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은밀한 비밀작전…한국은 몰라!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8> 한미연합사령부(2)

2009년 12월 12일. 평양에서 그루지야 소속의 수송기 한 대가 이륙하자, 그와 거의 동시에 오산에 있는 미 7공군사령부 공군기지에서 이제까지 그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던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활주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날개폭이 20 미터에 달하는 이 백색의 비행체는 출격한 즉시 평양에서 이륙한 수송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비밀 정찰기는 수송기 내부를 전자적으로 스캔하여 수송기에 실린 화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그 데이터는 바로 오산의 7공군사령부 상황실로 전송되었고, 그 즉시 미 태평양사령부를 비롯한 본토에서는 "북한제 무기를 실은 수송기가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무인정찰기는 'RQ -170 센티널'로 명명된 미국의 비밀무기로 이 때까지는 그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다.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유엔 결의 1874호에 따라 미국은 이 수송기에 전자전만으로 방콕의 돈므엉 공항에 강제로 불시착하게 한 다음, 태국 정부를 압박하여 이 수송기를 전격 억류하고 승무원들을 구속하였다. 수색 결과 수송기에서는 북한제 지대공미사일, 대전차용 로켓포(RPG), 폭약, 총기류 등 35톤가량의 북한산 무기가 적발됐다. CIA의 빈틈없는 정보망이 몇 주에 걸쳐 추적해 온 이 수송기는 마지막 순간에 미7공군에 배치된 비밀 정보무기에 의해 그 화물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 비밀 합동작전은 주한미군 전력이 한반도 방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비밀작전에 얼마나 신속하게 동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였다. 이 작전의 내용은 사전은 물론 사후에도 한국군에게 전혀 통보되지 않았다. 오직 미국 정부의 결정으로 이루어졌고,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편 연합사령부는 이 7공군사령부에 대한 작전지휘 권한이 없다. 7공군사는 주한미군사령부나 한미연합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미 태평양사령부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는 조직이다. 이 때문에 당시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도 7공군사령부 상황실에 대한 통제 권한이 없다. 이 작전의 내막을 그가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대한민국 주권의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한국에 있는 가장 큰 군사조직 중 하나가 7공군사령부다. 우리 주권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비밀 무기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다소 의외의 계기에서 비롯되었다. 새로운 정보 무기가 한국에 배치되려면 한국 정부로부터 전용 주파수를 할당받아야 한다. 유일하게 한국 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항은 이것밖에 없다. 군사주권이 아닌 '전파주권'이 '우연히' 미국 비밀무기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럴 정도로 우리는 미군에 대해 아는 바 없고 한반도 생존을 좌지우지할 위기관리의 중요한 영역을 미국에 맡겨, 우리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 비밀작전은 1968년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벌어진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전력이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당한 수준의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가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의외로 적다.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서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이미 상당히 진척되었음을 말해 주는 것으로, 우리에게 주한미군은 그 존재 자체가 점점 더 '스텔스화'되고 있다.

한미연합사 작전지휘 바깥에 있는 7공군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에 대한 표적 설정의 권한, 군사용어로 '기계획통합임무명령서'(prepositioned integrated tasking order)를 작성할 권한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면 북한에 대한 표적 선정을 하는데 그 위원회 위원장이 바로 7공군사령관이다. 이 조직이 우리 주권 바깥에서 어떻게 한반도 운명을 좌우했는지 다음호에서 역사적 사례를 들어 파헤쳐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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