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레시안 |
시간이 흘렀고 2002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입단 첫 해에 솔리스트와 주역에 발탁됐다. 한국의 바리시니코프라는 수식과 함께 무섭게 성장했다. 가장 주목받는 재목으로 꼽히던 이원철은 2009년까지 국립발레단 주요 정기공연의 주역을 도맡았다.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던 그는 스물아홉에 돌연 무대를 떠났다.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2010년,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 그때 그 영화, 바리시니코프가 연기했던 '젊은이와 죽음'의 젊은이로.
| ▲ ⓒ프레시안 |
우선 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 단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젊은이와 죽음'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제의를 받고 아차! 싶었다.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봤던 작품인데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을 맡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좋아하는 춤을 어쩔 수 없이 버리고 나왔는데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Q: 한국의 바리시니코프라 불리고 있다. 운명인 것 같은데.
아, 운명까지는 아니고. (웃음) 한국의 바리시니코프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좋게 불러주시는 것 뿐, 내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크다. '젊은이와 죽음'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영화 '백야'의 바리시니코프 모습을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 거다. 부족하지만 그 못지않게 소화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Q: '젊은이와 죽음'은 기존 클래식발레와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그렇다. 일단 동작 자체부터 다르다. 클래식발레는 턴 아웃(turn-out:양발을 외측으로 90도 회전시켜 고관절부터 대태, 무릎, 발목, 발끝에 이르기까지 두 다리가 이루는 각이 180도가 되게 한 상태)이 기본 동작이다. 폴드브라도 정해져있다. 반면 이 작품은 모든 게 '아웃'이 아닌 '인'이다. 바깥근육보다 안쪽근육을 많이 사용한다. 포지션들이 정해져있지 않다. 자율적인 면이 많다.
Q: 가장 어려운 동작은 있다면?
물구나무서기. 물구나무를 선 후 다리를 천천히 내려야한다. 그런데 나는 물구나무서기 자체가 안 된다. 문제다.
| ▲ ⓒ프레시안 |
자신만의 템포와 느낌을 살리라는 거다. 나만의 악센트, 나만의 포인트를 찾으라고 요구하시는데 그게 쉽지 않다. 현대무용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나만의 완성된 것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노련미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나올 것 같으면서도 표현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을 찾고 이끌어내는 과정이 힘들다.
Q: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안무가선생님의 칭찬이 있었다.
기본기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말했듯 나만의 느낌을 찾아야한다. 앞으로의 숙제다. 공연 때까지 완성해낼 수 있을지 약간 걱정도 된다.
Q: 마지막 장면, 젊은이가 목을 매고 죽는 장면이 있다. 굉장히 인상적인데.
일단 순서는 다 나간 상태이나 직접 올라가서 해보지는 못했다. 기둥의 무언가를 잡고 매달린 척 해야 한다고 들었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효과가 가능해 팔을 늘어뜨리고 있어 정말 죽은 것처럼 보인다. 나도 두 손을 다 놓고 싶다. 해볼 생각이다. 기둥을 잡으면 아무래도 느낌이 안 날 것 같아서. 될지는 모르겠다.
Q: 기대하는 팬이 많다. 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 다시 공연하는 만큼 기대 이상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 ▲ ⓒ프레시안 |
참 묘하다. 그는 굉장히 차분하다. 그러나 힘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표출되는 힘이 아니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그만의 파워는 소리 없는 파장으로 상대를 긴장시킨다. 아직 잠잠한 듯 보이는 그의 호수에 곧 거대한 파도와 회오리가 몰아치고 우리는 그 강렬함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죽음 앞에 내던져지는 젊은이가 될 이원철. 한국의 또 다른 젊은이를 선사할 '젊은이와 죽음'은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Tip: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롤랑프티의 밤'은 거장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 '아를르의 여인', '카르멘'을 묶은 작품이다. 이원철의 '젊은이와 죽음'은 15일과 18일 만날 수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