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초대형 사업, 가덕도 신공항의 공사 기간은 과연 적절한가?

[기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대로 추진해서는 안된다.

신공항 건설 공사의 공사 기간이 과연 적절한가?

2029년 12월 개항. 가덕도 신공항의 공식 일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애초 부산엑스포 행사에 맞춰 공항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부산 엑스포가 물 건너간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부산 엑스포 행사 시점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완공 시점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애초 2035년에 개항 예정이었지만 부산엑스포를 고려하여 2029년으로 당겨진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와 공사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계획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이는 건설 현장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이 일정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 수 있다. 해수를 메우고 산을 깎아 엄청난 양의 바윗덩어리와 흙모래를 운송해서 바다를 메워서 공항을 조성해야 하는 초대형 인프라 공사를 불과 5년 만에 완공하겠다는 자체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국토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공기 연장문제로 공사 포기를 하면서 다시 재입찰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 그 공사 기간을 맞춰줄 건설사는 없을 것이다. 신공항 건설이 매립지반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부등침하 방지 대책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안전성과 유지비는 국가가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이웃 일본의 국제공항인 간사이 국제공항도 애초 50년간 11.5m의 부등침하를 예상했지만 불과 개항 6년 만에 기반침하가 11m나 진행되어 긴급하게 보수 공사를 하고 해안 제방과 방조제 및 인공섬을 복구하는데 2천억 원 이상을 투입되었다는데 유사한 입지환경을 가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례이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은 설계 변경과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가덕도는 해저지반 특성상 변수가 많다. 해저지반은 조사할수록 변수투성이이다. 단단한 암반에 닿을 때까지 파일을 박고, 침하를 방지해야 하며, 추가 매립·보강공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떤 계약서를 들이밀어도, 공사는 계획보다 수년 길어질 것이고, 총사업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는 수시로 설계 변경을 유발하고, 공사 기간을 몇 년 단위로 늘어지게 만든다. 실제로 국내 항만·공항·철도·교량 등 유사한 대형 건설 공사에서 이미 수없이 반복된 사례이자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다. 아무리 계약상 공사 기간과 준공 일정이 명시되어도, 현장에서는 예외 없이 지연과 추가 비용이 발생해왔다.

그 이유는 건설업자들이 막상 시공에 들어갔을 때 지형과 지반 구조상 예상치 못한 부분이나 자연재해 적인 요인 등으로 인하여 난공사가 발생할 수 있고 추가적인 공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에 계약상 공기는 자연스럽게 연장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서 추가적인 설계 변경을 통하여 공사비도 증액이 되기 마련이다. 국토부는 신공항 공사비를 대략 13조 원 정도로 예상하나 KDI 조사에 따르면 공사비는 16조 원 이상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건설이 6개월간 신중한 검토 끝에 공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다른 건설사들 역시 그러한 리스크를 안아야 하므로 선뜻 입찰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설령 다른 건설사들이 재입찰에 나선다 하더라도 그 경우는 부실한 공사와 공사 기간 등의 검토는 제쳐두고 일단 입찰을 따고 보자는 계산일 수도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사업의 추진 배경이다. 2021년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불과 23일간의 심사를 거쳐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다음 해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무슨 일인지 한목소리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함께 수차례 입지 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았던 가덕도가 단숨에 최우선 입지로 올라섰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면제됐고,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졸속으로 진행되었다. 항공대학교 컨소시엄의 "가덕도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연구 용역" 결과를 보더라도 비용 편익(B/C)분석이 0.51~ 0.53으로 경제성의 최저 기준인 1.0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인과 지자체에서 써먹기 좋은 문구를 빌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였다.

▲ 아미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풍경. ⓒ습지와새들의친구

가덕도 건설 시 세계적 멸종위기종 상괭이가 사라진다면

가덕도에는 멸종위기종인 상괭이가 서식 중이다. 상괭이는 웃는 얼굴의 토종 돌고래인데 매년 1100마리 이상이 그물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물에서 꺼내어 바다로 돌려보내도 생존하기 힘들다고 한다.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건설로 인해 바다가 매립되면 당연히 물흐름이 바뀌게 되어 상괭이의 먹이인 숭어 떼가 이동을 하게 되고,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가덕도 앞바다의 생태계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생태 환경 파괴는 가덕도뿐만 아니라 새만금 신공항과 최근 논란이 되는 경기 국제공항도 매 한 가지다. 최근 추진 중인 새만금 신공항이나 경기 국제공항의 경우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거나 해양수산부의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었거나 람사르 습지로 등재할 예정이다. 갯벌과 습지와 해양에 사는 수많은 희귀 동식물의 보호는 우리 세대의 책무이고 다음 세대에 온전하게 물려줄 자연유산으로 마구잡이식으로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짓이다.

