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이번 지방선거의 기초단위 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으며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환영하는 반응과 함께 비난과 우려의 반응도 동시에 등장했다.
최근 발간된 <창작과비평> 2014년 봄호의 ‘연합정치의 진전을 위하여: 변혁적 중도주의의 시각에서’(전문 보기)라는 글에서 2012년 총선과 대선 시기 연합정치가 보여주었던 한계는 "연합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높임으로써 해결해가야" 하고 그 방향은 "(2016년 총선 전까지) 민주당과 새정치신당은 물론이고 정의당도 단일정당으로 결집해 시대전환의 중심 동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필자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신당 창당 합의를 바라보며
오해를 피하자면 이것이 야권의 모든 정당이 단일정당으로 집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국적 단위에서 수권을 지향하는 위 정당들의 결합을 말한 것이며 녹색당, 지역당, 혹은 다른 급진적 실험을 위한 정당의 독립적 존재를 인정하는 가운데 이들과는 다른 방식의 연합을 추진한다는 전제하의 단일정당론이다.
물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사이의 합의가 앞으로 순탄하게 실행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은 필자의 전망보다 일정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것인데 이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에 대한 부정적 반응 중 비난과 우려는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우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이번 합의를 낡은 정치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전자(비난)에 해당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당당한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 대선공약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뒤집는 것이 낡은 정치이지, 공약에 따라 정당으로서의 가장 큰 기득권인 공천을 포기하는 결단과 함께 진행되는 정치연합이 낡은 정치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정의당의 일차적 반응도 다소 실망스럽다. 입장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합의 자체를 낡은 정치로 몰 일은 아니다.
진정한 연합과 정치개혁의 길은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현재처럼 분열된 상태로 나가는 것, 혹은 분열된 정당들 사이에 공천을 둘러싼 협상이 지루하게 진행되는 것 모두 새 정치와 거리가 있다. 소극적인 반응보다는 정세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제안이 필요하다. 나아가 개혁당과 진보신당의 흐름이 결합된 정의당의 정책적 지향이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의 그것 사이에 하나의 정당으로 결합되지 못하도록 하는 절대적 간극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들의 연합이 더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원인은 정책적 차이보다는 민주당의 기득권 타파가 어려운 데 있는데, 앞으로 민주당을 비판하며 얻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민주당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강제하며 통 큰 연합과 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질을 높이는 데 더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근거가 있는 여러 우려들은 실천을 통해 해소해가야 한다. 우선 신당 건설과정에서 새 정치에 대한 더 큰 기대가 있었던 사람들의 실망감을 달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며 이를 계속 새 정치 실현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기초단위의 공천 포기도 큰 결단이지만 이는 출발에 불과하다. 정당통합 자체가 정당체질의 개선과 새 정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제3지대 신당 창당이라는 합의도 어떤 정당모델이 새 정치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에 기초한 것은 아닌 탓에, 앞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해결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 등으로 적지 않은 고통이 따를 것이다. 이 문제들이 지방선거 이전에 모두 해결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신당 창당을 넘어 이를 명실상부한 수권정당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여전히 2016년 총선을 목표로 추진해야 할 중기과제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문제는 공천제도이다. 신당 창당에 양측이 5대 5의 지분으로 참여하기로 한 지금의 합의에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 앞으로 신당의 정책과 공천제도를 포함한 조직운영방식을 정하는 과정에서 일대일 협상이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나아가 더 큰 연합과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등 외부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신당 협상의 대표성 획득과 이후 지도부 구성은 공천지분과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정한 경쟁규칙을 만들고 이에 따라 공천을 진행하면 되지 기계적인 비율에 따라 공천권을 배분할 필요는 없다. 후자의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면 다시 낡은 정치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문제는 무엇이 공평한 경쟁규칙인가이다. 기득권과 변화를 요구하는 흐름이 직접 충돌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공천방식이 실험되었으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향식 공천이 어려워지는 동시에 상향식 공천 또한 정착되지 않으면서 중간 기득권 세력만 더 강화되고 있다. 인물교체라는 면에서 보면 하향식 공천이 가능했던 시기보다 더 어려워진 면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향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돌파구는 상향식 공천을 정착시키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시대교체를 위한 수권정당으로
명백한 이유에 따라 전략공천이 이루어지는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경쟁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당원과 시민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본선 경쟁력, 지명도 등 여러 이유로 당내 경쟁에 제한을 가한다면 기득권은 보호되겠지만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세력이 당 밖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지나친 경쟁이 본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있지만 다음 총선부터 선거일 석 달 이전까지 공천을 완료하는 제도 등을 도입한다면 경선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당내 개혁과 함께 비례대표제 확대 등의 정치개혁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국회의원 개인의 특권 축소보다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제도권 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득권 내려놓기의 더 핵심적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이번 신당 창당이 미칠 영향에 집중되고 있다. 후보 조정이 여전히 큰 난관이기는 하지만 현재 기초단위의 무(無)공천에 합의했기 때문에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다.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한 현명한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당모델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는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신당 창당은 지방선거의 승리를 넘어 국민이 염원하는 시대교체를 실현할 수 있는 수권정당의 건설을 목표로 삼을 때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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