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리뷰] 3색 세계의 묘한 맞물림, 국립발레단의 '롤랑프티의 밤'

[공연리뷰&프리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국립발레단의 '롤랑프티의 밤-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세 작품 모두 사랑 동시에 비극을 내포하고 있다. 모던하면서도 퇴폐적인 무대는 인간 본연의 비극적 성향을 묘사, 노련한 거장의 아찔한 감각을 실감케 했다. 분출과 절제의 기막힌 조화 역시 감각적이고 섬세하다. 거장 롤랑 프티의 탁월하고 예민한 무대가 관객을 아찔하게 만든다.

▶ 한 편의 슬픈 시, '아를르의 여인'

▲ ⓒ박기현(backgu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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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프로방스 지방의 두 남녀 프레데리와 비베트의 결혼식 날. 모두가 행복해야만 하는 이 순간 정작 프레데리의 표정만은 밝지 않다. 그는 지금 한 때 사랑했으나 멀어져버린 아를르의 여인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그녀에 대한 기억은 비현실적으로 생생하다. 슬픈 여인 비베트는 무너져가는 프레데리를 바라본다. 그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노력하나 프레데리의 눈은 죽음으로 가득하다. 프레데리는 결국 허공에 몸을 날린다.

알퐁스 도데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아를르의 여인'은 고흐가 사랑했던 프랑스 남부 지방도시 아를르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아를르의 여인과 프레데리의 사랑, 이별 등의 과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프레데리를 묘사할 뿐이다.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배경이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더욱 비극적으로 그려낸다. 이미 잘 알려진 무용수 김주원과 이번 공연을 통해 주역 데뷔무대를 갖는 윤전일은 흔들림 없이 극을 이끌어 관객들의 몰입을 높였다.

▶ 죽음에 대한 가장 열정적 표현, '젊은이와 죽음'

▲ ⓒ박기현(backgu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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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가 침대에 누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노란 원피스의 여인. 남자는 여자에게 매달리지만 여자는 냉정하다. 애원과 동정을 요구하나 그녀의 표정은 차갑기만 하다. 그렇게 여자가 떠나버린 후, 젊은이는 목을 맨다.

영화 '백야'의 도입부분으로 알려진 '젊은이와 죽음'은 짧은 20분의 시간만큼이나 강렬하다. 무채색의 무대에서 힘을 얻는 것은 붉은 천과 여인의 노란 드레스뿐이다. 상징적 색채가 극을 압도한다. 남자 무용수의 묘기에 가까운 동작과,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춤을 추는 여인은 무대와 조화를 이루며 또 하나의 미학을 이뤄낸다. 돌아온 바리시니코프 이원철과 윤혜진은 무대 밖 세상을 잊고 그곳에만 충실하므로 죽음이라는 세계를 시각화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 거침없는 도발, '카르멘'

▲ ⓒ박기현(backgu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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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빛의 돈 호세는 카르멘의 반항적 아름다움에 매혹된다. 둘은 은밀한 탐색 후 사랑을 나누고 아침을 맞는다. 그러나 카르멘은 돈 호세를 유혹해 낯선 사내를 죽이게 한 후 도망간다. 돈 호세는 그녀를 잡으려하나 그녀는 거부한다. 광기가 돈 호세를 잠식시키고, 결국 돈 호세는 카르멘을 죽인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카르멘보다 매혹적이다. 아무것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새카만 카르멘의 짧은 머리는 그녀처럼 거침없고 도발적이다. 세상의 모든 남자를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녀가 허락한 남자 돈 호세 역시 고정화된 돈 호세와는 다르다. 아름답고 섹시하다. 그가 무너지는 과정이 고스란히 표현되는 춤은 관객의 손끝을 슬쩍 자극한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현웅과 김지영이기에 더욱 완벽해진 무대가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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