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 강남 이영조·박상일 공천 철회

"나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던 이영조, 결국 낙마

새누리당 공천위원회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반란'으로 표현한 이영조 후보(서울 강남을)와 독립군을 '테러 단체'로 규정해 파문을 일으킨 박상일 후보(서울 강남갑)에 대한 공천을 결국 철회했다. 역사관 논란으로 당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이들 후보의 공천을 비판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자, 더 이상의 논란을 막기 위해 황급히 사태 수습에 나선 것.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 분의 진위와 상관없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며 "공천위는 두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두 후보의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정 위원장은 이날 입장을 급선회, "공천 심사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이 언론 보도로 논란이 됨에 따라 공천위가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쳤다"면서 "해석에 따라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이르러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홍원 위원장은 이영조 후보의 공천에 대해 "지금껏 나온 부분은 사전에 다 검토됐고, 12일 비대위에 올린 공천 결과도 그대로 통과됐다"며 공천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연직 공천위원인 권영세 사무총장 역시 "(이영조 후보가) 약간 보수적인 정치학자이고 과거 번역 문제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다는 건 알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분으로 생각해 공천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천위, 당 비대위까지 나서 사퇴 요구하자 입장 선회

공천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두 후보의 역사관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급기야 사안이 '공천위 대 비대위'의 대립으로까지 번지자 황급히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 외부위원이 주축이 된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시내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두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회동 직전 권영세 사무총장이 전화를 걸어 "정홍원 위원장이 거론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애초 이준석 비대위원이 갖기로 한 기자회견은 잠정 취소된 상태다.

이전에도 친이계 이재오 의원의 공천에 반대해 공천위와 갈등을 빚은 비대위는 이영조 후보의 공천이 "호남 표를 포기하는 것"(이상돈 위원), "당의 쇄신 의지에 어긋나는 후보"(이준석 위원)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나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던 이영조, 결국 낙마

반면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영조 후보는 이날 오후 MBN <뉴스1>에 출연해 "내 논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반란'이라고 표기한 적은 없지만 자의적 해석의 소지를 남겨둔 게 실수"라며 "나를 둘러싼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 '5.18 망언'으로 파문을 빚은 이영조 후보가 14일 새누리당 공천에서 낙마했다. ⓒ연합뉴스
그는 "아직 당의 공식 사퇴 요구를 받은 적도 없고 사퇴할 이유도 없지만 공식 사퇴 요구엔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19대 총선에서 낙마한 첫 번째 후보가 됐다.

전략공천 지역인 서울 강남을에 공천된 이영조 후보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시절인 지난 2010년 국제학술대회에서 제주 4.3 항쟁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communitst-led rebelloin),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에서 발생한 반란(popular revolt)"라고 표현해 5.18 및 4.3 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강남갑에 공천된 박상일 후보(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발간한 책에서 "국사 교과서는 자긍심 고취를 위해 독립군과 광복군의 활동을 과대평가하고 있지만 사실 독립군은 소규모 테러단체 수준"이라고 표현하는 등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이날 정홍원 위원장은 전략공천 지역이자 새누리당의 '텃밭'인 강남갑·을 공천 계획에 대해 "새 후보를 찾겠다"고만 답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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