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저자가 알아야 할 현대 베스트셀러 트렌드

[나도 책 쓴다]<11>미디어 제국과 출판 식민지

저자는 엔터테이너이다. 이것을 부정한다면 참 어렵다. 상업성 시비가 싫다면 아예 블로그에 무료로 전체 원고를 올리라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다. 이왕 책을 쓴다면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는 싶지만 현실에서 베스트셀러 저자되기란 불가능하다. 출판 시장의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베스트셀러 진입 장벽은 훨씬 더 견고해지고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스트셀러의 트렌드를 쫓아가며 글을 쓰는 것은 여러 면에서 저자에게는 기분 나쁜 일이다. 그렇다고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쓰면 독자들이 알아준다는 것은 말은 좋지만 저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는 길은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애매한 상황. 정하면 된다.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책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베스트셀러 트렌드에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사서 보는 책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그 책을 사는지 알지 못한다면 독자와의 교감은 불가능하다. 다행인 것은 이 트렌드가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즉 베스트셀러 목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불행인 것은 바뀌는 트렌드를 계속 보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렌드는 말로 정하는 것이다. 그냥 '그렇구나'라고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말로 정해야 그것을 기준으로 차별화된 말을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하지만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거나 혹은 최대한 우리의 원고를 많은 이들에게 읽히려면 당연히 현재 독자의 생각과 시장이 어떤 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같이 생각해 볼 것은 시장의 형태와 현재 트렌드를 정하는 방법이다. 기준을 만들어보자. 어떤 경향의 책들이 팔리는 지에 대한 것이다. 특정 시기와 특정 공간에서 책이 팔리는 이유는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출판 시장을 읽는 눈이 저자에게 필요하다. 그것은 책을 읽고 서점을 열심히 다니면 생길 수도 있다. 그 전에 우리가 갖춰야 할 기본 관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몰아주기 문화

시장구조에 의해 낮아졌던, 저자의 공급 과잉이던, 혹은 독자의 수요가 다변화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이던 혹은 오랫동안 안정된 시장을 유지해왔던 현재는 저자와 콘텐츠 공급의 과잉을 감당할 만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않았고 기존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롱테일 시장이 책 종수가 늘면서 생겼다면 결과적으로는 수요의 집중을 불러온다.

엔터테인먼트 시장 즉 영화나 드라마, 음원 시장처럼 특정 작품에 수요가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관객수나 시청률, 다운로드 수에 의해 새로운 수요가 창출된다. 고객이나 관객, 시청자, 청취자, 독자의 선택에 의해 다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낸다. 6개월에서 1년 이상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같은 책을 종종 확인하게 된다. 10위 안에서 계속 순위가 내려가지 않는 책들도 보인다. 1000만 관객시대의 영화, 월드컵 응원문화 등 몰아주기 문화의 영향일 수도 있다.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25% 안팎이다. 그럴 수 있으려니 하지만 TV를 시청하는 4명 중의 1명이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는 것은 약간 공포스럽다. 35%에서 40%를 왔다 갔다 하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나오면 더욱 무서워진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몰아주기로 흐를까? 욕구나 욕망, 미디어이론 등 다 소용없다. 다음날 아침 회사나 학교에 갔을 때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화의 소재를 제공받지 못해 공동체 바깥으로 밀려간다. '강호동이 숨 쉰 채 발견되었다'는 농담을 모르면 출근해서 바보 되기 쉽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인터넷 포털 검색어가 대부분 연예인이야기와 TV 프로그램이 되는 이유이다. 일반적인 대화의 소재가 주로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사나 가정사는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면 소통되지 않는다. 말하기 위해서 공동체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텔레비전을 봐야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많이 보는 프로그램을 봐야 한다. 20년 전에 "나는 TV 안봐"는 하나의 문화 양식이었다. 그러나 지금 섣부르게 그랬다가는 왕따가 된다.

이런 형태가 독서에도 영향을 끼친다. 몰아주기 독서 풍토는 일종의 사회적인 지위까지 제공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아직 안 읽었어?" 그래서 사게 되고 보게 된다. 몰아주기 문화는 상승의 욕구 보다는 기본을 지키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남들 보는 것, 읽는 것은 봐야 한다는 문화 현상이다.

