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12일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의 취재 중단 지시에 반발한 이우환 <PD수첩> PD를 용인 지역의 MBC 소유 땅을 관리하는 자회사 '용인드라미아'로, 취재 중단 지시에 대해 평PD들을 대표해 국장을 면담한 한학수 PD를 경인지사로 강제 발령냈다.
이우환 PD는 "저녁 6시쯤에 윤길용 국장이 나와 한학수 PD를 부르더니 '경영진의 방침'이라며 발령을 내겠다고 밝혔다"며 "우리는 '납득할 수 없고 회사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면담을 하고 난 직후에 바로 공식 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이 PD와 한 PD는 발령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윤 국장은 "경영진의 뜻이다.나는 경영진이 아니다"라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중단' 지시에 반발하자 비제작부서로 강제 발령
이우환 PD는 지난 3월 최승호 PD 등 <PD수첩> PD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시사교양국 PD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 <PD수첩>에 투입됐다. 당시 윤길용 국장은 유감 표시와 함께 <PD수첩> 제작 경험이 있고 언론노조 사무처장을 거친 이우환 PD와 김환균 PD를 <PD수첩>에 배치하면서 사태를 봉합했다.
이 PD는 오는 24일 방송을 예정으로 '남북 경협 중단 1년 그후'라는 가제로 남북 경협에 관한 아이템을 준비해왔다. 이 PD는 김철진 <PD수첩> CP 등의 동의를 얻어 프로그램 취재를 진행해 왔으나 윤길용 국장이 지난 9일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며 취재를 중단하고 다른 아이템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MBC 노조 등에 따르면 당시 윤길용 국장은 이우환 PD가 반발하자 '경인지사 발령' 등 인사조치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사교양국 PD들은 당일 긴급 총회를 열고 '평PD협의회' 이름으로 국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때 한학수 PD는 PD들을 대표해 국장을 면담하고 의견을 전달했다.
이우환 PD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윤길용 국장은 9일 당시 '이렇게 시사교양국의 운영에 사사건건 트집잡고 후배를 선동하는 당신과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다'며 '편성제작본부를 떠나달라'고 말했다"며 "이에 거부하자 국장은 '떠나든지 후배들 다독여서 시키는대로 조용히 지내고 <PD수첩>에서도 경쟁력 있는 아이템만 하든지 둘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학수 PD는 지난해 <아프리카의 눈물>을 제작했으며 황우석 사태 취재 당시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목요일마다 방송되는 프로그램 <7일 간의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한 PD가 발령난 경인지사는 김재철 사장이 신설한 조직으로 프로그램 자체 제작기능은 없다.
한 PD는 통화에서 "국장과의 면담에서 '발령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고 강제발령을 내는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영진의 방침이다. 나는 경영진이 아니다'라는 답변 외에는 뚜렷한 이유를 들을 수 없었다"며 "이번 결정에 국장 윗선, 경영진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평피디협의회는 위원장 체제가 아니라 10여 명의 운영위원이 활동하는 체제"라며 "나 역시 PD총회 할때 사회 본 것 외에는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한 개인을 잡아 본보기를 삼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길용 국장 "프로그램 경쟁력 위한 지시…조직 문란도 문제"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우환 PD와 한학수 PD에 대한 인사조치에 대해 "내가 판단하고 총 책임자인 편성제작본부장과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이우환 PD와의 나의 생각이 워낙 달라서 시사교양국 보다는 다른데 있는 것이 우리 회사를 위해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길용 국장은 이 PD와 겪은 갈등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이 PD가 노동 관련 프로그램(쌍용차 해고자 관련 방송을 지칭)을 만들 때 부장을 통해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하라'고 지시했으나 본인이 장담한 것보다 시청률이 안나왔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또 '남북 경협'을 주제로 한다고 해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경협을 다룬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현재 시사교양국은 상당한 위기에 있고 경쟁력도 취약한 상태다. 지난 몇달 동안의 과정에서 기대했던 부분이 이뤄지지 않았고 같이 있기가 힘들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한학수 PD를 강제 발령낸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번부터 시사교양국 비상대책위나 평피디협의회라는 임의단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진실이 아니고 명예훼손이 될 만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조직의 기강을 문란케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C 노조 "사규 위반…이번 기회에 강경 대응 하려는 듯"
한편 MBC 노동조합은 이우환 PD나 한학수 PD 모두 발령이 난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MBC 사규에도 위반되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MBC 노조는 "발령난지 6개월이 안됐을 경우 본인의 동의 없이 발령내는 것은 사규 위반이고 이 둘은 이에 관한 예외 조치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결정에 경영진이 직접 개입했을 것으로 보면서 "사측이 MBC 구성원들의 반발에 강공 드라이브로 대응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12일 MBC 임원진과 부장단을 모아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이른바 '워크숍'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 자리에서 이 PD와 한 PD의 강제 발령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홍보국장은 "그렇지 않다"며 "인력 수급에 따라 배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MBC에서는 시사교양국 뿐아니라 라디오본부 등에서도 사측의 일방적인 개편 등에 대한 반발이 높은 상황. 특히 라디오 본부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징계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강제 발령으로 인해 MBC 내부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12일 저녁 비상총회를 가진데 이어 13일 오전 11시 총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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