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실'보다 '조직' 우선…누구를 위한 조직?

[오늘의 조중동] '수사외압'을 '항명'으로 둔갑시킨 <조선>, <중앙>

결과적으로 '채동욱 혼외자 보도'를 통해 국정원 사건 수사팀 해체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던 <조선일보>가 윤석열 전 수사팀장의 폭로로 촉발된 '수사 외압 논란'을 '항명 사태'로 규정했다. '실체적 진실'보다 '검찰 조직'이 우선한다는 논리에 충실한 결과다. 12일 <중앙일보>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영곤 서울 중앙지검장이 주변에 했다는 말을 비중있게 전했다.

"이 건은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조직의 기본과 장래가 걸려 있는 문제다. 그게 아니면 지랑 내랑 치고받고 싸우거나 대화해서 풀어버릴 수도 있다. (조직) 기강을 바로잡지 못하면 그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

'조직'이 '실체적 진실'보다 더 위에 있어야 한다는 조 지검장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마침 검찰은 '제 식구'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성접대 동영상 촬영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함으로써 면죄부를 쥐어줬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성한 경찰청장이 "재정 신청을 지켜보자"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을만큼 검찰의 '조직 보호' 본능은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모양새다.

<조선> 등, '진실'보다 '조직'이 우선?…그 '조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조선일보>는 12일 '윤석열, 지검장 지시 무시하고 독단적 수사' 제하의 기사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의 항명으로 결국 윤석열 전 팀장(현 여주지청장)에겐 중징계가 청구되고 상관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하며 이번 사건을 '항명 파동'으로 규정했다.

이 신문은 윤 전 팀장이 조 지검장에게 들었다는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내가 사표 쓰고 나면 수사하라"는 발언에 대해 대검이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려 사실을 확정하기 어려웠다"고 보도했다. 윤 전 팀장과 조 지검장의 대질 조사도 하지 않은데다, 사실 관계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조 지검장에게 면죄부를 준데 대한 합리적 의심은 찾아볼 수 없다. 대검의 입장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항명' 사건으로 규정되는 순간 그것은 '기강'이나 '군기'의 문제가 될 뿐이다. 실체적 진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 윤석열 여주지청장 ⓒ연합뉴스

<중앙일보> 역시 조 지검장의 발언 내용을 소개하며 "이른바 '항명' 사건과 관련해 안타까운 심경을 (조 지검장이)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 지검장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린 감찰 결과에 대해 민주당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고 소개하면서도 "조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논란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논란은 확대일로에 서 있다.

국정원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은 '풍비박산'난 상태다. 원 전 원장의 공판에서 공소 내용을 또박또박 읽으며 변호인들을 향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반론을 제기했던 박형철 부장검사(국정원 수사 부팀장)까지 징계를 받았다.

처참해도 너무 처참한 '특수통의 몰락'이다. 원세훈 전 원장을 기소한 검찰총장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쫒기듯 옷을 벗었고, "중앙지검장이 외압을 행했다"는 당사자의 국정감사 증언이 버젓이 있는데, 정작 수사팀장은 수사에서 배제된데다 '항명'으로 중징계까지 받았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수사팀장의 증언은 대검의 일개 감찰위원회 결정에 따라 뭉개져버렸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국정원 특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제야당과 안철수 의원의 주장이다. 심지어 국회의 예산 정국에서도 '국정원 특검'은 주요 쟁점 이슈가 되고 있다. "논란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는 <중앙일보>의 주장에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보수 언론은 이번 사건을 '항명'으로 규정하며 검찰의 개선되지 않는 대표적 구태인 '조직 우선' 논리를 공고화 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 '조직'이 봉사하고 있는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조직의 정점에 선 자의 목을 쥐고 있는 '권력'일 수밖에 없다. '실체적 진실'보다 '조직이 우선'이라는 검찰의 논리는, 자칫하면 검찰 조직 자체를 근본부터 와해시킬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검찰 수사팀의 '풍비박산'이라는 언론의 비유가 쉬이 들리지 않는다.

이 와중에 <동아일보>의 보도가 눈에 띈다. 이 신문 역시 이번 사태를 '항명'으로 표현했지만, "감찰조사를 진행하면서 윤 지청장이나 조 지검장 등에 대해 직접 조사를 하지 않고 질문을 보낸뒤 답변서를 받는 서면조사만 진행한 뒤 감찰 결과를 발표해 '부실 감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대검 감찰위의 발표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의혹 해소는 별로 되지 않고 '봉합'에 더 신경 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온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절차를 어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지만 최소한 조 지검장에 대해서는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지청장과 박 부장을 최종 징계할 경우 윤 지청장이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낼지 검토 중이고 야당이 강력히 대응할 태세여서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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