출판시장도 이 문화적 경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터넷 1위 서점 예스24의 2011년 1월 종합 베스트셀러 20위의 주간 판매량은 400부였다. 같은 해 6월 동일 순위의 판매량은 650부 내외였다. 6개월 만에 70%가 넘는 판매량 상승을 보인다. 독자의 구매력을 고정시켜보았을 때 베스트셀러는 더 많이 보고 그 만큼 다양한 다른 책들의 구매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생명이 있다. 독자를 낳고 낳고 계속 낳는다. 베스트셀러가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 어떤 책의 구매와 독서 이유보다 베스트셀러가 가장 강하다. 이것은 몰아주기 문화에서 훨씬 더 증폭된다.

미디어 제국과 출판 식민지

그렇다면 어떤 책들에 구매가 집중되는지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살펴보자. 이것은 언제나 같은 특징을 보이지는 않는다. 사회의 이슈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높은 판매량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책은 잘 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몫을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기본적인 특징을 읽기에는 어렵지는 않다.

2011년 11월 6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까지를 살펴보자.
1위는 스티브 잡스 공식 평전 <스티브 잡스>이다. 2위는 '나는 꼼수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이다. 3위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이다. 4위는 도올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이다. 5위는 이정명의 <뿌리 깊은 나무>이다.

스티브 잡스 공식 평전은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한 인물의 평전이다. 물론 그의 죽음 이후에 거의 바로 나온 평전으로 화제가 되었다. <닥치고 정치>는 스티브 잡스가 열어준 아이튠즈라는 공간에서 한국 정치상황을 풍자하는 라디오 콘텐츠가 성공요소였다. 회마다 2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는 딴지일보와 저자 김어준을 부활시켰다. 연애 컨설턴트에서 본연의 정치 평론가와 탐사 보도의 전형을 나꼼수에서 보여주었다. 이 결과 프로그램 과정에서 개발한 3대 상품 - 나꼼수 티셔츠, 나꼼수 콘서트 그리고 <닥치고 정치>- 모두 품절되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3위 박경철은 '청춘 콘서트'와 원칙 있는 경제 평론가로 젊은이들의 멘토가 되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박경철의 첫 책이다. 모두들 증권이나 경제평론으로 시작할 줄 알았지만 첫 책은 감동 에세이였다. 읽으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가 만들었던 경제나 증권 관련 인지도를 포기하고 낸 책이다.

그가 다음에 낸 책인 부자 경제학도 경제 철학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이 담겼다. 최고의 투자자문가로서의 활동은 접었다. 하지만 안철수와 함께 새로운 시대가치를 젊은이들에게 강연을 통해 사회적 활동을 하는 시대의 멘토가 되었다. 지금 그의 자리에서 가장 낼 만한 책이다.

4위 도올 선생 책은 '나꼼수'의 도움이 컸다. EBS강의에서 중도 하차하게 된 도올이 '나꼼수'에 출연해 격한 발언으로 독자들이 관심을 몰아왔다. 9위의 나는 꼼수다 뒷담화는 출연진 중 김용민의 책이다. 나꼼수가 베스트셀러 10위 중 2, 4, 9위의 3개를 진출시켰다. 더 재미있는 것은 나꼼수에서는 책 광고가 직접적으로 많이 나온다. 5위는 이미 출간 된지 5년이 된 <뿌리깊은 나무>이다. 물론 5년 전에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화 된 이후 대중적인 소설가가 된 이정명의 책이다. 바람의 화원보다 전에 나온 이 책이 훨씬 나중에 드라마가 된 것이다.

이렇듯 책은 수동태이다. 반영되는 매체이지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부족하다. 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회 상황보다는 사회적 인식이다.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에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위와 상위 20%의 월소득이 19.5배가 나는 한국의 현실에서 하위 20%는 대학가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믿기지 않는다면 한국의 빈부의 차를 숫자로 표현해보면 알게 된다. 상위는 1000만 원이 조금 넘고 하위는 58만 원이다. 월 소득 58만 원이면 대학은 아예 꿈도 못 꾼다. 그렇다면 중간 60%가 등록금의 고통을 받고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고등학교 수업료 면제를 먼저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대학 당국은 등록금이 내려가면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국가 재정을 파탄 내는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 등록금 반값을 외친다. 같은 상황을 놓고 모든 언론들은 다른 표현과 수사를 사용한다. 이렇게 매체가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사회적 사실관계가 각종 근거로 사용되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 미디어이며 언론이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진보신당과 미래 에셋에서 강의를 시작하면 20분 정도는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20분 동안 현실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누구는 희망적으로 누구는 절망적인 결론을 만든다. 누구는 개인이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제도를 개선하고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렇듯 사회라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넣는 것이 미디어이다.

