.

▲ 박래현 고려대 학생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교육과 노동 분야 성적표에 F 학점을 주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최 씨는 "기간제를 4년으로 늘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방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만 조장하고 부실 일자리를 양산할 것"이라며 "사회복지 안전망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전체 노동 시장을 하향 평준화시킨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장그래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에 돈을 풀고 금리를 인하하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제위기가 너무 많다"며 "최 부총리의 3년 경제 개혁은 앞으로 한국의 30년 경제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실 경제가 경제학 수업처럼 재수강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불평등 해소가 성장의 지름길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임금을 보장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입법을 하고, 기업 편향적인 소득 분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실정하면 사퇴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사퇴를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 부총리의 성적표에 'F'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인 뒤 "새해가 시작된 지 9일밖에 안 지났는데 F 학점을 받았지만, 다음에는 더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최 부총리를) 격려하자"라고 말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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