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중국 외교를 움직이나?

[차이나 프리즘]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면면을 보니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공산당의 정식초청에 따른 것이다. 한중정당회담에서 합의한 한국과 중국 간의 전략대화의 일환이다. 한국의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중국공산당의 정당 간 교류를 통해 양국 간의 현안을 논의하고 양국 집권당 간 정책협력을 높여나가자는 취지인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중국방문의 성과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세간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한중 양국 정당간의 교류는 분명히 필요하다. 특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중양국이 맺고 있는 관계의 긴밀성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군비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에서 양국 간 대립은 어떤 형태로든 한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최대의 강대국들이 경쟁하고 있는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외교를 통한 생존과 적응뿐이기 때문이다.

▲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대표가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중국의 정당외교는 어떠한가? 김무성 대표의 중국방문이 중국공산당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면 중국공산당 내에 정당 간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가 있을 것인데, 그 부서가 어떤 부서이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궁금해진다.

일반적으로 외교는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기 정부의 공식적 채널인 외교부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당 국가 체제인 중국은 여타 국가와는 사뭇 다르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공산당과 정부 간의 인사교류는 일상화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 당기구나 조직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영향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중국공산당 내에서 외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외연락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2010년 3월 류홍차이(劉洪才)가 북한에 대사로 임명되었는데 중국외교부 소속 관료는 아니었다. 중국공산당 내 대외연락부라는 부서의 부부장(차관급)이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외교부 관료나 지역사정에 밝은 학자를 대사로 내보는 경우가 많지만 집권당의 당 관료를 직접 특정 국가의 대사로 임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중국의 당 국가체제를 이해한다면 중국에서 이와 같은 임명은 특별한 일도 아니다. 중국공산당의 대외연락부라는 곳은 어떤 외교적 역할을 하는 부서이기에 부부장을 북한대사로 보내는 것인가?

중국공산당의 대외연락부는 1951년 사회주의 국가의 정당이나 이념적으로 사회주의적 성격을 갖는 정당과의 연락 및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1970년대 후반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하면서 부서의 역할과 권한이 확대되었다. 중국공산당의 국제활동 전반을 총괄하는 기구로 변모했다. 특히 1990년대 말 사회주의 체제가 해체되면서 사회주의 정당은 중국공산당은 고립 위기에 처했다. 이에 정부 간 외교와는 별도로 세계 각국의 정당 특히 집권당 간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시작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160개국의 520개의 정당과의 광범위한 공식적,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외교활동을 보면, 첫째 야당이나 민간단체보다 먼저 집권당과의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집권당이 중국과 관련된 외교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데 있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둘째,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정책방침과 의지를 선전하고 설득하는 데 중점을 둔다. 중국의 핵심적인 국가이익이 걸려있는 정책의 경우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가 직접 결정하는데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중국지도부의 정책 입장과 의도를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홍보하고 선전하고 있다.

셋째, 대외연락부가 구축하려고 하는 네트워크는 비단 정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 집권당뿐만 아니라 야당, 시민단체, 민간단체, 국제기구, 국제 NGO 등 다양한 기구나 기관의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넷째, 대외연락부는 정부 간 공식적 외교를 간여하지 않지만 중국 외교부의 업무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보완해 오고 있다. 이른바 '반관반민(半官半民)'이라는 성격으로 인해 정부 간 외교와는 달리 복잡한 의전이 필요로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활하게 펼쳐나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 간 공식외교에서 불가능한 민감한 문제들까지 다룰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중국의 외교정책결정과정에는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다.

현재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왕자루이(王家瑞) 부장이 총괄하고 있는데 그는 중국의 정당, 사회단체 총연합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까지 맡고 있는 중국 고위 파워엘리트 중 한 사람이다. 왕자루이 부장을 포함 5명의 부부장, 2명의 부장 보좌관 등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외연락 지도부는 전 세계를 8개 지역으로 나누어 국별로 각 지역 정당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8개의 실무국 중 한반도 외교를 전담하고 있는 곳은 바로 2국이다. 아마도 이번 김무성 대표의 초청 시 의전 등 모든 실무를 이곳에 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외 1국은 동남아, 3국은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 7국은 북미, 8국은 유럽을 각각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대외연락부 출신 중국정치권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는 장쩌민 집권 시 우리나라의 국회의장 격은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었던 챠오스(喬石)를 들 수 있다. 그는 당시 서열 2위였다. 챠오스는 대외연락부를 통해 성장한 인물로 대외연락부 연구원으로부터 부국장, 국장을 거쳐 부부장, 부장을 거쳐 최고위 파워엘리트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다이빙궈(戴秉国)가 있다. 다이빙궈는 후진타오 집권 시 중국외교의 '장문인'으로까지 불리만큼 중국외교를 대표하는 인물로 외교부장을 거쳐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끝으로 관계에서 은퇴한 후 현재에는 중국 한 대학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대외연락부 부장인 왕자루이 역시 다이빙궈가 발탁한 인물이다. 왕자루이 2000년 대외연락부 부부장으로 대외연락부에 들어왔는데 2003년 부장으로 승진한 후 현재까지 11년간 중국공산당 외교의 수장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중국 외교가의 실력자인 것이다. 현재 중국 외교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교관 중 대표적인 대외연락부 인맥으로는 유엔 중국대사인 류제이(劉結一) 그리고 왕이 외교부장의 후임으로 대만판공실을 맡고 있는 장즈쥔(張志軍) 등이 있는데 이들 역시 중국 외교가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 외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루어진다. 정부 간 공식적 외교를 보완하고 지원할 수 있는 공식적 비공식적 채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외교정책과정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당 간 외교는 정부 간 공식 외교가 풀지 못한 사안들을 풀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대국외교'를 지향하고 있는 작금의 중국에서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역할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 다시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를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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