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내세운 원희룡과 남경필, 성공하려면?

[좋은나라 이슈페이퍼]<42> 그들의 실험, 어떻게 볼 것인가?

남경필과 원희룡, 두 도지사의 연정 실험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풀뿌리 보수의 연정실험은 몇 가지 의미가 있다. 그것은 첫째, 과정과 방식에서 두 지사의 실험은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주의에 의한 최초의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연정 시도’라는 정치사적 의의가 있다. 둘째, 인식 차원에서 이들의 실험은 연정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보수 세력과 차별적이다. 셋째, 연정의 성격에서 이들의 실험은 민주당-진보계열 정당이 구사하여 왔던 ‘후보단일화 중심의 선거연합’과는 달리 노선과 이념이 다른 이질적인 정당과의 정책·인사를 중심으로 한 ‘협치’(거버넌스)로 규정할 수 있다.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소통을 정례화·제도화하고, 정책협약을 통해 연정의 핵심 정책과 가치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의 연정 실험은 정당정치는 물론이고 진보와 보수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할 수가 있다. 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두 도지사의 연정 실험에 대해 협력적 자세와 적극적 인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1. 남경필·원희룡 지사의 연정 실험, 어디까지 왔나?

내 생각에 지난 6.4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유력 대권주자였던 정몽준 후보에게 압승을 거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한때 폐족의 적자(嫡子)에서 일약 야권의 대선 후보로 부상한 안희정 충남지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6.4 지방선거 이후 인수위 구성에서 지방정부 출범까지의 과정에서 세간의 최대 주목을 받은 정치인을 뽑으라면 주저 없이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를 선택할 것이다.

그 둘은 선거 승리 직후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이 연합정치 또는 협치라는 공동의 행보를 걷고 있다. 여권에서는 다소 낯선 50대 초반의 젊은 두 지사는 도정의 한 축을 경쟁세력인 야권의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과 공유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파격의 시작은 제주에서 비롯되었다. 선거 승리 직후 닷새 만에 원희룡 지사는 낙선한 새정련의 신구범 후보에게 지사직 인수위원장을 제안(6.8)하였다. 야당내부의 논란과 일부 여론의 반대가 있었지만 신구범 후보가 ‘새도정준비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락(6.11)하면서 제주발 연합정치의 실험이 가동되었다. 남경필 지사 역시 당선 직후 기자회견(6.8)을 통해 ‘사회통합부지사’를 신설해 야당에 적절한 인사를 추천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에 치중하겠다는 야당의 추천 거부에 따라 지난주(7.17)에 있었던 ‘경기도 민선 6기 조직개편안’ 발표에서 보건복지국, 환경국, 여성가족국 소관업무를 관장하는 ‘사회통합부지사’의 인선은 유보되었다. 하지만 그는 “사회통합부지사의 야당인사 추천은 연정의 핵심이기 때문에 추천이 늦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참고 기다릴 것이며, 선임 지연에 따른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확고한 견해를 밝혔다. 또한 ‘사회통합부지사’의 추천과는 별도로 ‘여야정책협의회’를 제도화하여 소통하는 도정을 이끌 것임을 천명하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들의 연정 실험이 일부 야당 인사의 선임 등 인적 차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원희룡 지사는 ‘새도정준비위원회’ 산하에 도민통합위원회 협치 분과와 4.3해결 분과를 둠으로써 다양한 세력을 아우르려는 통합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연정의 제도화 차원에서 한발 앞선 것은 남경필 지사이다. 남 지사는 경기도 내의 예산규모 400억 원 이상, 직원 100명 이상인 경기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경기문화재단 등 4개 공공기관 기관장을 인선할 때 연정(여야정책협의회)에서 사전 논의하고 선임할 때 ‘인사청문회’를 도입할 것임을 공언하였다(<경기중앙신문> 2014. 7.18).

2. 보수발(保守發) 연정 실험의 의의: 풀뿌리 보수주의에 의한 협치가 가능할까?

