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제2의 황우석 사태다"

[인터뷰]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원장

* 이 인터뷰는 제주에 사는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 박진현 씨가 보내주셨습니다. 박 조합원은 현재 연재 [박진현의 제주살이]를 쓰고 있습니다. 편집자

"전문가들의 집단 침묵…황우석 사태와 비슷"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다음 날인 20일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원장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연구원에서 만났다. 주 원장은 해양문명사가이면서 제주대학교 석좌교수이자 해양수산부 총괄정책위원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대부분 해양전문가들이 입을 닫았지만, 주 원장은 언론에 글을 기고하고 최근에 '세월호 참사를 제주사회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17일 제주사회 집담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발언과 문제제기를 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문제는 일련의 사건들이 한꺼번에 밝혀지지 않고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 하나 드러났다는 데에 있다. 은폐하고, 가리고, 왜곡하는 사회다. 한국 사회 전체가 정보공유시스템이 왜곡된 사회다"

주 원장은 해양전문가들이 자기검열을 하면서 대부분 숨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해양전문가들이 정부와의 사업 프로젝트라는 이해관계 속에서 스스로 발을 뺐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언론 역시 바다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는 것도 문제지만, 바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말을 못하고 있다는 것. 주 원장은 "그나마 여기까지 사실이 밝혀지고 알려지는데 한 달이나 걸렸다. 황우석 사태와 비슷하다"고 비교했다.

"해양경찰은 바다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쉽게 얘기하면 해양영토를 수호하고, 해양안전을 지키고, 해양오염을 방제하는 것 보다는 범죄자를 수사하고, 정보력을 동원해 체포하고 구속시키는 데 더 열심인 조직이다."

주 원장은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과 범죄자 잡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다르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팽목항에 그 많은 해경 정보과 형사들이 유가족 동향을 파악한다고 깔린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나 역시 이번 일로 해양경찰에 정보과 형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주 원장은 "우리나라 해양경찰은 거꾸로 됐다. 바다영토를 수호하고, 해양안전을 지키고, 환경오염을 방제하는 일이 70%가 되어야 한다. 수사는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수사 분야에 근무하는 해양경찰은 진급해서 고위직으로 올라가고, 바다 안전에 종사하는 해양경찰은 진급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 주강현 원장 ⓒ 박진현 조합원


주 원장은 "해양경찰은 해체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여러 언론이 해양경찰 해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얘기 했더니, 주 원장은 "미국, 일본, 중국은 해양경찰이 없다. 'police'는 없고 'coast guard'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말로는 '연안경비대', '해양보안청' 정도다. 바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굳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일 필요가 없다는 것.

17일 열린 제주사회 집담회로 화제가 넘어갔다. 주 원장은 집담회를 연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월호는 제주도를 오가는 배였다. 그런 배가 침몰하자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그러면서 제주도 경제가 주름살이 생겼다고 말한다. 경기문제만 말한다. 제주도를 왔다 갔다 하는 배가 여기로 오지 못했다. 거꾸로 제주 사람이 타는 배이기도 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를 들어오고 나가는 배를 감독할 권한이 있다. 이에 대한 얘기가 제주사회에서 나오지 않다 보니 제주 사회 집담회를 제안하고 열었다"

1970년 서귀포에서 부산으로 가던 남영호에 감귤을 과적시켜 319명이 죽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도 뒤늦게 출동한 해양경비정과 해군 함정이 승객 12명만 구조하고 319명은 배와 함께 바다로 가라앉았다. 세월호가 제주도로 오다가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면, 20년 전 남영호는 제주에서 부산으로 가다가 가라앉았다. 제주도는 두말할 것 없이 섬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로 제주를 왔다 갔다 하지만 여전히 배로 오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주 원장은 "선박운영안전법에 의하면 배가 뜨기 전에 검사를 하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하지 않는다"며"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로써 제주도 역시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자치법에 의해 특별안전법을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주대학교 수산학과 학생들이 타는 배도 언급했다. 무려 27년이나 된 배라는 것. 그 낡은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다닌다는 게 말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 원장은 카페리선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화물과 여객을 같이 싣는 로로선(카페리)을 폐지할 것을 권장했다. 배에 대형짐차 같은 화물은 선적하면 처음부터 문제가 생긴다. 화물차에 베어링 같은 쇠붙이가 들어갔는지, 야채가 실려 있는지에 따라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 배에 차를 싣는 것도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는 순서대로 싣는다. 그러다보면 아무리 튼튼한 배라도 처음부터 안전에 이상이 생긴다. 0.5도라도 기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양의 유네스코라고 보면 된다. 150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북한도 가입국이다. 주 원장은 "여객선과 화물선을 분리하고, 여객선에는 필요하다면 승용차 정도만 실으면 된다"며 "우리 국민은 낡았을 뿐만 아니라 너무 위험한 배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권고한대로 우리 사회도 로로선(카페리선)을 폐지하자는 논의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

