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사 수사결과, 깃털도 아닌 솜털깎기"

야당 "정치중립 위반이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다?"

국방부가 내놓은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야당은 '꼬리 자르기'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국방부 발표 내용 중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대선에 개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거나 "(530심리전단장이) 정치적 표현도 주저 말라는 과도한 지시를 했다"는 내용 등은 비판을 넘어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특검 도입의 필요성도 다시 제기됐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방부 발표는 국민 무시, '막장 드라마' 수준의 축소·은폐·부실수사"라며 "국방부가 또 한 번의 꼬리 자르기를 국민 앞에 선보였다"고 논평했다. 박 대변인은 "수사 받을 사람이 수사를 지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보여주는 한편의 막장드라마"라며 "특검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3류 수사결과"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방장관과 사이버사령관은 몰랐던 일이라는 부분과 관련해 박 대변인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군대에서 장관과 사령관도 모르게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발표를 덮어놓고 믿으라는 말인가"라며 "몸통은커녕, 깃털도 아닌 솜털 깎는 수준이다. 해도 해도 너무하고, 비겁하고 의도적인 부실수사"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과도한 지시'라는 표현에 대해 "상부 지시에 따른 계획적 범죄행위였다는 진실을 말하지도 못하고, 밑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잡아떼지도 못하는 불쌍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찾아낸 창조적 해법이 이 표현에 담겼다"며 "조직적 대선개입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얼마나 만지작거리고 고심했는지 드러나는 표현"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만에 하나 오늘 중간수사 발표를 믿는다 하더라도 김관진 국방장관 사퇴는 불가피하다"며 "이런 엄청난 일이 국방부 장관의 명령 없이 있었다면 그런 무능한 장관을 어떻게 믿고 우리 국민들이 군대를 그에게 맡길 수 있겠나? 사건에 대한 문책이든 무능에 대한 질책이든 김 장관의 사퇴와 수사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됐고, 군의 '셀프 수사'가 아닌 특검도입의 필요성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일이 됐다"고 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은 맞지만 대선 개입은 없었다'는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정치 개입'과 '대선 개입'이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겠다만, 이런 말장난도 못 되는 헛소리를 국민들 들으라고 내놓는다"며 "뭐라고 반박할 가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이 정권은 국민을 대체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라고 규탄했다.

이 대변인은 "심리전단장 개인이 과욕에 넘쳐서 요원들을 동원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인터넷 게시물을 수십만 건을 작성했다고 한다"며 "국방부를 비롯, 대선개입 수사 얘기만 나오면 여기저기서 한다는 소리가 개인의 '일탈'이다. 개인적 '일탈'이 국가기관 전체에서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니 국가권력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장들과 통치자의 무능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법사위원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 조직문화에서 단장의 범행이 과연 독자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청와대와 국정원 등 다른 국가기관과 사이버사령부의 연계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더욱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 법사위원들 "윤석열 중징계, 검찰 독립성 훼손 우려"

한편 이들 야당 법사위원들은 전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국정원사건 특별수사팀장)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리고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전 특별수사팀 부팀장)을 감봉 1개월에 처한 데 대해 "검찰 수사의 독립성 훼손과 정치권력 예속을 우려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 박지원, 박영선, 신경민, 이춘석, 전해철, 박범계, 서영교 의원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공동 입장문에서 "우리 야당 법사위원 일동은 부당한 지시를 내린 당사자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고,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을 자초한 법무부의 '기획 감찰'과 '찍어내기 징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미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체포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그럼에도 법무부는 조 전 지검장과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은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온갖 외압과 국정원의 축소·은폐 기도에도 굴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한 수사팀장과 부팀장을 '지시 불이행' 이유로 징계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시대착오적 '검사동일체' 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검사 징계위원회 또한 달라져야 한다"며 "징계위원회 구성에 외부 인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검사의 정당한 이의제기권을 보장하는 '검사징계법'과 '검찰청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여당의 보다 전향적인 수용을 촉구한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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