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기후변화 대응 공조…한국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기후변화 문제, 지금 대처해야

지난 7월 9~10일 제6차 중‧미 전략경제대화(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본 대화는 세계 2대 강국(G2)인 중국과 미국이 양국의 현안과 글로벌 이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각료급 회의로 1년에 한 번씩 번갈아 개최된다. 이번 대화에서는 위안화, 영토주권, 인권문제, 북핵문제, 투자협정, 군사교류 등 양국 간 민감한 의제들이 거의 모두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경제나 전략 부분의 의제들에서 양국 간 의견 대립으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였다. 여러 쟁점들이 격돌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과 미국은 세계 1,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해 선진국에 의무를 부여한 '교토의정서'를 2011년 탈퇴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이에 대한 의무가 2015년 이후로 미루어진 상태이다. 사실상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감축 의무를 지지 않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의 실효성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양국이 감축 의무를 거부하거나 없다 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중미 양국의 안보·경제 분야 고위급 당국자들이 양국 현안 및 지역·글로벌이슈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제6차 전략경제대화(S&ED)가 9일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에 양국이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합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주변국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침체되어 있는 기후변화 협상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전 세계 국가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였더라 하더라도, 선뜻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힘든 난제이다. 경제적인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국가들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도 감축하지 않는데 우리가 나선다고 얼마나 표가 난다고…"하는 식이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감축 의무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어 국내 경제 손실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내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중국과 미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서면서, 이제 좋은 구실거리를 찾을 수 없어 아쉽게 되었다.
G2, 기후변화 대응 체제 마련에 박차를
중국과 미국은 올해 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6월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내놓으며 행정명령을 동원했다. 미국 환경청은 2030년까지 발전부문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규제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기후변화 대응 관련 법 제정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공화당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힘들다고 보아 대통령 권한으로 강제시행을 명령한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에 비해 더 적극적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미 12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11~201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7% 줄이고,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0~45% 감축한다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목표달성을 위한 제도화 작업도 시작되었다.《환경보호법(环境保护法)》을 25년 만에 개정하고 오염물 배출 기업에 대한 벌금 상한선을 폐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였다. 더욱이 지난 7월 21일《기후변화대응법(气候变化应对法)》초안도 마련되어, 10월 이에 대한 의견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로써 중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법제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나 법률 시행 시기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본 법이 시행되면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오염 유발 등에 대한 규제가 훨씬 강해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환경규제가 비교적 약한 중국으로 공장이 이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듣기 힘들 것이다.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 마련은 중앙정부 차원의 법률제정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을 지방에서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본 제도는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으로 EU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중국은 톈진(天津),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을 포함한 7개의 시범 도시에서 관련 시행(试行) 법률을 제정하고, 탄소배출권거래를 시작하였다. 시범 사업이 성공을 거둘 경우 2015년 이후 전국으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범 지역으로 선정될 경우 은행 대출 조건 완화, 정부 보조금 제공 등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어 중국 지방 정부는 본 제도의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도입에 대비하여 EU와의 협력 사업을 정식으로 가동하는 등 선진국과의 협력에 매우 적극적이다. 개발도상국가들과의 교류 협력도 활발하다. 이는 2015년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기후변화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협상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인다.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지방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정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발이 묶인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이러한 노력에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제정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할 것을 규정한 바 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본 제도는 201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기업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여 시행을 2년 연기한 것이다.

하지만 본 제도의 시행을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산업계의 앓는 소리가 상당하다. 2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 "준비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감축목표가 실현 불가능 할 정도로 높다", "산업경쟁력 약화와 환경규제가 엄격하지 않는 곳으로 공장들 이전이 불가피하다" 등의 이유로 제도 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산업계의 대응에 날개라도 달아주듯 언론에서도 온통 본 제도의 도입이 시기상조인 양 중국과 미국이 동참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제도를 시행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는 식의 회의론을 보도하는데 바쁘다. 앞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환경규제가 없는 곳은 지구 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물론 어느 국가가 얼마나 빨리 또는 얼마나 늦게 하느냐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도는 이미 2015년 시행되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 법률을 폐기하지 않는 이상 시행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못하겠다고 투정부릴 단계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미래의 경제적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좀 더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강구할 때이다. 하나의 제도가 안정화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보다 나은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동참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그다음 세대가 더 큰 부담을 안고 해야 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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