어떤 이들은 이들의 실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과도한 것이라고 내심 못마땅할 수 있다. 우선, 연합정치라는 담론의 지적 소유권은 야당과 진보진영에 있다. 연이은 대선 승리를 가져다준 DJP 연합(1997)과 노무현-정몽준 연합(2002), 그리고 커다란 논란을 가져왔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2005.7.28)이 그러하다. 또한, 공동 지방정부의 위상과 실험 역시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 뿌리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 전략의 목적으로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와 정책연대를 통한 공동 지방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5+4와 같은 정당과 시민단체의 협의체가 꾸려졌고, 선거와 인수위 과정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실험들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운용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실험에 주목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과정과 방식에서 두 지사의 실험은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주의에 의한 최초의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연정 시도’라는 정치사적 의의가 있다.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에 의한 야당 인사의 차출과 영입은 거의 예외 없이 고문과 위협, 회유에 의한 불법적 행위였다. 통합의 폭과 속도에 있어 정당사에 길이 남을 3당 합당(1990.1.22) 역시 소수 정당 엘리트들의 밀실야합의 결과였다. 하지만 두 지사의 연정 제안은 공개적이었고, 그 진행 과정 역시 상대방과의 협상으로 투명하게 추진됐다는 점에서 과거와 구분된다.

둘째, 인식 차원에서 이들의 실험은 연정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보수 세력과 차별적이다. 물론 연합정부와 연합정치는 정치의 세계에서 항구적인 선악의 판단 기준이 아닌 가변적인 전략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들은 연합정치에 대해 깊은 불신감과 경계심을 표출해 왔다. 일례로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에 대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선거법 개정을 위해 대통령 권력을 나누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헌법파괴적인 발상”이자 “야당과 민주주의의 실종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단호히 거부했다(<대구일보> 2005.8.1).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공동 지방정부 플랜을 들고 나오자 한나라당은 이를 ‘밀실야합에 의한 자리 나누기’로 비판하였다. 하지만 두 도지사의 연정에 대한 인식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사회통합부지사’를 야당에 제안하였던 남경필 지사는 “연정은 시대정신이고,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크다”면서 이를 지속 추진할 뜻임을 밝혔다(<경기중앙신문> 2014.7.18). 원희룡 지사 역시 “여당과의 당정협의뿐만 아니라, 야당과 정기적으로 그리고 필요할 때 수시로 정책협의를 진행함으로써 서로 공통된 가치와 정책 목표에 대해서는 협력을 추구”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시사제주> 2014.6.19).

셋째, 연정의 성격에서 이들의 실험은 민주당-진보계열 정당이 구사하여 왔던 ‘후보단일화 중심의 선거연합’과는 달리 노선과 이념이 다른 이질적인 정당과의 정책·인사를 중심으로 한 ‘협치’(거버넌스)로 규정할 수 있다. 최근 선진국들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공무원 중심의 전통적 행정 모델에서 시민 참여와 협력을 전제로 한 협치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나 의제21 등은 지방정부 수준에서 협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남경필의 경기도정은 다수당을 맡은 야당(78명/ 61%)의 협조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원희룡 역시 국회의원의 100%와 광역의원의 41.2%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력 없이는 도정을 원만하게 이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야당 및 시민단체와 권력을 나누는 협치라는 새로운 실험을 선택한 것이다.

