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단통법]①삼성전자 '원 대로'..보조금 분리공시 '없던 일'

이통사·제조사 개별 보조금 파악 못해

오는 10월1일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다. 휴대폰 판매시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해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완화시키겠다는게 도입 취지다. 하지만 제조사 보조금 공시 의무화는 결국 배제됐다. 반쪽짜리 법안이 시행될 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동통신시장은 어떻게 바뀌는지, 이통사·제조사의 영업전략은 무엇인지, 소비자는 어떻게 하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내달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다.
단통법이 만들어진 배경은 이동통신시장이 불합리한 보조금 때문에 혼탁해졌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소비자가 새 휴대폰을 사려면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가야 한다. 하지만 어느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같은 이동통신사라도 어느 대리점·판매점을 찾느냐에 따라, 심지어 같은 대리점·판매점이라도 언제 방문하느냐에 따라 보조금이 달랐다.
자연스럽게 같은 휴대폰, 이통사, 요금제를 선택하더라도 누구는 50만원에, 누구는 공짜에 구입하는 기형적 시장구조가 형성됐다. 이른바 소비자 차별이 발생됐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는 소비자 차별이 발생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고자 단통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당초 법안 취지와 달리 실제 시행안은 반쪽짜리로 전락됐다.
▲ 내달부터 시행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서 보조금 분리공시 의무화가 제외됐다.

◇핵심 카드 없어진 미창부·방통위
당초 단통법은 휴대폰 보조금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통사 보조금뿐만 아니라 제조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도 규제하고, 단말기별 출고가·보조금·판매가를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사와 더불어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도 판매장려금 내역을 정부에 제출해야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분리공시제는 휴대폰 구입시 지급되는 전체 보조금 중에서 이동통신사 보조금은 얼마이고 제조사 장려금은 얼마인지 별도로 공시하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소비자는 보조금 출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며, 이통사 및 제조사는 차별적인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갖고 단통법에서 분리공시를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규개위는 단통법의 분리공시가 과도한 규제라는데 입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연스럽게 방송통신위원회도 규개위 내용을 받아들여 분리공시 내용을 제외한 단통법 고시안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의 핵심이었던 분리공시 내용이 삭제되면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가 선택할 수 대안도 좁아지게 됐다. 업계 자율로 보조금을 고시하거나 이통사와 제조사의 총 보조금을 통합해 공시하도록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보조금 통합 고시가 시행될 경우 온라인몰에서 이통사 지원금 없이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지원금 규모 만큼 요금할인으로 대체해주려던 정부정책도 힘들어지게 됐다. 또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규모를 별도 공시해, 휴대폰의 정확한 판매가를 알림으로써 휴대폰 출고가 인하를 유인하려던 정부의 복안도 유명무실하게 됐다.
▲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 12월 단통법 관련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해관계자, 분리공시제 찬반 엇걸려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첨예하게 대립됐다. 가장 크게 반대한 곳은 삼성전자다. 작년말 미래부·방통위 주관으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에서의 발언을 보면 쉽게 알수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단통법 분리공시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SK텔레콤 이형희 부사장은 "소비자에게 더 좋은 것을 주겠다는 것(단통법 입법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고, LG유플러스 유필계 부사장도 "단통법에 특별한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KT 표현명 사장 역시 "현재 휴대폰 가격은 시간대별, 지역별로 차이가 나므로 투명한 가격제시가 필요하다. 통신사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휴대폰 제조사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팬택간 의견이 엇갈렸다. LG전자는 분리공시제에 반대입장이었다가 최근 찬성입장으로 돌아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단통법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몇 가지 우려사항이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단통법이 시행되면 우선 제조사 영업비밀정보를 제출해야 하는데, 물론 정부가 영업비밀을 지켜주겠지만 만약이라도 유출될 경우 글로벌 비즈니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휴대폰 판매장려금은 국내와 해외사업자간 차이가 있고, 국내 판매장려금이 노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에 사활이 걸려있는 부분이라고까지 강조했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도 삼성전자에 동조하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한때 이 문제는 부처 간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결국 규개위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는데, 분리공시는 없던 일로 됐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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