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종북몰이'한 박창신 신부 발언 보니…

[오늘의 조중동] <조선> "정의구현이 아니라 종북구현" 맹비난

'현실인식'을 강조한 천주교 전주교구 시국미사가 정부여당의 '종북몰이'로 빛이 바랬다. 새누리당은 "종북 신부 척결"을 주장하며 "정의 구현이 아닌 종북 구현"이라고 맹비난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도 이번 시국미사를 '종북주의 미사'로 규정하며, 미사의 취지 자체를 왜곡했다.

<중앙>은 25일 자 1면 기사로, 천주교 원로사제 박창신 신부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2일 미사를 마친 박 신부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면 전환을 꾀하려 나를 종북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부정선거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고 정의구현사제단과 국민을 이간질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여당의 공세는 또 다른 '공안몰이'이며,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박창신 신부가 '정교(政敎) 분리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견해를 종교 행사의 형식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며, "종교인이기 전에 국민으로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도 넘어섰다"는 것이다. 또 지금은 군사독재 시절이 아닌 민주화 시대라며 "사제들이 스스로 신의 정의를 독점적으로 해석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하나님이 박 대통령을 나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종교인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앙>의 이 같은 성토는 사설로도 이어진다. 신문은 '종교계 일각의 뒤틀린 국가관, 도를 넘었다'에서 "정치인들의 월경(越境) 행위가 슬슬 도를 넘고 있다"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라는 미사의 취지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국정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선거 부정이므로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하야론"은 "야당도 넘지 않으려는 '대선 불복'의 선을 훌쩍 넘어선 셈"이라며 "민주당도 선을 그으려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과연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저주와 선동을 배격하고 사랑과 평화를 전했나"고 되물었다.

<조선>은 같은 날 사설 ''정의 구현'이 아니라 '종북 구현' 사제단인가'에서 박창신 신부의 발언 중 '연평도 포격'을 집중 거론하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박 신부를 '종북주의자'로 몰았다. 신문은 "바로 그날('연평도 포격' 3주년 전날인 22일) 박 신부는 북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한 것이라고 했다"며 "사람이 정치 패싸움에 빠져서 제정신을 잃으면 온갖 소리를 다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치 싸움에 뛰어든 신부가 제 나라를 부정하고 제 국민의 죽음을 모독"했다며 "소름이 돋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인사들이 종교의 옷을 입고 북을 추종하는 행태를 이렇게 점점 노골적으로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창신 신부의 시국미사 중 일부 발언을 문제 삼아 종교계와 종교인을 마녀 사냥하듯 몰아가는 것 또한 정치를 견제하고 비판할 언론의 의무와 책임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 박 신부는 2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반응은 말꼬리만 잡는 웃기는 짓"이라며 "말꼬리 잡고 왜곡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 나라에는 좌우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없다"며 갈등 조장을 일삼는 정치권을 일갈했다.

박창신 신부, 시국미사 전문 분석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는 2013년 11월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다. 1974년 정의구현사제단이 결성된 이후 40년 만에 종교계가 민주화 역행을 꼬집은 것.

천주교구 원로사제 박창신 신부는 22일 시국미사에서 "이날의 기도가 영적으로 하는 기도가 아니라 현실에서 하는 간절한 미사 기도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창신 신부가 지적한 현실은 "국가기관 대선개입으로 합법적이지 못한 대통령이 당선돼 정권교체의 꿈이 깨"졌으며,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유신시대로 복귀"했으며, "남과 북의 평화가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다. 지금이 1970년대 '공안정국'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다.

박창신 신부는 누가복음 14장 54~54절 말씀을 인용해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친교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를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라며 "이 시대의 증표를 알아야 한다"고 질책했다.

먼저, 박창신 신부는 먹고살기 어려운 노동자 농민의 권리를 찾아주는 정치를 하면 '빨갱이·좌파'로 몰아간다며 '종북몰이'를 꼬집었다. "북한이 노동자 농민 중심 정책이니까 종북주의자가 적이냐?"라며 대답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신부는 이어 "노동자와 농민 같은 산업화 일꾼을 종북주의자로 몰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때 써먹으며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박창신 신부는 서민의 삶을 보호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박 신부는 대형마트가 목 좋은 곳만을 골라 서민 상권을 침해하는 행위, 박정희 정권이 고(故) 이병철 회장(삼성 창업주) 친형의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삼강 아이스크림' 사업을 적극 후원한 일 등을 언급하며 "기업만 살리고 서민을 죽이는 대통령을 뽑을 거냐, 서민을 살리는 대통령을 뽑을 거냐 했을 때 정권교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와 서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박근혜 정권이 "이 시대의 증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일침이다.

박창신 신부는 이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란다고 퇴진하겠어요? (정권이) 박 신부를 웃기게 만들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주장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치 또는) 대통령이 우리 삶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거듭 주지했다.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도 박창신 신부는 "북한을 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남북교류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한을 선거에 이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촉구이다. 박 신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이 "예수님이 말한 대로 원수를 사랑해라 이해해라,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1000개의 눈을 가진' 이지스함 3대가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함정이 와서 어뢰를 쏘고 갔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서는 "문제 있는 땅(NLL)에서 한미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이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명박 정권이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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