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군의 '제주 해군기지 거짓말'"

시작부터 민주적 절차 사라졌던 해군기지 사업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지 건설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는 정부와 군의 주장에 대해 시민사회가 본격적인 반론에 나섰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9일 '정부와 해군의 거짓말 시리즈' 첫번째 보도자료를 통해 해군기지 입지로 강정마을이 선정되는 과정에서부터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어 왔다고 밝혔다.

대책회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라고 지적했다. 애초 제주 화순항, 위미항 등에서 주민들에게 퇴짜를 맞은 기자 건설 계획에 강정마을은 후보에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4월 마을인구 1900명 중 87명이 참석한 마을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유치를 의결했고, 해군기지 입지 관련 여론조사 3일 전에 강정마을이 대상에 들어갔다.

그런 '동의'와 '여론조사'를 근거로 제주도는 그해 5월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건의했다. 이후 마을 주민들이 자체 투표를 실시해 '725명 참가, 94% 반대'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정부는 주민 대상 설명회나 토론회를 거치지 않고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부지로 결정했다. 마을총회 정족수가 51명이라는 점이 악용됐다.

▲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인근에서 공사 반대를 기원하는 삼보일배 장면. ⓒ조성봉(독립영화감독)

대책회의는 또 해군이 '주민의 동의를 얻어 선정된 입지'라는 이유로 입지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군은 기지 건설에 앞서 실시한 사전환경성검토서에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 멸종위기종인 기수갈고둥, 금빛나팔돌산호, 나팔고둥 등에 대한 현황조사 및 이를 감안한 입지적정성 검토 절차를 생략했다.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 국토해양부 지정 해양생태계보전지역, 제주도 지정 해양도립공원인 강정마을의 환경적 가치를 '주민 동의'라는 명분을 들어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공사의 걸림돌이었던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것은 2009년 12월 당시 도의회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로 이뤄졌다고 대책회의는 주장했다. 도의회는 2011년 3월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동의를 취소하기로 의결했지만 해군은 이미 시작된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책회의에 따르면, 공사를 위한 '절차'가 끝난 이후에도 법을 무시한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공사 지역인 강정포구와 해군기지 정문에서 유구(遺構)가 발견됐지만 문화재청은 부분공사 승인 처분을 내렸고 해군은 문화재 전문가의 입회 없이 펜스를 설치하고 구럼비 해안 발파를 강행했다.

대책회의는 또 해군이 환경영향평가상의 협의 내용을 수차례 위반하며 공사를 강행했다면서 그 예로 △ 오탁방지막이 훼손된 상태에서 해상 공사를 진행한 점, △ 지하수 관정(管井)을 드러낸 채 공사를 강행하는 등 원상복구 협의내용을 위반한 점, △ 멸종위기 2종인 붉은발말똥게 이식 허가조건을 위반하고 형식적인 보존조치를 취한 점을 들었다.

제주도, 국방부, 국토해양부가 맺은 기본협약서(MOU)도 이중계약 의혹을 받고 있다. 이 MOU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라고 되어 있지만 국방부와의 MOU는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으로 되어 있어 기지의 용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제주기지는 분명 해군기지"라고 밝혀 그간 제주 발전을 위해 관광미항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홍보를 무색케 했다.

이같은 상황 대부분은 현재 법적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미실시, 절대보전지역 무단 해제, 공유수면 매립승인 처분 취소, 매장 문화재법 위반과 관련한 4건의 소송 및 검찰 수사는 현재 모두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해군기지 시공사는 지난 7일 구럼비 해안 위쪽에서 첫 발파를 강행했다.

대책회의는 "현재 정부와 해군은 국책사업과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으로 제주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왜곡하고 오도하고 있다"며 "지난 5년 이상 정부와 해군이 제주해군기지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했던 갖가지 거짓되고 왜곡된 주장과 불법행위에 대해 하나씩 짚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