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세월오월'은 전시되지 못했다

[언론네트워크] 지역예술인·시민들 항의 퍼포먼스…개막식 5분만에 끝

광주시립미술관 앞마당에서 지난 8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비엔날레재단에서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걸개그림을 걸 것인지 말 것인지 결국 정하지 못한 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이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홍 화백의 '세월오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조종당하는 것 같은 부분이 있다. 광주시와 비엔날레재단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결국 홍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 부분을 닭으로 교체했다.

본래 이 걸개그림은 8일 오후 5시 시립미술관 로비에 전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전혀 전시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립미술관 직원들도 "전달받은 것이 없고, 자세한 것은 우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세월오월은)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오후 6시경 시립미술관 정문에 웬 보따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졌다.

'세월오월' 작품 면적의 9배인 프린트 작품이었다. 기자들과 작가들, 그리고 시민들이 보따리 주위로 모여들자 비엔날레재단의 한 관계자가 와서 시립미술관의 문을 잠궜다.
작가들의 난입과 항의를 예상해 그런 것으로 보이지만, 별다른 몸싸움 없이 조용하자 다시 슬그머니 문을 열었다.

특별전 개막식이 예정된 오후 7시가 다 돼가던 시간, 앉아서 기다리던 놀이패 신명의 단원들이 보따리 주위에 모여 앉아 예정되지 않은 퍼포먼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올라가자'라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이 예술인들은 거대한 프린트 작품을 펼치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작품 귀퉁이를 잡고 이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작품이 다 펼쳐지자 이들은 비엔날레 전시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길 모퉁이를 돌아 시립미술관 건너편 언덕위에 이 작품을 올린 이들은 이윽고 다시 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시립미술관을 오르는 계단위로 이 작품이 펼쳐졌다. 다시 한 번 작품 위에서 한바탕 춤사위가 벌어지고 이번 퍼포먼스는 끝이 났다.

이 날 개막식은 걸개그림 제막과 테이프커팅, 풍선 터트리기, 축하공연, 경과보고, 환영인사, 개막 선언, 내빈 축하말 등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로 차질을 빚으면서 5분가량의 국악공연만 펼쳐졌다.

결국,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은 이 곳에 전시되지 못했다. 비엔날레재단의 한 관계자는 "북한 문제나, 한일 관계 등 다소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 염려된다"며 "직접적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성격이 강해 특별전에서 기대한 목적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시민의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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