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중 하나인 삼성건설이 시작한 이 작업은 일단 시험발파로 알려졌지만 정부와 해군이 건설 강행 방침을 꺾지 않으면서 천혜의 자연유산인 구럼비 해안 바위가 사라질 위기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신비로운 구럼비 바위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최형락) |
▲ 멀리 범섬이 보인다. ⓒ프레시안(최형락) |
구럼비 해안 바위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 주민들의 구심점이 되어 왔다. 폭 1.2km나 되는 한 덩어리의 용암 바위로 이뤄진 이 희귀 지형은 과거 바다 쪽으로 흐른 용암과 해저에서 솟은 바위가 합쳐져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럼비 해안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멸종위기의 야생동물 2급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등이 살고 있으며, 구럼비 인근의 범섬 일대는 세계적인 연산호 군락지로 2002년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유네스코는 이후에도 제주도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잇따라 등재했다. 또 구럼비 해안 인근의 토지에는 역사적인 문화재들이 묻혀있어 문화재 보호구역 및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몇 겹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럼비 해안 바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이 다수였던 제주도의회가 스스로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해제 결정을 내려 기지 건설의 빌미를 마련해주면서부터다. 지난해 제주도의회는 해제 의결을 취소함으로써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시작된 공사를 막지는 못했다.
시민사회 진영은 기지 공사가 멸종위기 생물과 문화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해군은 민간붉은발말똥게 등을 다른 지역으로 이식하고 문화재를 발굴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과정에서 불투명한 정보 공개와 구럼비 바위 파손 논란이 잇따랐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지난달 29일 공사 강행을 천명하면서 "(공사는) 제주의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며 친환경적인 공사를 진행해왔다"며 "멸종위기종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민군 공동조사 결과 사업 구역은 해저 지질이 모래여서 연산호가 서식할 수 없는 환경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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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제주 해군기지 시공사 측이 기지 건설 반대단체들의 시위를 따돌리고 구럼비 발파를 위한 화약을 해상을 통해 비밀리에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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