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부채위기, 국채 지위에 중대 변화 조짐"

<FT> "포르투갈, CDS 지수 상승 막으려 국채 담보 거래"

최근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채 발행이 순조롭게 이뤄지자 일각에서 유럽의 부채위기가 진정되는 신호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포르투갈의 국채 입찰이 순조롭게 진행됐어도 10년물 국채 금리가 한때 7.26%까지 올라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 수준에 접근했다"면서 "7%가 넘는 국채금리는 포르투갈 정부가 '지속불가능'이라고 밝힌 수준"이라고 전했다.

▲ 유럽의 부채위기가 지속되며, 유로화 국채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무디스 "포르투갈, 3개월내 추가 강등 확률 압도적"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포르투갈 담당 수석 분석가 앤서니 토머스는 더욱 강력한 경고를 했다.

그는 "포르투갈의 국채발행이 한 두번 순조롭게 발행됐다고 추세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통계적으로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은 3개월 내에 강등될 확률이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지난해 7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종전보다 두 단계 낮춘 'A1'으로 강등했고, 이미 지난해 12월 한, 두 단계의 추가 강등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무디스가 포르투갈 국가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할 가능성에 대해 거의 확실하다고 밝히고, 포르투갈의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앞서 17~18일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나라들이 한 두 곳이 아닌데,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유로존 안정기금 확충에 대해 완강히 거부해 EU 차원의 실질적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비니 "올해 세계경제 최대 리스크는 유럽 부채위기"

EU 차원의 대책이 지지부진하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17일 호주의 <파이낸셜리뷰>의 기고문을 통해 "2011년 세계경제가 직면할 리스크의 핵심은 유럽의 부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 문제는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벨기에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유럽 전역으로 금융위기가 전염된다는 것이 가장 중대한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의 부채위기가 국채의 지위를 흔드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해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정부는 은행들과 국채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 거래를 할 때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특권'을 누려왔다. 하지만 지난 19일 포르투갈 당국은 파생상품 거래 때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국채도 '리스크 프리' 지위 변화 가능성"

은행들은 국채 부도에 대한 보험으로 CDS라는 상품을 구매하는데, 국채 부도 위험이 높을 수록 CDS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포르투갈 정부는 CDS 프리미엄이 올라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스스로 담보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채 부도 지표로 쓰이는 CDS 프리미엄을 낮추기 위한 궁여지잭이었다.

신용등급 강등 경고와 국채금리 급등 등 악재가 쏟아졌는데 포르투갈의 CDS 프리미엄이 소폭 하락한 것도 이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포르투갈의 CDS가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는 것을 유로존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 것이라고 해석했으나 이런 배경을 간과한 탓이다.

<FT>는 "포르투갈 정부의 조치는 국채가 '리스크 프리(risk-free)' 채권이라는 인식의 종말을 시사하며, 이런 변화는 유로존 국채뿐 아니라, 미국 국채에도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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