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현수의 죽음은 예외적 사건이었나?

[기고] 현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지난 3월 13일, 미국 법정은 세살 배기 한국 입양아 현수를 살해한 미국 입양부 브라이언 오칼라한에 대하여 1급 살인과 1급 아동학대죄를 적용했다. 어떤 이들은 현수의 죽음을 그저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저 예외적인 일에 그치는 것일까?

오칼라한은 사건 조사관들에게 사건 발생과 관련해 자신이 현수를 목욕시키는데 현수가 미끄러졌고 어깨가 욕조에 부딪혔다고 발단을 설명했다. 현수는 울었지만 괜찮았고, 다음날 오후 2시 오칼라한은 낮잠을 재웠다고 했다. 약 2시간 후, 그가 현수가 잘자고 있는지 보았을 때, 현수가 자고 있던 침대에 붉은 액체가 고여있고 코에서 많은 양의 콧물이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오칼라한은 아내가 외출 중이어서, 전화로 아내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때 아내가 오칼라한에게 현수를 병원응급실로 데려가라고 했다고 한다. 응급실 의사들은 현수가 응급실에 왔을 때 반응이 없고 뇌에서 출혈이 있었고 눈에도 출혈이 심했다고 한다. 현수의 머리에는 외상이 많았다고 의사들은 증언했다. 며칠 후, 현수는 사망했다. 부검보고서에 따르면 현수의 머리와 몸에는 여러 타박상 흔적이 있었다. <한겨레>에 실린 기사를 보면, 현수를 미국에 입양 보낸 한국홀트의 관계자는, 현수 몸에 있는 몽고반점을 미국의사들은 오진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현수가 수두증이 있었고 뇌수축증으로 사망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성급한 판단은 어렵다고 추가로 언급했다.

그러나 홀트의 주장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미국 국립수두증재단에 따르면 수두증은 지난 25년간 가장 흔한 선천적 결손증이며 선천적 수두증으로 인한 아동 사망률은 지난 25년간 54%에서 5%로 감소했다. 하지만 현수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와는 무관하게, 오칼라한의 진술에만 의존하더라도, 그는 현수에게 필요했던 의학적 도움에 대해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했을까? 아내가 현수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하기까지 오칼라한은 현수에게 필요한 아무런 의료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오칼라한의 대응에서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홀트에서는 현수 입양전 보고서에 현수의 수두증에 대해서 관한 사항을 기록하지 않았고 그래서 오칼라한은 그런 현수의 선천적 결손증에 대해 몰랐다.

(2) 오칼라한은 아동의 위급상황에 대한 훈련부족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므로 현수를 미국으로 입양 보낸, 홀트와 가톨릭 자선입양기관은, 현수가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오칼라한에게 교육과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이 경우, 입양부모에게 입양아동의 조건과 상황에 대한 교육과 훈련의 의무를 방기하고 현수를 미국에 입양 보낸 홀트와 가톨릭자선입양기관은 책임을 면제 받을 수 없다.

(3)오칼라한은 현수가 사망할 정도로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초기단계에 의료진과의 접촉을 고의적으로 회피했다. 이 경우 이런 폭력성향의 남성에게 적절한 검증 없이 현수를 입양 보낸 홀트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모든 상황에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현수와 같은 아동에 대해 입양후보가 제대로 대응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검증 없이 오칼라한의 입양신청서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현수를 미국으로 입양 보낸 것에 대해서 홀트는 책임이 있다.

어떤 이들은 미국국가안보국 직원인 오칼라한이 국가기관 채용 시에도 발견되지 못했던 결점을 일개 입양기관에서 발견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미국 국가안보국은 그 직원이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게 어떻게 잘 대응하는 가를 평가해 선발하는 기관이 아니다. 만약 이런 논리를 적용한다면, 국가안보국에 근무하는 직원은 아동을 입양하여 양육하기가 적절한지의 여부에 대하여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 정부는 헤이그입양협약에 이미 서명했다. 이 협약은 한국정부에 대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한국 정부가 이에 서명했다는 것은 협약의 목적에 맞는 조치를 취할 의무는 있다는 얘기다. 한국정부가 서명한 유엔아동권리협약 21조는 해외입양규정의 부담과 이익을 아동 수령국과 송출국가들에 지우고 있다. 헤이그입양협약을 한번 비준한 후에는, 정부의 중앙기관이 부모와 아동에 대해 평가할 최종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입양희망부모가 입양아동의 필요에 최고로 적합한지를 평가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아동송출국가인 리투아니아에서는 전문의가 진단을 한 후에 아동이 입양가능한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그 후 전문의는 어떤 입양희망 부모가 아동이 필요에 맞는 대우를 아동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여부를 아동과 관련서류를 검토하며 진단 내린다. 아동수령국의 잠재적 입양후보는 또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아동전문의로부터 자신이 입양을 원하는 아동에 대한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지의 여부, 예를 들면 비상상황 발생시에 어떻게 아동에게 대응할 것인 지 등에 대해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만약 아동이 학습장애가 있다면, 입양을 희망 부모는 교육전문가로부터 학습장애아동을 어떻게 다루는 지에 대하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아동입양과 관련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후 입양희망 부모는 수료증을 취득해야 하고 그 수료증에는 자신들이 입양할 아동의 특정한 필요에 대해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과정은 입양희망부모가 입양아동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담보하며, 문제 발생시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며, 누구에게 접촉하고 도움을 구하는지에 대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인 것이다. 수료증과 함께, 입양희망부모는 입양아동과 관계에서 구체적인 행동계획서를 리투아니아 중앙입양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그 후 리투아니아 중앙입양기관은 입양희망부모의 서류를 정밀하게 조사하고 만약 문제점을 발견한 경우에는, 입양희망부모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하거나 입양신청을 아예 거부할 수 있다.

또 입양 후 관찰과 지원에 대하여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칼라한은 경찰에서 다른 가족들은 현수와 잘 적응할 수 있었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체포영장보고에 따르면, 현수를 미국에서 입양을 추진한 가톨릭 자선입양기관은 현수의 입양 후 두 번이나 점검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두 번의 점검과정에서 오칼라한이 현수와 제대로 지낼 수 없었다는 것을 이 기관은 알았을까?

현수는 법적으로는 미국의 보호 아래 있지만, 현수 입양에 대한 책임은 현수를 미국에 입양 보낸 홀트에게도 있다. 많은 아동송출국들은 성공적인 입양을 위해 아동의 건강을 점검하고 입양부모에게 추가적인 지원을 해주기 위해 입양후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입양 후 점검은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근원적 도구는 아닌 것이다. 사전 준비는 최대의 예방이다.

현수는 입양 보내진 후 약 100일만에 죽음을 맞았다.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냥 말하는 대신에, 우리는 왜, 어떻게,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자문해야 한다. 정부와 다른 기관들은 현수의 죽음을 예외상황으로 취급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또 다른 입양아동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대안적인 선택은 한국의 현재 입양제도에 문제가 있고 그래서 한 아동이 결국 죽게 되었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는 자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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