신공항 건설의 경제성과 타당성이 매우 부족하다. 최근 국내공항의 신규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경기국제공항 등 이미 국내 15개의 공항이 있으나 이 중 11개 공항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운영적자로 인해 폐업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새만금 신공항 역시 전북특별자치도의 지역 인구 경제적 특성상 여객은 물론 수출 화물을 창출할 수 있는 뚜렷한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도 거의 없고 물동량 창출의 기반인 배후 도시와 산단 및 인구가 턱없이 적은 현재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설령 신공항이 건설 운영되더라도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의 입장에서 과연 새만금 신공항에 장거리 항공노선의 신규취항을 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공항 이용의 고객은 항공사이고 그 항공사의 고객은 항공기 승객과 화물 운송을 위탁한 화주 기업이기 때문에 항공사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정부와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공항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추진 중인 신공항의 경우 공항건설의 타당성 즉 경제성 지표인 B/C를 1.0 이상으로 만들기 위하여 자의적으로 데이터를 넣어 수요는 부풀리고 비용은 최대한 축소하는 식의 연구용역 결과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 한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경기국제공항의 경우 여객만으로는 수요부족으로 공항건설의 타당성과 경제성 입증이 곤란하게 되면서 항공화물 수요를 임의로 창출하여 마치 물류 수요 측면에서 공항이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와 주장을 펴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코로나-19 펜데믹과 러-우 전쟁, 이-하마스 전쟁, 미·중 디커플링 전략, 관세 무역 전쟁, 기후변화 등 세계 경제의 예측할 수 없는 변수와 변동성 여기로 인하여 세계 경제 성장률이 거의 정체 수준이고 한국 역시 올해 1% 미만의 성장률을 수정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먼로주의, 관세 무역정책, FTA의 파기, 국제기구의 탈퇴 등 전 세계 국가를 위협하는 수준의 정책으로 인해 해상화물 수요는 물론 항공화물의 수요가 거의 증가하지 않고 항공운임 역시 답보상태다. 게다가 최근 그간 미국이 적용해온 전자상거래 물품에 대한 개인 관세면제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서 알테쉬 등 이른바 차이나커머스의 항공화물 물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항공화물 시장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필자가 물류와 무역 분야에 40년 이상 일하고 있으나, 그간의 많은 경험측상 최근 세계 경제와 한국경제의 위기는 기후위기와 전쟁과 펜데믹과 국가간의 갈등과 자유무역의 퇴보 등 다양한 원인과 변수에 의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이 되고 점점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드는게 아닌가 싶다.

항공수요는 국내 GDP 변화, 세계 정치 경제의 변화, 코로나 19와 같은 펜데믹,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러한 국제적이거나 세계적인 사건들을 배제하고, 국토교통부의 공항부문 사업의 수요예측 방법론 관련 지침에 의하면 국제선 수요예측은 계량경제모형을 활용하여 장래 항공수요를 예측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 GDP와 여객킬로당 실질 여객수입을 변수로 계량경제모형을 통해 장래 수요예측하는 국제항공기구(ICAO)와 항공사별 수요예측 의견을 수렴하여 종합적인 예측 실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전망치를 단순 정량적인 증가추세를 반영한 모델 등 여러 수요예측 모델이 있으나 이들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건 무리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침체, 1인당 GDP의 변동,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 등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수요예측으로,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발 자유무역의 쇠퇴에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국가 간 협정으로 국내법보다 상위 적용되어야 하는 FTA의 일방적인 배제와 폐기 등 WTO가 규정하는 다자간 자유무역을 축소하는 환경변화는 항공화물의 감소와 더불어 공항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기존의 공항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공항 간의 극심한 경쟁 구도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객과 화물에 대한 막연한 수요예측을 대입하여 경제성을 부풀리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고, 설령 신공항이 건설된다 하더라도 개항 시 운영적자에 시달리게 되며 그 천문학적인 건설비용과 이자 그리고 운영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원래 건설에 대한 타당성이 매우 낮은 부정적 입지였다. 그 이유는 김해국제공항의 여객수송 취급 능력이 부족하게 됨에 따라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야 할지 아니면 기존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고, 그러한 컨설팅용역을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세계적인 공항건설 컨설팅회사이자 파리공항공사의자회사인 파리공항공단(ADPi)에 발주를 한 것이다. 그 컨설팅용역의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파리 공항공단의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는 굳이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하여 새로운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기보다는 기존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해서 사용하는 김해신공항 계획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당시 김해신공항 확장공사는 2016년 정부의 연구용역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영남권 5개(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지자체 단체장의 합의하에 진행되었는데 그 당시 세계적인 공항컨설팅 업체의 용역 결과를 부·울·경 지자체장들이 이의 없이 수용하기로 합의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러한 합의를 무참하게 깨 버린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이 안을 최종 확정했고, 5개 단체장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울·경 단체장을 중심으로 파리공항공단(ADPi)이 제시한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사실상 세계 최고의 공항건설컨설팅 회사의 결정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회사인데도 말이다.

이제 가덕도 신공항은 정치적 셈법에 따른 초고속 추진을 해왔다. 그리고 수년 전부터 부·울·경의 행정적 정치적 통합과 확장에 대한 열망과 해당 지역 주민의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한다는 것은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었다. 공항 개발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입장과 무관하게 여야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하여 담합이라도 하듯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와 전략 환경영향 평가까지 건성으로 실시 한 것이었다 이처럼 법과 제도를 무시한 채, 정치 일정에 맞춘 인프라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는 가덕도 신공항이 안정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 항공수요 등 7대 항목에서 모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사업은 대통령 지시 한 마디에 따라 조기 개항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고,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에도 일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쯤 되면 행정이 정치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가 인프라를 자기 돈 쓰듯이 마음대로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격이다.

공사는 기술이지만, 인프라는 철학이다. 설계와 입지, 공사 기간과 공법, 재원과 타당성까지 고루 고려한 공공적 숙의가 있어야 진짜 인프라다. 15조 원 이상이 들어가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지도 모르는 국책사업을 법과 제도도 생략한 채 심지어 국회의 일방적인 입법행위 하나로 간단히 통과시키고 나서 이제 추진 속도만 강조해선 안 된다. 안전, 자연환경, 여객과 화물의 이용수요 등 중요한 것들을 외면한 공항 개발은 언젠가 국민 혈세를 가중할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지금 가덕도 신공항은 그 기본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공항을 정치 이벤트와 지역 표심에 호소하여 졸속으로 짓는다면, 그 후과는 모두 국민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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