책이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사실보다는 미디어가 끌어가는 방향을 담아 넣는 것이 많다. 이렇게 보면 저자나 책이 유명해지는 이유는 책이 좋아서일 수도 있다. 책이 좋다는 의미는 글이나 그림이 좋다는 뜻이다.

독자들이 그 책을 살 때 주변 추천이나 저자에 대한 인지도 등을 고려한다. 그러나 책의 구매 원인은 책 외부에 존재한다. 여러 방법으로 사회적인 인지도를 쌓으면 베스트셀러 가능성이 높아진다. 드라마, 멘토, 정치 풍자 라디오 방송. 혹은 아이콘의 죽음이다. 이미 다른 매체로 유명해지고 이것이 책의 판매로 이어진다. 이것에서 하나의 원칙을 찾아보자면 책이 주도한다기 보다는 책이 쫓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은 두 번째다. 다른 매체를 통해 저자나 콘텐츠가 힘을 받고 나면 그 후의 결과로 베스트셀러가 만들어 진다. 타 매체에 대해 종속성을 띄고 있다. TV 광고에서 보장자산이라는 광고를 하면 책은 노후 재테크 30년이 되어 나온다. 이렇듯 책이 전체 매체를 주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끔씩 <엄마를 부탁해>나('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 없이 100만 부 베스트셀러가 가능했을지는 모르겠다.) 혹은 <아침형 인간>처럼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모든 매체가 따라오는 형국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 사장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침대 광고 덕을 봤다는 말을 한다. 책이 출간될 당시 아무도 없는 빌딩 주차장에 혼자 차를 대고 휘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는 모델이 출연하는 광고가 나왔다. 편안한 잠과 아침 시간 활용이라는 소재의 광고를 통해 형성된 독자의 의식이 책의 구매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보면 IMF 사태이후 자기계발에 이어지는 시간관리 시장이 커지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미디어는 사실에 대한 해석을 하고 책은 그 해석을 길게 늘려 논리를 만들어 낸다. 사실과 일상에 대한 해석과 감상을 담고 있는 것은 미디어와 책이 동일한 역할을 하지만 신문과 방송이 여전히 책보다 앞서있는 것이 현실이다. 팔리는 책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머릿속을 구성하는 미디어와 책에 대한 이해를 통해 독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구상을 저자가 해야 하는 것이다. 전자책 저자가 해야 할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1편, <'나꼼수', 무료 전자책 버전이 나왔다고?…전자책, 기계가 아닌 사람이 관건>
☞2편, <전자책 시대…"나도 해볼까?"의 현실. 꿈을 먹고 살면 굶어 죽는다>
☞3편, <까뮈도 공무원이었다…전업작가가 될 수 없다면? 불어로 책을 쓰든가>
☞4편, <에코는 '왼쪽에서 오른쪽' 글을 썼고, 난 '태블릿PC'로 글을 쓴다…'메모장' 글쓰기의 효용>
☞5편, <카카오톡으로 책을 쓴다고?…책상 서랍의 만년필과 원고지>
☞6편, <작가 이외수에게 필요했던 것은 불륜?…저자를 위한 동화>
☞7편, <'짱구'가 그랬다 "호기심이 인생을 망친다"…책 쓰기 첫걸음은 거짓말>
☞8편, <기획하고 쓰고 교정에 표지까지…1인 출판의 꿈, 배고픈 빅마마 '출판사'>
☞9편, <출판사에 원고 보낸 적이 있는가?…'저자 생태주의자'는 나무를 죽인다>
☞10편, <소녀시대보다 이쁜 공지영 작가…저자도 엔터테이너다>

'교보문고가 '교보이리더'라는 새로운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5.7인치의 화면에 제한된 기능(주로 전자책 구독 용도), 적지 않은 가격(34만 원)을 갖고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화려한' 태블릿PC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교보문고는 삼성전자와 e-ink 형태의 전자책 단말기를 내놨었지만 외면을 당한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시장' 자체는 앞으로 더디지만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전자책 독서에 강점을 가진 태블릿PC의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콘텐츠입니다. 미국의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제품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양의 전자책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향후 콘텐츠 수익이 커질 것임을 예상해 싼 값에 킨들을 보급했습니다.

결국 전자책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싸고 편리하게 제공하느냐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제2의 킨들'을 기대하며 인터넷서점과 통신사(태블릿PC 서비스)들이 전자책에 내놓을 콘텐츠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나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쉽게 전자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이 이 기회를 잡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 12월 7일 전자책 저자(작가) 되기 강의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된 웹페이지를 참조하세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1118142928§ion_code=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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