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파국으로 가고 있다"

<FT>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기법에 불과"

오는 26일 유럽연합 2차 정상회의를 앞두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지도자들이 이 회의에서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 어떠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한다고 해도, 유로존은 최소한 현재의 형태로 유지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초는 '유럽은 파국으로 가고 있다(Europe is now leveraging for a catastrophe)'는 글을 통해 "유럽지도자들이 어떤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믿지만, 그 합의가 가져올 결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칼럼에 따르면,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 방안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규모를 현해 4400억 유로에서 1조~2조 유로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유로존 부채로 인한 신뢰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 지난 23일 1차 유럽정상 회담 후 기자회견에 나서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 이들은 유로존 해결의 총대를 매고 있는 양대 정상으로 '메르코지'로 불릴 정도로 주목받는 한 쌍이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부담을 지느냐를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AP=연합
보증 필요한 레버리지 EFSF, 보증자부터 흔들릴 처지

하지만 실제로 이 돈을 조성할 여력은 없는 상태다. 방법이 있기는 있다. 바로 '레버리지 기법'이다. 실제로 담보자산도 없으면서 일단 부채를 일으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미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기법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상환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마구 대출을 해주고, 이런 모기지를 기초로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대다가 결국 집값이 하락하자 그대로 부실 자산이 되면서 금융위기의 뇌관이 됐다.

원래 이런 부실 자산은 보증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른바 '모노라인'이라고 불리는 채권보증전문업체들이 이런 부실자산에 돈 몇 푼 받고 보증을 서주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된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엄청난 거품을 형성하게 된 배경에는 모노라인 업체들의 역할도 컸다. 또한 거품이 꺼질 때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게 증폭시킨 역할도 모노라인 업체들이 한몫했다.

만일 EFSF가 레버리지 기법으로 기금을 확대하는 것이라면 역시 지금은 트리플 A의 국가신용등급을 가진 유로존 국가들이 모노라인 업체의 역할을 하면서 돈 몇 푼 받고 EFSF가 사들인 부실국채들에 보증을 서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이런 국채들이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려운 파생상품처럼 변해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유로존 국채들이 가치도 매기기 어려운 부실 자산으로 변화시킬 요인 중 하나는 프랑스가 트리플 A의 국가신용등급을 상실할 가능성이다. 이렇게 되면 EFSF는 자동적으로 트리플 A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EFSF의 자산에 매겨지는 신용등급은 바로 보증자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EFSF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이 자산의 보증에 대한 신뢰도 크게 감소하게 된다. 결국 레버리지 기법에 의한 EFSF는 붕괴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레버리지 부담 자체가 EFSF에 참여한 트리플 A 국가들이 이 신용등급을 상실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EFSF를 보증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부실 국채의 채권자들이 손실을 상대적으로 조금 감수(예를 들어 20% 정도)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EFSF와 이를 보증하는 국가들이 떠맡는다면 그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유로존 붕괴 위기라도 유럽국가들 주권 양도 어려울 것

바로 이 점 때문에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해 기술적으로 손쉬운 해법이 존재할 수 없다. 누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하려하겠느냐는 정치적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트리플 A국가들은 모두 유로존을 유지하길 원하고, 필요하다면 상당한 부담을 질 용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그 상당한 부담이라는 선을 넘어섰다.

독일이 더욱 많은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을 계속 거부한다면 이번 위기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유로존 주변국들은 부채를 지속적으로 상환하면서 동시에 경제를 안정시킬 능력이 없다.

결국 유로존의 해법은 상당한 정도로 미국식의 연방식의 정치적 중심체가 만들어져야 나올 수 있다. 이것은 공식적으로 부분적이나마 주권을 양도해야 하는 문제다.

뮌초는 "보통 상황이라면 유럽 여러 나라들이 대규모의 주권 양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주권을 양도하지 않으면 유로존 붕괴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들이 주권 양도에 동의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아가 뮌초는 "지금으로서는 갈림길로 다가가고 있으며, 갈림길에 도착하기까지 몇 주, 몇 개월도 남지 않았을 수 있다"면서 "레버리지 기법이 동원된 EFSF가 합의된다면 파국으로 갈 가능성을 더욱 높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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