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보이지 않는 살인자

[안종주의 '건강 사회'] 미세먼지 재앙, 한중 외교로 풀어야

지난 1주일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미세먼지가 이번 주 들어 말끔히 사라졌다. 지난주에 견줘 지금은 약간 추워지기는 했지만 걷기, 등산, 야외 운동 등을 하기에 훨씬 좋아졌다. 미세먼지가 일상생활과 우리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는 실감한 요즘이었다.
과거 중국 황사가 한반도를 덮칠 때나 미세먼지 걱정을 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람들은 한반도 날씨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스모그가 얼마나 심각한지에도 관심을 둔다. 언론 보도나 방송 일기예보에도 이제 빠지지 않고 중국에서 벌어지는 스모그 사태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1주일간 지속한 심각한 미세먼지 오염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기준치를 웃돈 미세먼지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시야에는 백내장 환자의 눈에 비친 희뿌연 풍경과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매스컴들은 어린이와 노약자, 만성질환자, 특히 폐 질환자들에게 외출을 삼가라는 주의를 시시각각 내보냈다. 일상 대화와 인사에 중국 스모그와 미세먼지가 한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입에 오르내렸다.
중국 스모그는 환경오염이 아니라 환경재앙
베이징 등 중국의 많은 대도시들이 1년에 100일간 심각한 스모그에 시달리는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몇 달간 대다수 중국의 대형 도시에서 나타난 스모그 농도는 과거보다 더욱 심각하다. 지난 10월에는 북동부 중국의 오염 농도가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의 4000배를 넘긴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환경오염이 아니라 환경재앙이라고 해야 걸맞다. 수많은 중국 인민들의 지금 당장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미래 건강과 생명이 성장과 산업화라는 괴물 앞에 내동댕이쳐져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환경을 무시한 성장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모진 놈 옆에 있다가 지금 날벼락을 맞고 있다. 이제 미세먼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잠시 귀찮고 성가시게 만드는 존재라 아니라 건강에 악영향, 심지어는 암도 유발할 수 있는 무서운 오염물질로 각인돼 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하루 또는 길어야 이틀 정도, 그것도 간혹 있었던 미세먼지의 습격이 이제는 1주일씩 지속하기도 한다. 이는 앞으로 대한민국 환경 문제, 특히 환경보건 이슈 가운데 미세먼지가 가장 폭발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분석에 힘을 보태주는 사건이다. 이런 현상의 올해만의 일이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 미세먼지의 습격이 일 년 내내 특히 난방과 공장가동이 겹치는 겨울철에는 그 횟수와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현재 우리나라 대기 중 미세먼지(PM 10, 10미크론 이하의 먼지) 기준은 하루 평균 기준으로 100 µg/m3이다. 유럽연합의 기준인 50 µg/m3보다 2배나 느슨하다. 우리나라가 아직 환경선진국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 기상청 측정 자료를 보면 수도권의 경우 2월23일 100~150 µg/m3(이하 단위 생략)으로 하루 평균 기준을 훨씬 웃돌았다. 24일과 25일에는 이보다 더 심해 온종일 150~228을 기록했다.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종일 하루 평균 기준치를 훨씬 웃돌거나 24시간 가운데 대부분 기준치를 웃돌았다.

