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가기관 불법 선거개입, 특검 수사 제안"

신당설 관련 침묵…'비망록'엔 "언급할 가치 없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가정보원 등 이명박 정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태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앞서 검찰은 문재인 의원을 대화록 관련 수사의 참고인으로 소환하고, 여야는 대선 개입과 관련해 공방전을 벌이는 등 '국감 이후' 정치 의제 선점을 위한 샅바 싸움 양상이 관측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안 의원의 행보도 이에 겹쳐진다.

안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가기관 불법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과 수사를 여야에 제안한다"며 "정부는 최근에야 '철저한 수사 후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지난달 31일 박근혜 대통령 발언) 너무 늦었고, 지금의 상황과도 맞지 않으며,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첨예한 여야 대치상황을 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안 의원은 "지금 국정원 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에 이어 국가보훈처, 안전행정부 등까지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의 연계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며 "검찰 따로, 군 수사기관 따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수사 방식으로는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또 "과연 정부가 실체를 규명할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수사 초기부터 법무부와 검찰이 수사 범위와 법률 적용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뒤이은 윤석열 수사팀장의 배제는 너무나 분명한 수사 축소 의도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국가기관의 불법개입 의혹에 대해 이젠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며 "이 문제는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면 될 사안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대치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제기하고 있는 대선불복 시비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며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으며 되돌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가기관에 의해 불법적인 일이 저질러졌다면, 마땅히 규명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의 일들은 특별검사의 수사에 맡기고, 정치는 산적한 국가적 과제와 '삶의 정치'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며 "정부·여당이 현재의 검찰수사를 고집한다면, 이 문제는 정부·여당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미완의 과제로 기록될 것이고 우리 정치와 사회에 다시 한 번 깊은 상처와 불신만을 남겨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1일 그는 "박근혜 정부에 분명히 요구한다. 윤석열 팀장을 즉각 업무에 복귀시키고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와 공소유지를 보장해야 한다. 만약 다른 이유를 들어 업무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현재의 검찰 수사를 중지하고 특별검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냈던 바 있다.

신당설 질문에는 "따로 말씀"…비망록 발간엔 "언급할 가치 없다"

안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민주당이 특검을 주장한 바 있는데, 왜 지금 법안을 발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다른 국가기관들의 연계까지 나오고 있어 더 미루다가는 정쟁 때문에 오히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자신의 특검법안의 특징으로는 "수사 범위에 대해 국정원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외압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범위로 돼 있다"는 점을 들며 "기간도 여러 국가기관이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30일 만으로는 부족해서 60일로 하고 1회에 걸쳐 30일 정도 연장할 수 있다는 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곧바로 의원들 서명을 받겠다"며 "민주당 뿐 아니라 여당의 협조도 꼭 필요하다. 꼭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는 이 법안에 대해 "아주 간략히 내용 설명을 드렸다"면서 "김 대표는 긍정적인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심상정 의원 등 정의당 측에는 사전에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편 올해 안으로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전날 '늦어도 이달 안으로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묻자, 안 의원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진전되는 대로 따로 자리를 갖고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안 의원 측 복수 관계자들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보도에 대해 "추측성 보도"라며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검찰의 문재인 의원 소환 통보에 대해서는 "시기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이 규명되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비망록' 내용에 대해 한 기자가 묻자 그는 "오늘은 특검법에 대해 말씀 드리는 자리라서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10.30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 모두 선거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선거"라고 평가했다.

새누리 "부적절"…민주당은 유보적 반응

안 의원의 특검법 발의에 대해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정부가 실체를 규명할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거론한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박 대통령이 지난 주 '법과 원칙에 따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정확하게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한 이후 차분히 수사를 지켜볼 준비를 갖춘 정치권에 오히려 오늘 안 의원의 기자회견이 다시 정쟁의 씨앗을 뿌린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유 대변인은 "지금은 수사가 진행 중이고, 이 시기에 특검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국회에서 특검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안 의원은 본인의 행동이 또 다른 정치공세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한발 더 나가 "자신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 사법부 불신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나왔다. 김 대변인은 "검찰 수사와 사법부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 운운하는 것은 3권 분립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안 의원은 잊혀져 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사법부를 불신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은 삼가 주기 바란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행정부에 속하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문제 삼았지만 사법부인 법원에 대해 언급한 바는 없다.

민주당은 유보적 태도를 내놨다. 김관영 대변인은 "안 의원이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입장을 언급한 점을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특검도입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재판진행 상황, 다른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하지만 "정치권이 이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를 매듭짓고 국민들의 삶의 문제에 보다 전념해야 한다는 (안 의원의) 언급은 민주당의 입장과 같다"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정치권이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매듭지으려면 민주당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온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대통령 사과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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