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래로 이스라엘군(IDF)이 비무장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온 가운데, 영국 공영 방송 <BBC>는 자체 취재를 통해 "최소 아동 168명의 총격 피해를 확인했고, 경위를 파악한 59건 중 57건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1일(현지 시각) <BBC>는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아동이 총에 맞은 사례 총 168건을 확인했고, 이 중 95건이 머리나 가슴에 총을 맞은 사례였으며, 피해자의 3분의 2 이상이 12세 미만 아동이었다고 보도했다. <BBC>가 가자지구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0명과 현장 인권 조사관을 인터뷰하고 각종 의무 기록과 의료 영상, 언론 보도 등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95건 중 목격자, 의사, 인권 조사관 등을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사례는 59건에 불과했다. <BBC>는 "이 중 57건이 IDF의 총격 사례로 추정됐다"며 "나머지 2건은 팔레스타인인의 총격으로 하나는 축포, 다른 하나는 조직 간 무력 충돌 때문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36건은 현장 취재가 제한돼 경위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에 가자 지구에서 일했던 니잠 마모드(Nizam Mamode) 외과 전문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총상 사례) 수를 정확히 셀 수 없었다. 내가 있던 기간에만 20건 이상은 봤다"며 "3살 아이의 뇌에 총알이 박힌 엑스레이를 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BBC>는 "(인터뷰한 의료진들이) 총상을 입은 아이들을 훨씬 더 많이 봤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의사들이 실제로 문서화한 기록한 사례만 집계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BBC>는 또 2023년 12월 말 한 카타르 방송사에서 보도한 총격에 사망한 팔레스타인 부녀의 사례를 탐사 취재했다. 이들의 신원을 특정한 <BBC>는 잠시 휴전이 됐던 지난 1월 가자지구를 찾아가 유족을 만나 사망 경위를 파악했다. 이들은 2023년 11월 9일 IDF 폭격으로 긴급 대피하던 중 거리에서 IDF의 탱크를 마주쳤고, 아버지와 2살 난 딸 라얀(Layan)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교전 중이 아니었다고도 증언했다.
<BBC>는 "전투 지역에서 도망치다 총에 맞은 사례도 있지만, '인도적 구호 지역'의 천막 밖에서 놀다가 총에 맞거나 IDF가 지정한 대피 경로에서 총에 맞은 사례도 많았다"고 밝혔다.
<BBC> 취재 결과, 6살 여자아이 미라 탄부라(Mira Tanboura)는 2023년 11월 18일 IDF가 지정한 대피 도로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북가자에서 피난을 떠난 탐부라 가족이 IDF 검문소에서 검문받은 후 약 1킬로미터(km)를 이동한 후였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B'Tselem)은 지난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어떤 교전 수칙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실제 지난해 4월 한 이스라엘 방송사가 보도한 영상에선 IDF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보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쏴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BBC>가 지난해 초 가자 지구에서 복무한 익명의 전직 IDF 병사에게 '이스라엘군이 아이들의 머리를 조준 사격했다는 보고가 많다'고 묻자 "놀랍지 않다"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해, 결국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다 파괴하고 보이는 대로 죽여라’는 분위기가 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병사는 자신이 소속된 부대가 10대 두 명을 포함한 비무장 민간인들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BBC>는 "우리가 조사한 168건 중 최소 90명의 아동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가자지구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상태여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유니세프에 따르면 2023년 10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선 최소 5만 명의 아동이 사망하거나 다쳤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