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교수, 여기 역사의 산증인이 있다"

[현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연… "할머니들 죽어도 문제 해결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4일 과거 피해 사실을 증언하면서 일본의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아울러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과 조선인 위안부를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한 세종대학교 박유하 교수를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다섯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특별 강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삶'에 참석했다. 이날 강연은 한양대 박물관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시 '울림' 행사 중 하나로 기획됐다.

이날 증언을 위해 전날 대구에서 상경한 이용수 씨는 "여자애가 내 어깨를 감싸고 입을 막고 있자 군인이 나와서 끌고 갔다. 그때 기차를 처음 탔는데 안 간다고 무섭다고 했더니 주먹으로 치고 발길로 차 정신없이 끌고 갔다"며 연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산증인이 이렇게 나와 있지 않나. 일본은 아직까지 '돈 벌러 갔다'고 왜곡을 하고 있다. 제가 무슨 '위안부'인가. 저는 어머니 아버지가 (이름) 지어준 이용수"라며 "일본이 아베가 우기고 해도 죄가 있다. 망언을 하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삶' 특별 강연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왼쪽부터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피해자 박옥선 씨, 이용수 씨, 이옥선 씨, 강일출 씨. ⓒ프레시안(서어리)

위안부 피해 여성 쉼터인 '나눔의 집'에 거주하고 있는 이옥선 씨는 "남녀를 끌어다가 남자는 군인, 여자는 위안부로 만들었다. 얼마나 힘이 들고 고생을 했으면 사람들이 자살했다. 산에 가서 굴러 죽기도 하고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죽기를 기다리는데 제 인권은, 우리 피 값은 피를 가져간 놈들한테 받아야 한다. 우리 할머니들이 죽어도 해명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이어 박 교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희남 씨는 "누가 나라는 존재의 수치심을 알까 봐 항상 고향에도 못 가고 신분을 감추면서 살다 보니 어느새 90대가 되어 있었다"며 그런데 "그런데 교수라는 분이 저를 너무 분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유 씨는 "(박 교수와) 한 번 보고 전화를 몇 번 했는데, 한 번은 전화가 와서 '당신 강제로 끌려가지 않았지 않냐' 이런 소리 들을 때 기가 막혔다"며 "자기가 그때 당해본 사람인가. 고통받은 우리한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피해자들을 포함, 위안부 피해자 9명은 지난달 16일 박 교수와 <제국의 위안부> 출판사인 '뿌리와이파리'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제국의 위안부> 논란이 소송전으로 이어진 데 대한 토론도 오갔다. 줄곧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 온 충남대학교 국가전략연구소 윤명숙 전임연구원은 "저는 소송으로 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좀 더 토론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유하 교수 명예훼손으로 고소")

이번 소송 자문을 맡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리걸클리닉센터 박선아 교수는 "윤 교수 의견에 동감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시각으로 보느냐, 연구자 시각으로 보느냐가 다르다. 연구자들이 그간 이 문제를 왜 해결하지 못했는가 하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두 방법이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국의 위안부> 출판 및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은 오는 9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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