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4대국 강등 도미노…프랑스만 남았다

[분석] 스페인 강등에 S&P 가세 …10월 3대 악재 본격화

유로존 부채위기를 떠받치기 위해 17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이 필요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법안이 13일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재투표 끝에 통과됨으로써 승인 절차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바로 이날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재를 뿌리고 나섰다. 그동안 10월에 예상됐던 3대 악재(스페인 등 유로존 중심국 신용등급 강등, 유럽 대형은행 강등에 따른 자본부족 악화, 그리스 등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손실율 증가)를 본격화시키는 조치에 나선 것이다.
▲ 스페인 수도 마드리에서 공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하는 긴축정책에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스페인 경제전망, 은행 재무구조 악화"

14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트리플 A' 국가에서 끌어내렸던 S&P는 이날 유로존 4위의 경제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종전 AA에서 AA-로 낮췄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매겨 추가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스페인의 신용등급은 '트리플 A'에서 3단계 하락했으며, 지난 8일 유럽계 신평사인 피치도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AA-로 낮춘 바 있다.

S&P는 "스페인의 경제성장 전망이 어둡고, 스페인의 은행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부실자산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신용등급을 강등한 배경을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페인,이탈리아, 그리스의 국채 가격은 유로존 위기가 또다른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했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는 스페인과 이틸리아 등 유로존 중심국까지 부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구제금융 조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5.21%에서 5.26%로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대이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능력에 빨간불이 켜진 수준이다. 문제는 이 수준도 유럽중앙은행(ECB)가 지난 8월 8일부터 스페인 국채를 매입하는 지원책 덕분에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위기는 국가부채와 은행위기 동시 진행

스페인은 국가부채 위기와 은행 위기가 동시 진행되는 유로존 위기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스페인은 국가적으로는 가장 모범적으로 긴축정책 등 부채 위기 대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아왔지만,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스페인에서 거품 붕괴가 시작된 이후 민간은행들이 급격히 부실화되어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서 S&P는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와 BBVA를 포함한 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한 것도 이때문이다.

금융분야가 부실해 스페인 정부가 GDP의 9.2%에 달한 재정적자를 올해 6%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올해 스페인 실질 경제성장률은 0.8%로 기대치를 하회할 전망이며 내년에도 1.0%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오는 11월 20일 총선거를 앞두고 스페인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는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럽의 대형은행들의 부실 우려는 스페인 뿐만이 아니다. 이날 피치는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와 영국 로이드뱅킹그룹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추고, 영국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독일 란데스방크베를린홀딩스의 신용등급은 두 단계나 강등했다.

피치는 이들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속에서 이들 은행에 대한 지원을 감축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프랑스도 강등 예상

피치는 또 유럽과 미국 주요 은행 12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앞으로의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는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12개 은행에는 그리스 국채를 상당수 보유해 직격탄을 맞은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을 비롯해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그리고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등 또다른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대거 포함됐다.

피치는 "현재 시장에 잔존한 위험이 2008년 위기 때 은행들과 세계 금융시스템이 받았던 스트레스와 유사하다"며 "이들은 세계 최대 규모 대형 은행이지만 최근 역사는 대형 은행도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스페인에 이어 유로존 2위 프랑스가 미국에 이어 '트리플 A'의 대열에서 축출되는 강등 사태가 일어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로존 4대 경제국 가운데 재정이 탄탄한 독일을 제외하면 신용등급 강등이 안된 곳은 프랑스뿐이다. 시장에서는 프랑스도 신용등급 강등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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