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은 18일 기명 칼럼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문형표에 대해 알게 된 건 그의 아들 생일(1월 16일)과 아내 생일(3월 24일)뿐이라는 허무개그가 나돈다"며 "법인카드로 좋은 아빠 역할"에 충실한 문형표 후보자를 비판했다. 김 위원은 이어 "문 후보자에게 공인의식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문형표 후보자는 2008년부터 4년간 아들과 아내 생일에 힐튼호텔과 조선호텔 등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법인카드를 썼으며, 공무원들의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실시한 '클린카드'가 도입된 후에도 집 근처나 주말에 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4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문 후보자의 법인카드 부당 사용 의혹에 대해 "검증시에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관련기사 : 법인카드에 덜미, 문형표 낙마하나)
김순덕 위원의 '문형표 때리기'는 새누리당에 대한 훈수로 이어졌다. "문 후보자로 인해 새누리당은 '약속'을 들먹이기 민망한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문형표 후보자가 지난 12일 청문회에서 "만약 업무용도 외에 사적으로 쓴 사실이 밝혀진다면 장관 후보자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말을 상기했다. 은근한 '자진 사퇴' 권유이다. 다만, 김 위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과 관련해 "귀책사유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문 후보자를 비교, 검찰 수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드러난 문재인 의원을 걸고 넘어졌다.
또 김순덕 위원은 문형표 후보자가 "장관 임명장을 받아선 안 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며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됐던 낙마한 이동흡 전 후보자를 예로 들었다. 이 후보자 역시 특정업무경비 유용이 드러나면 사퇴한다고 공언했지만, 주말 집 근처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결제비가 400여만 원이 넘어 결국 화를 자초했다. 김 위원은 "인사 실패의 교훈을 외면한다면 사실은 정말이지 확인하고 싶지 않다"며 문 후보자가 사실상 '낙제점 인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복지'를 내세워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공약이 잘못된 설계와 예산 부족으로 연이어 좌초되며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김순덕 위원의 지적대로 박근혜 정부의 인사정책은 '도돌이표'이다. 특히 문형표 후보자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안에 반대하며 사퇴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의 후임으로, 향후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중추를 책임질 자리이다. 김 위원의 "다른 시기, 다른 장관직이라면 또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복지예산 증가에 정부 부채까지 맞물려 한 푼의 나랏돈도 아쉬운 때"라는 한탄에 공감이 가는 이유이다.
특히 김순덕 위원은 문형표 후보자와 같은 KDI 출신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의 '공공기관 개혁' 예고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위원은 "KDI 같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에는 문 후보자도 한몫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부총리에 그 장관이라면 '신의 직장' 돈 잔치 놀음이 개혁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복지사업 부정수급 척결 태스크포스가 "또 허수아비가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이다. 또한 "기초연금 20만 원 받기 위해 국민연금을 탈퇴할지 말지 고민하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경제부총리와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헤아릴 수 있겠느냐는 일침인 셈이다.
문형표 후보자의 부적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부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에 대한 문 후보자의 전문성을 높이 사 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20만 원 지급'이라는 보편복지를 임기 안에 실행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거듭된 인사 실패와 공약 취소로 박근혜 정부의 신뢰가 내림세인 가운데, '공공개혁 할 테니 복지예산을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는 대통령의 바람이 이루어질까. 김순덕 위원의 말대로 "어차피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인 눈 먼 돈, 못 빼먹으면 나만 바보라는 억울함이 전염병처럼 번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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