3. 연정의 성공 조건과 과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방정부 차원에서 연정의 출현은 처음이 아니다. 불과 4년 전에 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된 인천의 송영길 시장과 경남 김두관 지사, 강원 이광재 지사는 공동 지방정부를 초당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특히 이광재 지사는 인수위 부위원장에 배연길 민주노동당 선거대책본부장을 선임했고, 김두관 지사는 정무부지사로 민주노동당 강병기 경남 농민위원장을 임명한 바 있다. 벌써 일각에서는 남경필·원희룡 두 지사의 실험에 대해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우려하고 있다. 필자는 두 사람의 정치 실험이 새정치연합 제주도당의 긴급성명대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저급한 정치 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모든 연정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은 연정 파트너인 야당 또는 소수당과의 협력과 소통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도 이 과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아니, 우리 시대의 가장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시정을 펼친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박원순 시장조차도 경쟁 정당 시의원의 협조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예를 들어 주민참여예산제도에서 서울시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강남 3구의 예산 비중은 3.98%에 불과하며, ‘찾아가는 현장시장실 사업’에 새누리당이 단체장을 맡은 5개 자치구는 단 한 차례도 참여한 바가 없다. 무엇보다도 지방정부의 주요 사업과 현안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한 채널을 다원화·정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연정을 지속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안정성의 확보이다. 사실 연정을 비판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연정의 ‘제도적 안정성’이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속 기간이 짧고 갈등만 큰 연정의 공통된 특징은 비공식적 법적 구성으로 인해 아무런 구속력이나 성문 절차 규칙이 없고, 그것을 추진하는 기구의 경우 자체의 정관이나 예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신사협정의 관행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나 한국의 경우 참여자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규범이나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으며 정치적으로도 공동으로 정부를 운용한 경험이 없으므로 연정의 법적·제도적 구속력 여부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요약하면, 단체장의 립 서비스나 구두선(口頭善)만으로는 어떤 성과도 낳을 수 없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대부분의 연정 사례에서는 대표성을 갖춘 참여자들 사이의 협상을 통해 공동의 가치와 지향을 담은 정책협약(policy pacts)을 체결·공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도와 제주도라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당적이 다른 단체장과 의회가 공동으로 실행할 지방의제를 함께 작성·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최근 연정의 양상은 참여자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과거의 연정에서는 전통적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정당만이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지방의회, 풀뿌리 시민단체와 공무원 노조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정책협약에 참여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방정부의 개혁과 복지국가의 재편으로 행정적 부담이 증가하자 지방정부는 이들 사회단체를 정책결정·집행과정에 적극 참여시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의 참여는 기득세력의 배타적 이익추구 경향과 비용을 외부로 돌리려는 담합과 공모의 가능성을 낮추고 공익이나 외부인(outsider)의 권익을 옹호함으로써 협약의 질과 정당성을 제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정부 차원의 연정이 성공적인 지역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개혁적 단체장의 존재(리더십)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참여적 시민문화의 기반이 단단한 지역 공동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이 점에서 남경필·원희룡 두 지사에게 풀뿌리 시민단체의 적극 참여와 중재의 활성화를 통해 정치적 지지를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끝으로, 연정은 야당에 대한 권한부여(empowerment)와 야당의 책임성(accountability)이 교환되는 정치 체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과거 몇 차례에 걸쳐 시도되었던 연정들의 실험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를 성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에서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일부 야당 인사를 영입하는 수준 즉 연정을 단순한 자문 및 협의체로 전락시킨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야당에 대한 권한 부여가 없다면 참여의 활성화나 실질적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수사(cheap talk)가 아닌 두 도지사의 보다 과감한 분권 및 위임 조치가 필수적이다. 한편, 야당 역시 연정을 ‘저급한 정치 쇼’로 폄하하기보다는 정치발전 차원에서 책임성을 갖고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

4. 정치적 양극화의 극복을 위하여

사실 한국에서 정치적 갈등의 진원지는 시민사회가 아니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엘리트였다. <그림 1>을 보면, 16대 당시 두 정당의 이념 격차는 불과 1.7에 그쳤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그 값은 거의 두 배인 3.2에 이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 시기를 거치면서 가파른 진보화의 경향을 띠었고 새누리당 역시 보수화의 경로를 걸었다. 반면 유권자 수준에서의 이념적 양극화 경향은 발견하기 어렵다. 의원들과 달리 유권자들은 주요 정책 선호에 있어 중도 보수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당 엘리트의 양극화, 특히 외교·안보영역에서 두 정당의 이념 격차는 19대에 이르러 무려 3.9로 벌어졌다.

결국 한국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이념 갈등의 원인은 일반 국민들 사이의 이념적 양극화의 증대 때문이라기보다는 ‘국가 권력을 둘러싼 중앙의 정치 엘리트들 사이의 이념적 갈등이 증폭’되었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정성호

두 사람의 연정 실험이 갖는 시대적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의 연정이 성공한다면, 정당정치는 물론이고 진보와 보수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할 수가 있다. 그것은 또한 한국의 사회통합이 풀뿌리로부터 돌파구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두 도지사의 연정 실험이 반드시 결실을 낳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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