▲ 4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를 찾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날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3시 기준으로 83㎍/㎥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시대, 마스크 착용은 게을리하는 사회
이처럼 미세먼지가 심각하게 나타나면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시민이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미세먼지 왕국이 된 지난 2월 23일~3월 1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였음에도 정작 황사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미세먼지 시대에 걸맞은 건강 행태가 아직 문화로까지 뿌리내리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미세먼지가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즉각적인 영향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느슨한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스모그와 이로인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은 1년에 몇 차례 홍역을 치르면 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과 중국 스모그가 몇 년 안에 좋아질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 즉 앞으로 적어도 십수 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 환경재앙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재앙을 해결할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겨울 난방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들에게 자동차를 몰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공장 가동을 멈추라고 말할 수는 더더욱 없다. 중국이 공장을 가동하거나 난방을 할 때 황 등 오염물질이 적은 석탄이나 오염물질을 대폭 정제한 석유 등을 사용하도록 압력이 넣는 것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 같지가 않다.
환경이 건강해야 우리 몸도 건강해진다. 미세먼지의 재앙을 이대로 방치하면서 건강을 들먹이는 것은 공염불이다. 근본적인 해결은 중국이 하루빨리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 스모그 재앙에서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 중국의 스모그가 좋아져야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가 풀린다. 차선책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 자체를 대폭 줄여 중국 미세먼지가 한반도에까지 도달하더라도 그 영향이 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회피 전략은 제한적
미세먼지 시대를 맞아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미세먼지의 습격이 있는 날에는 외출을 삼가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등 생활양식을 평소와 달리 바꾸는, 소극적 대응 전략뿐이다. 삼겹살을 먹는 것과 같은 비과학적인 방법은 부질없는 짓이다. 물을 충분히 먹는 것은 약간의 도움을 주는 정도일 뿐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적극적인 대응은 사무실이나 가정에 공기청정기를 두어 실내 공기 중 미세먼지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돈 없는 서민들로서는 상당한 설치비용과 전기료 부담 때문에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세먼지는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1952년 4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런던스모그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노라에서도 20명이 사망한 대기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례는 환경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들 사건은 며칠 동안 벌어진, 갑작스러운 결과여서 역사적 사건으로 그 이름을 남겼다. 그 뒤 이름 없는, 하지만 그 영향의 크기는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큰 대기오염 사례가 일상적으로 세계 곳곳, 특히 대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20세기 후반 들어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다. 특히 10㎛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PM10)가 어린이와 노인 등 민감집단의 질병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등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온 이후 각 국 정부는 대기오염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미세먼지가 인체와 환경에 끼치는 해로운 영향을 줄이기 위해 대기오염기준도 마련하였다.
공기 속에는 고체나 액체 상태의 입자 모양 물질들이 떠다니고 있다. 이를 에어로졸(Aerosol)이라 한다. 일반적으로는 그냥 먼지로 부른다. 먼지의 크기는 0.001~1000미크론(1미크론은 100만분의 1미터)이지만 70미크론보다 큰 먼지는 발생 즉시 내려앉는다. 그래서 70미크론보다 작은 먼지를 통틀어 총먼지(TSP)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먼지는 0.1~10미크론 사이에 분포하게 된다. 이런 먼지는 아래로 가라앉거나 서로 쉽게 뭉치지 못하기 때문에 대기 중에 오래 떠다니고 폐 말단에 있는 허파꽈리(폐포)까지 들어가 자리를 잡게 된다.
미세먼지, 암도 일으킨다
미세먼지는 난방과 자동차, 공장 등에서 이루어지는 연소 결과 타다 남은 연료, 검댕, 황화합물, 미네랄 성분, 유기탄소, 미량의 중금속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공기 중에는 폐암과 악성중피종 등의 치명적 암을 유발하는 인체발암물질인 석면섬유가 미세먼지 형태로 떠다닐 수 있고 인체발암가능물질인 디젤배출물질 등도 있다.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발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의 배경에는 바로 이런 이유 등도 한몫한다고 보면 된다.
미세먼지가 어린이와 노약자, 임신부 등 건강 민감계층에 더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미세먼지는 천식을 비롯한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암 발생, 면역 저하 등에도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질병과 저체중아 출산이 늘어나고 사망률이 높아진다. 이런 사실은 잇따른 국내외 연구결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먼지오염이 많은 사망과 그 밖의 여러 건강 문제와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은 1970년대 초반부터 제기됐다. 그 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먼지, 특히 (초)미세먼지와 각종 질환, 암 등과의 상관성을 밝힌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 관련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과 인하대 연구팀이 미세먼지와 사망률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서울에서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10㎍(1㎍은 100만분의 1g) 증가할 때마다 65세 이상 노인 등 대기오염에 민감한 집단의 사망률은 0.4%포인트씩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초미세먼지(PM2.5)의 영향은 더 커서 10㎍/㎥ 증가할 때마다 민감집단의 사망률은 1.1%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로 인한 민간집단의 사망률이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또 이화여대 의대 하은희 교수팀은 미세먼지 농도가 10㎍/㎥ 올라가면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5.2%에서 7.4%까지 높아지고, 임신 4~9개월 사이의 사산 위험도 8.0~13.8%까지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을 가장 끌며 최근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분야는 미세먼지로 인한 암 발생이다. 2011년 네덜란드 한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자궁경부암·뇌암과 상관성이 있다는 증거를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동차와 공장 가동 등 인위적 대기오염의 결과로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가 증가한다. 그러면 폐암, 다른 심폐질환 사망률과 같은 가장 심각한 질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더는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미세먼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가장 중요한 환경오염 요인이 됐다. 환경보건 대책과 시민과의 위해소통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으뜸 건강 위해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가 건강사회라면, 건강사회를 꿈꾼다면 중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사용해 미세먼지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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