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영국 총리에게 "당신은 입 다물라" 독설

유로존 위기에 대한 간섭에 불만 드러내

유럽 경제위기를 논의하기 위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막말에 가까운 독설을 쏟아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캐머런 총리에게 "당신은 입을 다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사르코지는 이어 "당신이 우리를 비판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 신물이 났다"며 "당신은 유로화가 싫다고 하면서 우리의 모임에 개입하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캐머런 총리가 26일로 예정된 최종 회의에 영국 등 유로화 사용국이 아닌 10개 EU 회원국도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직후 나온 것이다. 26일 열릴 최종 회의는 애초 23일 정상회의 합의 결과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17개국이 유로존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경제위기 대책을 추가적으로 논의할 계획이었다.

캐머런 총리가 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경제위기 대책 중 하나로 유럽의 재정 및 경제 통합을 위해 리스본 조약(프랑스와 네덜란드가 2005년 부결시킨 유럽연합헌법을 대체하는 유럽연합 개정조약)을 일부 개정하는 방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회원국들의 이익도 지켜줘야 한다"며 "특히 27개 EU 회원국들의 단일시장 통합의 관점에서 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유로화를 사용하는 회원국끼리 최종 회의을 진행할 것으로 보았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캐머런 총리의 주장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게다가 사르코지 대통령은 캐머런 총리나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등이 언론을 통해 유로존 위기 대책을 '조언'하는데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은 유로존 국가들이 추진하는 금융거래세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조약 개정 문제는 EU 회원국 전체와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26일 회의 역시 27개 회원국이 모두 참석하게 된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위기 타개책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26일 최종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프랑스와 영국이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 EU 정상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 위험에 대비해 민간 은행들이 약 1000억 유로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정상들은 현재 4400억 유로 규모인 유럽재정안정화기금(EFSF)를 1~2조 유로로 확대하는 방안에 공감을 표했지만 EFSF를 은행으로 전환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오게 하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안은 무산됐다.

EU 정상들은 26일 2차 회담에서 위와 같은 경제대책 및 성장 촉진 방안, 금융거래세 신설 등에 관한 입장을 최종 논의한 후 다음달 2일부터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내용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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