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친박과 비밀 회동…계파 갈등 도지나?

"29%짜리 대표가 전횡"…김무성 흔들기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대규모 회동을 열고 김무성 대표 등 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30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 간담회에 친박 주류로 분류되는 의원 20여 명이 참석한 것. 여당 내 계파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 주류의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내년이면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라며 "당도 앞으로 더욱 민주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뼈 있는 소리를 했다. 최근 그는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놓고 김 대표와 의견 대립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최고위원은 "나도 대표를 해 봤지만, 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렇다. 여론을 듣고 바로잡고 가면 되는 거다"라면서 "김 대표가 고뇌하고 내년에는 좀더 많은 당 내 소통을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 주면…(좋겠다)"고 했다. 그는 "나는 당의 최고 선배로서, 과거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길을 잘못 가면 지적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비공개 자리에서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너무 당에서 전횡을 하는 게 아니냐"며 박 전 이사장 사례를 들어 "여태까지 당직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적이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기준 의원도 "국가 혁신과 경제살리기에 국민적 합의를 모아 힘껏 달려가야 하는 시점인데, 선명하지 못한 당청관계와 국민 관심을 분열시킬 수밖에 없는 개헌 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길 먼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직 인사권 사유화'에 시선이 꽂힌다.

유 의원은 "이런 행태가 여당 내부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게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전당대회에서 득표한 득표율에 비해 대표가 자기 혼자서 모든 것을 전횡하려는 듯한 모습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를 하고, 인사를 할 때도 최고위원들과 의논해 가면서 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논의 내용을 전했다.

윤상현 의원은 당직 인선에 대해 좀더 직접적으로 김 대표를 비난했다. 윤 의원은 "당 대표께서 지난 전당대회에서 득표한 득표율이 29%인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대표 모습은 한마디로 92%를 득템(독점)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서 의원과 유 의원, 윤 의원의 말은 당내 요직에 김 의원과 가까운 이들이 배치된 데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윤 의원은 "존재감 있는 여당의 모습이 아니라 존재감 있는 '여당 대표'의 모습만 보인다는 지적이 (참석자들 사이에) 일맥상통하게 있다"고 했다.

당청관계 지적…'무능 정부' 김무성 발언 불만?

특히 윤 의원은 "대통령께서 일하시려면 여당과 소통이 잘 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잘할 수 있게끔 여당이 역할을 잘 해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당청관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당청관계가 전례없이 삐그덕거리고 금이 가고 있고, 삐그덕거리면 기름을 치고 금이 가면 보강하려고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약하다"고 했다. 최근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편에 이어 군인·사학연금 개편설이 기획재정부 실무자 발(發)로 보도되자 "무능한 정부"라며 박근혜 정부에 정면으로 각을 세운 일이 있다.

윤 의원은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소소한 일들이 나타난다. 불안한 신호를 빨리 캐치(catch)하고 보완·수습하려는 노력을 당 지도부가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부족하다"며 "당 대표께서 좀더 의견 소통을 하고, 열린 리더십을 갖고, 우리들과 대화하고 토론해서 좋은 당청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기준 의원도 "당청관계가 삐걱댄다든지, 불협화음이 들리면서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형태로 여당을 이끌어 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면서 "여당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정부와 힘을 합쳐서,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정치를 보여주면서 경제 살리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 모습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는 우려를 했다"고 했다.

김문수 혁신위도 비판 대상…"자기 잣대를 국민에 강요"

유 의원은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주도하고 김무성 지도부가 추인한 당 혁신안에 대해서도 "국민의 잣대에 맞춘 혁신과 쇄신은커녕, 자신의 잣대를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같이 비춰지는 현재 모습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당정청이 모든 의지와 지혜를 모아 국민만 바라봐야 하는 시기에, 정작 중요한 역할 해야 할 당사자들이 자기 세력 과시에만 눈이 멀어 제대로 바라봐야할 것을 바라보지 못한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또 함진규 의원은 회동 후 논의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하면서 "개헌 문제와 관련해 '내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경제를 최우선시할 수 있는 최적기로 내년 상반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개헌 문제를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이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0월 중국 방문 일정 중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라며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최근 해양수산부 장관 직에서 물러난 이주영 의원도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회 차원에서 우리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많은 과제를 가지고 동료의원들과 앞으로 연구 활동에 정진해서 우리나라와 당의 발전에 기여를 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 의원을 두고서는 '친박 대표선수'로 내년 5월 원내대표 선거 출마설이 돌고 있다.

'대표 빼고 청와대 회동' 보도에 김무성 "좋은 일이지 뭐"

이들의 회동을 하고 있던 같은 시각, 김무성 대표는 당 출입기자들과 송년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친박계 회동에 대해 "그 모임 이름이 뭐라고?"라며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정책 많이 내놓길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친박 중진의원들 5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대통령도 의원들과 대화하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뭐"라고 눙쳤다. 이날 <문화일보>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당일에 박 대통령이 서청원·정갑윤·유기준·김태환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저녁을 들며 '정윤회 비선 실세' 논란, 공무원연금 개편, 경제인 가석방, 인적쇄신 등 국정 쇄신 방책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비공식 회동이지만 대통령이 당 대표를 빼고 측근 의원들과 국정운영을 논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해당 보도에 대해 서·정 의원은 "아니다", "간 적 없다"고 부인했고, 회동 후 약식 브리핑을 하던 유 의원은 관련 질문에 "그 부분은 오늘 주제와는 다른 것이니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아는 바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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