▲ 17일 열린 집담회 ⓒ 박진현 조합원


"국가안전처, 군사독재적 발상"

주 원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제주-인천을 다니는 배를 '민중노선'이라고 표현했다.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이제 배를 타고 제주를 오가는 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 배를 타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얘기다. 4월 15일 저녁, 인천항을 떠난 배는 세월호가 유일하단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당일 저녁 인천항은 안개가 자욱이 낀 상황이었다. 수학여행객이 있는 세월호가 안가면 여러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니까 무리하게 출발했다. '민중노선'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고위층과 가진 자들이 탄 배였다면 그날 세월호는 안개 속으로 출항을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해수부 기능 축소',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 주 원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주 원장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해양통합정책을 펴서 바다에 대한 사고를 제고시킬 때이지 해양수산부 기능을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 물론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낸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냉정한 비판도 함께 했다.

"국가안전처는 사고를 예방하는 조직이 아니다. 사고가 나면 조치를 하는 조직이다. 응급실을 차리겠다는 발상이다. 지금은 사고를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주 원장은 해양만 하더라도 항만, 물류, 해운, 관광, 환경 등 여러 분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분야에서 안전이 중요하고 빠질 수 없는 것이지, 어떻게 안전만 쏙 빼 생각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주 원장은 "항만분야만 하더라도, 배가 들어올 때 등대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VTS는 잘 작동하고 있는지, 뱃길 따라 잘 들어오고 있는지 등이 있다. 이는 항만시스템에서 하는 일"이라며 "국가안전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만,물류,해운,관광,환경 등 모든 것에서 안전을 고려하고, 생활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전처라는 한 부처가 해양, 산림, 교통 등 모든 분야의 안전을 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군사독재 방식이다. 그게 되는 일이냐? 일사불란한 안전체계는 필요하지만, 일사불란하게만 가겠다는 강박관념은 아무 것도 안하겠다는 것이다"

주 원장은 그 일례로 '안전행정부' 사례를 들었다. 주 원장은 "부처 이름을 바꿔 '안전'을 제일 앞에 내세워 형식적으로 국가안전컨트롤 타워를 만들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나듯 아무런 역할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냐고 물었다. 주 원장은 "세월호의 교훈은 이렇게는 살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무너진다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안전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 정부, 국회, 언론 등 우리 사회 모두가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는 일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며 "핵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한 기장 고리 원전도 사고가 날 수 있다. 원전사고가 나면 한반도 절반 이상은 초토화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사과하고, UAE 원전 설치식에 참석하러 간다는 것이 도대체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놓고 '진정성이 없다' '지방선거용 쇼다'라는 비판이 많다. 말보다 행동에서 진실이 잘 드러난다.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첫 행보가 해외로 나갔다는 게 꼭 비판받을 점은 아니다. 중요한 일정이 미리 잡혀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과하고 곧바로 한 행동이 UAE 원전 설치식 참석이기 때문에 우리는 암담하다. 여전히 우리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죽을 수 있는 위험사회에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주 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배워야할 것 중 하나로 결정하는 과정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정해서는 안 되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해가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이 하나 있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지만(주 원장은 그 자체도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해경이 그대로 옮겨 간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 박 대통령 표현대로 '적폐를 도려내지 못한 것'이고, '해경이 간판만 바꾼 꼴'이다.

주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안전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으며, 좌도 우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과거 권위주의 방식으로는 사회를 위험으로 내몰 수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