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면서 기사 쓰는 기자들? '어뷰징'의 유혹

[project 광없페]<5>연예뉴스가 넘쳐나는 이유

사회팀 시절, 종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를 살펴보곤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게 가장 뜨거운 이슈인가를 참고하기 위해서였죠. 어느 날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검색어 키워드를 누를 때마다 분야를 막론하고 항상 가장 먼저 기사가 노출되는 특정 언론사가 몇 군데 있었는데, 왜 그런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기 검색어'를 갖고 기사를 한 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키워드는 대부분 연예인에 관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실험을 하기 위해 기사를 쓴다고 해도 연예 뉴스를 쓰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 주저하면서 검색어를 계속 보고 있는데, '통 큰 자전거'라는 키워드가 검색어 10위 안에 진입했습니다. '이 때다' 싶었습니다. 한 대형 마트에서 저가 자전거를 출시한다는 내용이었는데, 평소에 자전거를 좋아하고 자전거에 관한 취재 경험도 있는데다 마침 그 무렵 새 자전거를 사서 동네 '자전거빵'에도 자주 들락거리던 터라 기사 쓸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후다닥 기사를 완성해 발행했습니다.(☞'통큰 자전거' 고래싸움…새우등 터지는 자전거 소매상들) 단 실험을 위한 통제 요소를 더했습니다. 일단 프레시안 메인 페이지에는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프레시안 홈페이지를 통해 유입되는 페이지뷰라는 요인을 제거하고,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서만 유입되는 페이지뷰가 얼마나 되는지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사를 발행한 뒤 포털 사이트에서 계속 '통 큰 자전거'를 검색하면서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그 사이 '통 큰 자전거'는 검색어 순위가 8위에서 4위까지 상승했습니다. 1~2분 후에 검색 화면 최상단에 제가 쓴 기사가 노출이 됐습니다. 동시에 페이지뷰를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페이지뷰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지뷰 통계 화면을 새로고침할 때마다 100단위로 페이지뷰가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단 몇 분 만에 페이지뷰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통 큰 자전거'가 검색어 순위 10위권 안에 오래 머물지 않아 실험이 오래 가지는 못 했습니다. 사실 '통 큰 자전거'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래 머물러 있었더라도 페이지뷰 상승 효과는 별로였을 것입니다. 다른 언론사에서 '통 큰 자전거'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어 제 기사는 몇 분 만에 검색 결과 화면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죠.

만약 검색 결과 화면에서 제 기사를 계속 상단에 유지시키고자 했다면 처음 쓴 기사를 삭제하고 이미 쓴 기사를 '콘트롤(ctrl)+C, 콘트롤(ctrl)+V'해서 다시 만들어 전송하거나 제목만 살짝 바꿔 다시 써서 전송하는 등 '최신 기사'로 유지하면 됐을 것입니다. 이런 걸 두고 '어뷰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일부 언론사들이 어뷰징을 하는 목적은 단순합니다.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인터넷신문의 경우 페이지뷰에 따라 광고 매출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뷰징을 합니다. 검색어 인기 순위를 연예인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보니 이런 어뷰징은 연예뉴스에 집중됩니다. 요즘은 블로그에도 구글 '애드센스'와 같이 페이지뷰 광고 수익 어플리케이션이 연동이 되면서 어뷰징을 하는 개인 블로거들도 활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등수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가 올라가면 인터넷 사이트 순위가 올라가게 되고 광고 영업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참 달콤한 유혹입니다. 노력(투자)에 비해 페이지뷰를 늘리는 효과가 크니까요.

▲ 8일 저녁 포털 사이트에서는 <나는 가수다>에 첫 출연한 가수 신효범이 검색어 상위권을 유지했다. 더불어 <나가수>가 방영되는 오후 6~8시 2시간 동안 '신효범'으로 검색된 기사는 50건이 넘었다. 15개 언론사가 '신효범'이 포함된 기사를 썼고, 이 중 한 언론사가 20여 건을 생산했다.
포털 업체들은 어뷰징을 규제합니다. 어뷰징은 검색의 질(정확도)을 낮추기 때문이죠. 이처럼 어뷰징에는 여러 가지 폐해가 발생하지만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뷰징이 '밥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기자들은 참 편하다. 인터넷신문 기자들은 취재가 아니라 TV 예능 보면서 기사를 쓴다"는 말이 종종 나옵니다. 같은 인터넷신문 기자로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프레시안은 달라'라고 자위하지만 인터넷신문이라는 매체에 종사하는 이들 전체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프레시안>은 참 바보 같습니다. 어뷰징을 해서라도 페이지뷰를 늘려 광고 매출을 늘리고자 눈 질끈 감고 어뷰징을 하는 시대에 '광고 없는 페이지'를 만들었으니 말이죠.

[다음 회에 계속]
[지난 회 보기]
①"굶길 순 있어도 울릴 순 없다"
②구글에서 날아오는 수표 한 장
③금요일 밤마다 찾아오는 벌레들
④2005년 황우석, 2008년 촛불…살벌한 추억

지금부터라도 광고 없는 페이지를 보시려면 하단의 캠페인 배너를 이용하시거나 다음 링크를 클릭 하십쇼.
☞프레시앙 가입

안녕하세요. 프레시안 전략기획팀장 김하영입니다. 프레시안이 2012년 새해를 맞이해 '광없페'라는 생소한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광없페'란 '광고 없는 페이지'를 줄인 말입니다. 자발적 구독료, 혹은 후원회원을 뜻하는 '프레시앙'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프레시안 애독자들에게서 "지저분한 광고를 안 볼 수 없느냐"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이에 '프레시앙'들에게는 광고가 전혀 없는 웹페이지를 서비스하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광고수입이 매출의 상당비율을 차지하는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게 2011년 4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홍보 역량이 부족해서인지 아직 이 획기적인 서비스를 모르시는 독자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올 1월부터는 광고 없는 페이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자 합니다. 저희가 이 캠페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광없페'가 단순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본디 목적은 '프레시앙' 가입을 권유하기 위해서이지만 이렇게 제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이유는 독자 여러분들과 독립언론의 길, 광고에 대한 담론, 더 나은 인터넷 환경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광없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아이디어와 생각, 고민이 담긴 기고도 환영합니다.(보내주실 곳: richkhy@pressian.com)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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